배우 겸 모델 신민철이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델 출신 배우 신민철이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꽤 오래 전의 기억이다. 호리호리한 청년 하나가 스케치북을 들고 화면을 응시했다. 스케치북에는 '턱 교정 중이라 말을 할 수 없으니 양해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글이 쓰여 있었다. 당시 그 청년은 한 케이블 채널의 모델 선발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었다. 힘들고 아팠을 텐데도 그렇게라도 서바이벌을 이어가는 모습에 '열정이 대단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그가 우승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몇 년 뒤였을까, 런웨이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그가 스크린에 데뷔했다고 했다. 영화 <차형사>에서 약간은 여성스러운 취향을 가진 모델 역할로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친 그는 이듬해 <노브레싱>에서 수영선수가 되어 다시 한 번 스크린에 얼굴을 비췄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워밍업이었단다.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그는 담금질에 한창이다.

"2013년엔 영화에도 출연했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도 되면서 꿈의 일부를 이룬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2014년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2013년보다 더 빨리 지나갔다는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재능 많지 않아...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

그를 처음 기억하게 한 프로그램 <아이 엠 어 모델> 출연 당시를 두고 신민철은 "삶의 변화가 한꺼번에 찾아온 시기였다"고 말했다. 친구의 권유로 별 생각 없이 참가하게 됐고, 덜컥 합격했고, 꽤 오래 살아남았다. 불쑥 오기가 생겼다. 갓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교(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그에게 또 하나의 도전할 거리가 생긴 셈이었다. 그전까지 그저 친구들과 놀기 좋아하고, 열심히 입시를 준비했던 평범한 학생의 눈앞에 또 다른 길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우연'은 이제 신민철의 '인연'이 됐다. 모델에서 연기자로 진로가 바뀌었고, 숱한 오디션 끝에 <차형사>로 상업 영화에 데뷔했다. '연기자가 된다'는 것, 남들과 다르지 않게 살겠다 싶었던 그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필연적으로 '거절'이 뒤따르게 되는 연예인의 특성 또한 신민철에겐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배우 겸 모델 신민철이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배우 겸 모델 신민철이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연기 선생님도 굉장히 무서우신데, 그런 걸 또 겪고 나야 뭐가 되겠지 싶어요. 확실히 직업적인 가치관이랄까, 연기자로서의 정체성이 생긴 거죠. '절실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 이정민


"정답이 없으니 내가 잘 하는 건지 확인할 길이 없어 불안했죠. 오디션에 떨어지면 수시에서 떨어지는 기분이었어요. 정시 같으면 점수가 안 되니 떨어졌다는 걸 알 텐데, 수시는 떨어지는 이유를 모르잖아요. 그래서 패배감과 자괴감도 컸죠. 처음 오디션에 합격했던 게 <차형사>였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있었어요."

신민철이 이 모든 과정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노력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엄친아'라는 수식어를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은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신민철은 "어차피 (나에게서) 보이는 건 학력이 아니라 실제로 연기하는 모습"이라며 "스스로 재능이 그렇게 많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만큼 더 노력하려는 스타일이다. (연기자가 될) 마음의 준비는 됐는데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 생각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정말 연기 잘 하는 분들을 보면, 스스로 저와 비교를 하게 돼요. <노브레싱> 때 서인국씨와 촬영을 하면서 그랬어요. 연기를 한 번도 안 배웠다는 사람이 정말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걸 보니 정말 부럽더라고요. 그런 걸 '끼'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그걸 엄청나게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채우려고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고요. 이런 걸 스스로 알게 되니, '노력하지 않으면 뭣도 못 하겠구나' 싶더라고요.

원래 욕을 먹으면서 뭘 잘하지 못해요. 처음 연기를 배울 때 엄한 선생님을 만나 하루만에 (수업을) 그만둔 적도 있어요.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라는 생각이었죠. 어릴 때예요. (웃음) 그땐 그런 걸 못 견뎠지만, (연기에 대해) 훨씬 더 진지해진 지금은 달라요. 이번 연기 선생님도 굉장히 무서우신데, 그런 걸 또 겪고 나야 뭐가 되겠지 싶어요. 확실히 직업적인 가치관이랄까, 연기자로서의 정체성이 생긴 거죠. '절실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나도 아직 모르는 내 매력, 알아챈 분들은 제보해 주세요"

   배우 겸 모델 신민철이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들과 나를 비교하는 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때때로 그게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필요할 땐 종종 저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고, 채찍질도 하면서 그걸 제가 더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자극제로 사용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 이정민


뒤늦게 발동이 걸린 신민철에 앞서 많은 모델 출신 배우들이 활약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두고 "솔직한 심정으로 부럽다"고 운을 뗀 신민철은 "그 친구들이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열심히 해야겠다'고 자극을 받는다"며 "또 한편으로는 기분도 좋고, '나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위안도 된다"고 털어놨다.

"저에게도 한계가 있긴 하겠죠. 하지만 한계치까지는 노력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남들과 나를 비교하는 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때때로 그게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필요할 땐 종종 저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고, 채찍질도 하면서 그걸 제가 더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자극제로 사용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이렇게 냉정히 자신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쉽게 자만하거나 좌절하지 않으면서도, '부족한 것은 노력으로 채우면 된다'는 뚝심까지 갖췄다. 그래서 신민철은 2014년 눈여겨봐야 할 유망주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역할이 많다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잠시 푸하하, 웃은 그는 예상 밖의 답변을 내놨다. 그 허를 찌르는 답변 탓에 한동안 그를 지켜봐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겨 버린 것 같다.

"그건 앞으로 쭉 해야 할 고민 같은데요? 음…내년이면 서른인데, 30대라는 건 20대와는 또 다를 테니까 뭔가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또 제 매력을 발견하고 있지 않을까 싶고요. 참, 앞으로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많은 작품에서 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잖아요. 그걸 찾아서 저에게 제보해 주세요. '이런 게 매력인 것 같아요'라고요. (웃음) 혹시라도 이 기사를 보는 분들이 있다면, 저를 눈여겨봐 주세요!"

신민철 차형사 노브레싱 서인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