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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크콘서트를 연 김제동

토크콘서트를 연 김제동 ⓒ 디컴퍼니


혀에 기름칠을 한 개그맨 김제동은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순발력에서는 신동엽이나 김구라에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김제동이 내세우는 개그는 휘발성 개그가 아니다. 통상적인 개그 프로그램은 리모컨을 끄면 한 시간 이내로 무엇 때문에 낄낄댔는가를 기억하기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김제동이 선사한 웃음 가운데는 뼈가 있었다.

그렇다면 그 웃음 속의 뼈는 대체 무엇일까. 우선 김제동은 토크콘서트에서 자신의 '노안'으로 셀프 디스의 포문을 열었다. 고등학교에 처음으로 등교하는 날, 김제동이 반에 들어서자 반 학생들이 황급히 앉았다고 한다. 김제동을 동급생으로 보지 않고 연장자로 바라보았기에 생긴 해프닝이다.

이런 김제동은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법륜스님이 교회에 찾아가서 "아기예수님의 탄생을 부처님의 이름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축사를 남길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초파일에는 목사가 절에 찾아가서 부처님이 태어난 날을 축하한다. 기독교와 불교의 종교지도자가 상대 종교의 성인이 태어난 날을 교류하면서 축하하는 건 서로의 종교를 열린 관점에서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임을 시사했다.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는 열린 관점으로 바라보라는 주문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신랄한 비판을 비판 그대로 들으면 말하는 사람은 시원할지언정 듣는 사람은 고개를 돌릴 위험이 있다. 김제동은 관객의 냉소주의를 걷어내기 위해 비판 가운데 적절한 웃음이라는 레시피를 첨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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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은 언어의 사대주의를 제일 먼저 비판했다. 김제동은 오렌지가 아닌 '어륀지'를 발음하기 위해 어린이의 혀를 수술하는 문화를 비판하면서 내 나라에 대한 자부심 없이 영어를 배우는 강남의 사대주의 문화를 꼬집었다.

김제동은 사투리를 통해 우리말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이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했다. 표준어라는 단일화된 기준으로 우리말이 통일되는 걸 바라지 않고 지역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투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관객에게 설파했다. 김제동은 "산맥이 많아서 강원도의 사투리는 과거형이 될 수밖에 없고, 한의 정서가 깃들 수밖에 없는 전라도에는 맛깔난 욕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제동은 '위안부는 일본군을 따라다녔다'는 말도 안 되는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를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치가 코미디보다 더 웃긴 상황을 짚었다. 야한 사진을 보는 국회의원의 사진 기사가 올라가자 "청소년이 유해 매체에 얼마나 빨리 접속할 수 있는가를 조사하기 위해 접속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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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tvN <응답하라 1994>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대사에 변태 혹은 색마라는 단어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태와 색마를 보여준 건 <응답하라 1994>가 아니다. 김제동은 미국에서 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윤창중 전 대변인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꼬투리를 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처사가 정치인의 추태보다 하잘 것 없는 것임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윤창중은 "정권의 수준과 지향하는 가치는 대변인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제동은 자기가 한 말을 지키지 못하는 윤창중의 이중성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어 김제동은 국방을 부르짖는 이들이 국방의 의무를 준수한 일수를 체크해보니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샘 해밍턴이 군 복무를 한 일수보다 못하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그의 화살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을 겨누기도 했다. "집이 있으면서 천막을 치는 민주당의 태도는 캠핑"이라면서 "그럴 시간이 있으면 정말로 집이 없는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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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은 MB도 정조준했다. 김제동이 토크쇼를 진행하는 동안, 스크린에 한 사진이 모습을 나타냈다. MB가 총을 바라보는 장면인데, 개머리판에 눈을 대고 있는 사진이다. 군인이라면, 아니 제대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안다. 개머리판은 어깨에 대야 한다. 만일 그 자세로 사격을 했다가는 눈이 멀쩡하지 못하다는 걸 안다. 김제동은 군 통수원자가 저러고 총을 쏘다가 얼굴이 함몰될까 봐 걱정했다.

김제동 토크콘서트의 백미는 종북에 대한 정부의 태도였다. 누구든지 정부를 비판하면 종북이라고 몰아세우는 여당의 태도를 희화화하면서 "만일 내가 북한에 들어가면 환영받는 것이 아니라 그 즉시 총살감"이라고 했다. 한 토크쇼에서 김정은을 물개에 비유해서 조롱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보다 어린 놈(김정은)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살 수 없다"며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거들었다.

비판이 비판에 그치면 독설로밖에 남지 못한다. 그럼에도 김제동의 비판이 독설에 그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웃음으로 비판을 희석할 수 있는 힘 덕분이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을 김제동에게 적용하면 '비판은 은이요, 웃음은 금'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비판이라는 날 선 칼을 그대로 대중에게 전달하지 않고 웃음으로 희석하여 전달했기에 객석을 일어선 다음에도 진정성으로 남을 수 있었다.

김제동 응답하라 1994 윤창중 김정은 교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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