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감자별2013QR3>의 나진아(하연수 분).

tvN <감자별2013QR3>의 나진아(하연수 분).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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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탄광촌의 한 소년이 발레리노가 되어,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난다.

26일 방영된 tvN <감자별2013QR3>(이하 <감자별>)도 여주인공 나진아(하연수 분)가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처럼 무대 중앙을 향해 드높게 도약하며 끝이 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3년의 나진아는 자신의 꿈을 이룬 발레리노가 아니다. 클럽으로 간 21세기의 '빌리 엘리어트' 나진아는 그래서 더 애잔하다.

대처 영국 총리의 죽음이 알려지자, 영국 탄광 노조는 "대처는 자유로운 시장의 상징이었지만, 그 이익을 취한 것은 소수에 불과했다"며 혹독한 부고의 성명을 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처의 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것이 바로 영국의 탄광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빌리 엘리어트>는 바로 그런 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대량 감원과 사업 축소가 휩쓸고 간 영국의 탄광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빌리는 바로 그 마을에서 노조 일을 맡고 있는 아버지의 아들이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시피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산업 혁명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영국의 석탄 산업이다. 바로 그 석탄 산업이 자유주의란 미명 하에 정리 대상이 되고 있는 중이다.

비상할 곳 없는 나진아, 2013 대한민국 청춘의 현실

나진아의 아버지는 삽자루를 타고 놀던 시절의 아이디어를 살려 (주)콩콩의 오늘을 만든 견인차 역할을 한 사람이다. 하지만 나진아가 다섯 살 때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 돌아가셨다. 먹고 살 걱정 없이 해주겠다는 아버지의 장담은 겨우 1년에 쌀 한 포대로 돌아왔다. 길거리에 나앉게 된 나진아와 그의 엄마에게 베풀어준 온정이란 게 냉기가 도는 차고요, 노수동네 집의 가정부 몫이다.

빌리의 아버지이건, 나진아의 아버지이건, 영국과 한국이라는 국적을 달리하건 상관없이, 그들의 청춘과 아이디어와 노동을 곶감 빼먹듯 한 후에, 나머지는 당신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처분은 마찬가지이다. 당연히 그들의 자녀들은 가난을 대물림한다.

빌리는 남자라면 축구와 권투만이 최고인 마을에서 발레에 매료되어 아버지의 원망을 산다. 아버지가 원하는 것은, 결국 배신으로 남은 아버지와 같은 '블루칼라'가 아닌 삶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빌리는 그런 아버지의 소망은 애초에 제쳐버리고, 거기서 한 술 더 떠 '게이'라 오해받기 십상인 발레를 택했다.

당연히 아버지는 반대를 한다. 때리기도 하고, 가두기도 하고, 하지만 빌리의 소망을 꺾을 수 없다. 결국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원론에 충실한 영화는 자식을 위해 노조원들에게 등을 돌리는 아버지를 그린다. 그리고 아들이 자신과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하던 아버지의 소망은 성공을 거둔다.

나진아 역시 자신의 이름이 불린 무대를 향해 도발적 표정을 짓고 달려 나간다. 하지만 나진아는 빌리처럼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단지 섹시 댄스 대회 상금을 위해 영화 속 빌리와 같은 혹독한 댄스 수업에 불철주야 매진한다. <감자별>은 <빌리 엘리어트>를 빌려 오되, 빌리가 꿈을 향해 매진하는 상황을 섹시댄스 대회 출전이라는 상황으로 비틂으로써, 21세기 청춘의 고달픔을 극대화시킨다.

누구하나 돌보아주지 않는 가정환경에, 열악한 탄광촌이라는 배경 속에서 그래도 빌리는 발레라는 자신의 꿈을 키운다. 그래도 그 무능력해 보이던 아버지는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어  가면서 아들의 꿈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하지만 나진아에겐 그런 아버지가 없다. 노수동네 가정부로 들어간 어머니는 '은혜'를 빙자한 노수동네 식구들의 '홀대'를 감수하기도 바쁘다.

하루아침에 노수동네 아들이 되어버린 홍버그, 준혁이(여진구 분)도 아버지가 준 '골드카드'로 나진아에게 꽃등심을 살 정도가 되었는데, 나진아에겐 그저 얻어먹으며 민망해 할 자유만이 있다. 자신의 꿈은 아버지 같은 멋진 아이디어를 내서 (주)콩콩의 일원이 되겠다는 것이지만, 현실은 회사가 '인턴'이란 이름으로 그의 노동을 날로 먹고 있을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진아가 비상할 수 있는 곳은 불가능하다 여겨지는 클럽 섹시댄스 대회다. 그저 돈 300만원을 잡기 위해 날아오른다. 바로 2013 대한민국 청춘의 현실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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