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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신년사 가운데 "KBS 수신료 현실화 논의는 제대로 된 참 공영방송을 위한 지름길이다. '공영방송'은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을 의미한다"라며 "광고 비중이 수신료보다 높은 비정상적인 구조에서는 시청률 경쟁으로 프로그램의 질이 하락하고, 광고주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제 5공화국이 들어선 1981년 이후 지금까지 33년 동안 수신료가 동결된 점을 들며 인상이 시급함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공영방송국에 지불하는 수신료 납부 비율이 높은 국가에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신문 구독료처럼 수신료를 따로 지불하지 않고 전기료에 포함해서 반 강제적으로 징수하고 있다. TV를 보유하지 않은 이라 해도 전기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수신료를 납부해야만 한다.

<슈퍼맨> <마마도>...독창성 떨어지는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한 장면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한 장면 ⓒ KBS


수신료까지 받지만, KBS가 다른 방송사에 비해 프로그램의 질이 우월하다고 보기에는 힘든 분야가 있다. 예능이다. 첫 번째로 지적할 점은 창의성에 승부를 걸기보다는 '모방'에 주력하고 있는 예능의 작태다. 최근 에일리의 눈물로 화제를 모은 <불후의 명곡>은 MBC <나는 가수다>에 빚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거꾸로 원조는 폐지되고 사라진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불후의 명곡>은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을 따라한 KBS의 예능은 <불후의 명곡>이 다가 아니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의 MBC <일밤-아빠 어디가>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KBS는 지난 추석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만들어 내보냈다. 추석에 반짝 방영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인가 싶더니 반응이 괜찮게 나오자 KBS는 아예 주말 예능으로 고정시키고 원조인 <아빠 어디가>와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다.

<아빠 어디가>는 여행으로 부성애를 돈독하게 하는 콘셉트라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가정이라는 공간 안에서 부성애를 강조하는 콘셉트다. 그런데 추성훈이 딸 추사랑과 함께 떠난 오키나와 여행을 통해 부성애를 강조한 지난 5일 방송은 <아빠 어디가>와 대놓고 기시감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모방의 결정판은 <마마도>다. tvN의 예능 <꽃보다 할배>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KBS는 노년 여배우를 내세운 <마마도>를 출범시켰다. 만일 <마마도>가 독창적인 콘셉트 예능이었다면 왜 하필 <꽃보다 남자>가 대성공을 거둔 이후에야 방영할 수 있었을까. 노인 예능이 성공을 거둘 확률에 반신반의하던 제작진이 tvN의 대성공을 보고 제작하기로 결심한 것일까, 아니면 <꽃보다 할배>를 따라한 프로그램일까.

막장 주말드라마는 피곤해

 <왕가네 식구들>의 한 장면

<왕가네 식구들>의 한 장면 ⓒ KBS


KBS의 문제는 예능의 모방이 다가 아니다. 주말드라마는 한 주 동안 세상의 풍파에 지친 온가족이 다함께 마주보고 앉아 편한 마음으로 TV를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 자극적인 소재나 막장은 자녀가 다함께 보기에는 지나칠 수 있는 정신적인 유해 화학첨가물이나 다름없기에 온가족이 시청해야 할 주말드라마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왕가네 식구들>은 막장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세대에게 결혼 전 임신은 혼수품이라는 말도 있지만, <왕가네 식구들>은 혼전 임신을 결혼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이용하고 있다. 왕수박(오현경 분)은 남편 아닌 다른 이성과 혼전에 동거까지 했다. 시아버지 최대세(이병준 분)와 이앙금(김해숙 분)은 며느리와 사위를 쥐 잡듯 괴롭히는 전근대적인 시아버지와 장모로 묘사하기 바쁘다.

이도 모자라 <왕가네 식구들>은 남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납치 자작극을 서슴지 않으며, 예비 시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며느리 오디션이라는 전근대적인 발상의 소재를 서슴없이 애용한다. 왕광박(이윤지 분)의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돈이나 물건에 서슴없이 손을 대기까지 한다.

소재뿐만 아니라 전개 과정도 문제가 있다. 돈이 없다고 그토록 사위를 타박하던 이앙금은 자신이 아플 때 사위가 업어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위에 대한 구박을 한순간에 걷어버린다. 구박이 애정으로 바뀌는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보기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싶은 장면이다.

바람에도 일가견이 있다. 허세달(오만석 분)이 상속녀와 눈이 맞아 조강지처를 헌신짝 쳐다보는 설정도 모자라 이제는 왕수박이 사기꾼과 눈이 맞아 남편과 이혼까지 한 상태다. 허세달과 왕수박의 문제점은 배금주의가 인생 최대의 목표인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아내와 남편인 왕호박(이태란 분)과 고민중(조성하 분)보다 만나는 이성이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홀대하고 이혼까지 한다는 설정은 돈의 많고 적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물질만능주의적 사고를 피력하는 것이다.

수신료가 현실화 되어야 하는 논리를 시청자에게 피력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프로그램이 얼마나 양질의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는가를 먼저 시청자에게 어필해야 한다. 예능을 모방하는 데 있어서는 최첨단을 달리면서 동시에 막장드라마로 주말 시청률을 끌어들이는 KBS의 작태가 바뀌지 않는 한, <왕가네 식구들>이 끝나고 나가는 자막인 'KBS 수신료 현실화'에 동의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왕가네 식구들 마마도 불후의 명곡 슈퍼맨이 돌아왔다 나는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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