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송사의 연예대상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KBS가 <개그 콘서트>의 수장격인 김준호에게 대상을 돌린데 이어, MBC는 올해 <일밤> 부활에 절대적 공을 세운 <아빠! 어디가?> 팀의 단체 대상을 결정했다.

이제 방송가의 모든 시선은 <SBS 연예대상>에 쏠리고 있다. <런닝맨>의 유재석,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 <힐링캠프><붕어빵>의 이경규 중 과연 누가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게 될 것인가.

마음 급한 유재석, 3년 연속 수상 가능할까

유재석, '여유있는 1인자의 인사'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2013 KBS연예대상> 레드카펫에서 '해피투게더'의 유재석이 인사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 유재석, '여유있는 1인자의 인사'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2013 KBS연예대상> 레드카펫에서 '해피투게더'의 유재석이 인사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올해 유재석의 입장이 다소 난처하게 됐다. KBS와 MBC 두 곳에서 모두 강력한 대상 후보로 손 꼽혔지만, 수상에는 안타깝게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SBS 뿐이다. 만약 그가 SBS에서 대상을 수상하지 못한다면 지난 8년여 간의 기록적인 대상 행진도 막을 내리게 된다. 국민 MC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SBS 연예대상은 양보할 수 없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진행하고 있는 <런닝맨>이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데다가, 이 프로그램 내에서 그가 차지하는 존재감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해외 수출 실적까지 좋아 한국 예능의 한류 열풍을 선도하고 있다. <런닝맨>이 자타공인 SBS의 간판 예능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정도 성과면 유재석이 올해 연예대상을 노리기 충분한 조건인 셈이다.

다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SBS가 유재석에게 3년 연속 대상을 안길지가 미지수다. 유재석은 이미 2011년과 2012년, <런닝맨>으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방송사 차원에서는 한 사람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예대상을 똑같이 받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다른 방송사 연예대상에서도 한 사람이 3년 연속 수상을 한 전례가 없다. SBS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런닝맨>의 시청률이 2011~2012년에 비해 그리 독보적이지 않았던 것도 결점이다. 2013년 <런닝맨>은 MBC <일밤-진짜 사나이>와 KBS <1박 2일>에 맞서 힘겨운 경쟁을 했다. 그 결과 <진짜 사나이>에게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내주는 굴욕을 당했고, <1박 2일> 시즌 3와도 막상막하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11~13%의 안정적 시청률은 인정할 만하나, 사실상 과거와 같은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이 여전히 가장 강력한 대상 후보인 이유는 지금껏 다져온 그의 명성과 전 국민적인 전폭적 믿음과 신뢰, 그리고 오랜 시간 프로그램을 부침 없이 이끄는 조용한 카리스마와 성실성 때문일 터다. 과연 유재석이 몇 가지 결점들을 극적으로 만회하고 2013년 마지막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9년 연속 대상 수상이라는 진풍경을 연출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3년을 기다린 김병만, 이제는 대상만 남았다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 중인 개그맨 김병만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 중인 개그맨 김병만 ⓒ SBS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은 유재석의 대상 행진을 막을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다. 온갖 고생을 다 하는 <정글의 법칙> 시리즈의 수장으로서 이번만큼은 반드시 대상을 수상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SBS 예능국에서도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동종업계의 김구라 역시 <힐링캠프> 출연 당시 김병만을 SBS 연예대상 수상자로 점찍은 바 있다.

올해 초, <정글의 법칙>은 이른바 조작 논란으로 프로그램의 존폐 위기를 맞은 바 있다. 리얼을 강조했던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흔들리면서 병만족의 족장을 자처했던 김병만의 처지 또한 매우 난처해졌다. 특유의 건강하고 정직한 이미지가 흔들리면서 대중을 배신했다는 노골적 비판까지 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는 <정글의 법칙>과 김병만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그러나 김병만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구차한 변명을 구구절절 늘어 놓는 대신, 성실함과 근면함을 무기로 대중의 신뢰를 조용히 회복했다. 그 결과 <정글의 법칙>의 시청률은 꾸준히 13~17%를 상회했고, 프로그램을 위기로 몰았던 조작 논란 또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프로그램의 리더로서 나름의 위기관리 능력을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이 정도면 대상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

2011년 이후, 햇수로 3년 동안 '만년 대상후보'에만 머물러 있었다는 점 또한 동정표를 받을 여지가 있다. 2011년 <개그콘서트> '달인'으로 첫 연예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그는 매번 아쉽게 대상 문턱에서 좌절을 맛봐야 했다. 이제는 받을 때가 됐다는 방송가 안팎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조작 논란 이 후, <정글의 법칙>의 화제성이 많이 떨어지고 시청자 층 일부가 이탈했다는 점과 김병만의 이름값이 경쟁자로 이름을 올린 여타 스타 MC들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SBS가 과연 3년을 기다린 김병만의 손을 연예대상에서 번쩍 들어주게 될는지 한 번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명불허전' 이경규, 노익장 과시할까

KBS연예대상, '이경규가 최고'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2013 KBS연예대상> 레드카펫에서 '풀하우스'의 방송인 이경규가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 KBS연예대상, '이경규가 최고'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2013 KBS연예대상> 레드카펫에서 '풀하우스'의 방송인 이경규가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 이정민


유재석-김병만과 함께 SBS 연예대상의 '3파전'을 구축하고 있는 이경규는 말이 필요 없는 예능계의 전설이다. 1981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방송계에 입문한 그는 지난 32년 동안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면서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예능계의 '진짜 거성'으로 자리매김했다. 내년이면 55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정력적인 방송활동을 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후배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명불허전' 이경규답게 이번에도 그는 SBS 연예대상의 강력한 대상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수상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우선 공헌도 측면에서 타 후보군을 압도한다. <힐링캠프><붕어빵> 두 개의 프로그램을 SBS에서 진행하고 있는데다가 두 프로그램 모두 각각 2년과 4년 넘게 방송되고 있는 SBS의 장수 예능들이다. 이 정도 공헌도라면 2010년 KBS 연예대상에 이어 3년 만에 대상을 노려봄직하다.

시청률 역시 매우 안정적이다. <힐링캠프>는 5~9% 시청률을 왔다갔다하며 1인 토크쇼의 왕좌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고, <붕어빵>은 12~13%의 준수한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 자리를 고수한 지 오래다. 특히 <붕어빵>은 전통적 경쟁작인 MBC <우리 결혼했어요>를 더블 스코어 차로 따돌리는 한편, KBS가 야심차게 론칭한 <슈퍼독>을 완전히 제압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전례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압도적 활약상이라든지, 폭발적 화제성이 떨어졌다는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소리 없이 강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상을 주기에는 2% 부족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경규가 워낙 대상을 많이 수상한 노장이다보니 이제는 후배들에게 상을 양보할 때가 됐다는 이야기도 간혹 들린다. 생애 여덟 번째 대상을 노리는 이경규가 이 같은 난관을 뚫고 선배로서의 위엄을 다시 한 번 과시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2013년 마지막 남은 연예대상 하나를 두고 외나무다리에 선 유재석-김병만-이경규의 치열한 '3파전'의 결과는 30일 밤 오후 8시 55분 SB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연예대상 유재석 김병만 이경규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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