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 <마녀사냥>에서 연출을 맡고 있는 정효민 PD와 김민지 PD.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 <마녀사냥>의 연출을 맡고 있는 정효민 PD(왼쪽)와 김민지 PD. ⓒ JTBC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선을 넘을듯 말듯,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요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몰이 중이다. 전격으로 남심을 탐구한다면서 대놓고 19금 발언을 서슴지 않는 용감한 <마녀사냥>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의 중흥을 선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결국 <마녀사냥>은 최근에 방통심의위원회로부터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임에도 도를 넘는 발언이 많다며 '경고'를 받고, '19세 이상'으로 시청 등급을 변경했다. 뭐, 그래도 영향력 면에서 크게 달라질 건 없어 보인다.

섹드립의 달인 신동엽 포함 네 남자...어떻게 뽑혔나

JTBC 사옥을 찾아 연출자인 정효민·김민지 PD를 만났다. 최근 받은 경고를 언급하며 "축하할 일일 수도 있겠다"고 설레발을 치니 김민지 PD가 "여론도 <마녀사냥>이 진짜 15세였냐며 의아해 하는 분위기더라"며 차분하게 받아쳤다. 그렇다. 다들 이 프로의 수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점이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놓고 19금 코드다. 출연진 구성을 볼 때, 19금 개그에 통달한 신동엽은 그렇다고 쳐도, 성시경, 샘 해밍턴, 그리고 허지웅은 이제 와서야 베스트 진용으로 보이지만 방송 초기에 이런 조합을 생각하기가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왜 이들을 섭외했냐고요? 반대로 이 사람들이 아니면 이 프로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섹드립'(성적 농담이 담긴 발언)이 위험한 코드잖아요. 일단 남녀 모두에게 호감이여야 하고, 말도 잘하는 사람을 찾는데 그 후보군이 적더라고요. 신동엽씨야 일단 안전하게 믿고 갈 수 있지만, 미혼의 매력남, 대중성까지 겸비했다는 점을 따지니 성시경씨 뿐이더라고요.

또 <마녀사냥>이 연예인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게 정리해주고 확장시켜주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솔직한 전문가로 허지웅씨가 떠올랐죠. 여기에 음담패설 중심으로 흐르는 걸 피하면서 외국 사례와 비교할 대상을 찾다보니 샘 해밍턴이 떠오른 거고요." (정효민 PD)

 JTBC <마녀사냥>의 MC 성시경(왼쪽)

JTBC <마녀사냥>의 한 장면. 성시경(왼쪽)과 샘 해밍턴의 모습. ⓒ JTBC


두 PD에 따르면, 신동엽은 섹드립에 대해 나름의 사명감이 있었단다. 소싯적 DJ로 활동할 때 청소년 성상담의 전력도 있었던 것. <마녀사냥>의 기획 단계 때부터 신동엽은 흔쾌히 출연을 결정하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 역시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합류했다. 이중 샘 해밍턴이 외국인의 탈을 쓰고 가장 보수적이었다는 사실이 제작진을 잠시 당황시켰을 뿐이었다.

한번 카메라가 돌면 5시간 녹화다. 마치 라디오 사연을 고르는 느낌으로 제작진이 주제를 펼쳐놓고 정해주면, 진행자들이 이를 받아 자유롭게 얘기하는 형식이다. 혹시 편집을 위해 중간에 끊지 않을까? 정효민 PD가 웃으며 답한다. "술자리에서 야한 얘기하다가 끊으면 재미없지 않나"라고. 프로그램 속 코너인 '그린라이트를 켜, 꺼'(*기사 하단에 설명) 주제도 일부러 논쟁이 첨예하게 붙을만한 걸 선정한단다.

남자를 위한 프로그램...시청층은 엄마와 딸?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 <마녀사냥>에서 연출을 맡고 있는 정효민 PD.

남자인 정효민 PD 역시 토크쇼라고 하면 MBC <야심만만> 이후로 제대로 본적이 없었단다. 또래 남자를 위한 토크쇼, 특히 연애 토크쇼가 없다는 데서 착안한 게 바로 <마녀사냥>이었다. ⓒ JTBC


단순히 야한 이야기만 한다고 공감을 사는 건 아니다. 두 PD의 말대로 호감형 진행자들과 패널들이 솔직하게 주고받는 맛 때문에 눈길을 끄는 셈이다. 본래 <마녀사냥>이 남자를 위해 여심을 파헤친다는 설정이지만, 오히려 시청층은 여성이 더 높다는 점도 흥미롭다.

"일단 연애 이야기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좋아해요. 여성은 기본으로 볼 테니 남자 위주로 하자고 했죠. 우리 프로가 상대적으로 젊은 남자가 많이 유입되는 편이긴 해요. 또 40대와 20대가 여성이 같이 움직이는 게 특이합니다. 엄마와 딸이 동반 시청 중이라는 거죠. 이런 경우가 흔치 않다고 하더라고요." (김민지 PD)

남자인 정효민 PD 역시 토크쇼라고 하면 SBS <야심만만> 이후로 제대로 본적이 없었단다. 또래 남자를 위한 토크쇼, 특히 연애 토크쇼가 없다는 데서 착안한 게 바로 <마녀사냥>이었다. 분명 시장 분석은 타당하다. 하지만 여기서 좀 삐딱하게 바라봤다. 사실 정 PD 말대로 최근까지 등장했던 지상파 토크쇼가 대부분 성과를 내지 못하고 폐지됐다. <마녀사냥>의 성공세는 지상파 토크쇼 몰락으로 인한 반사이익 때문은 아닐까.

"반사이익일 수도 있는데 나름 시장을 철저하게 분석했어요. < SNL 코리아 >의 인기를 보면서 성개그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또 종합편성채널에도 젊은 시청자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도 있었고요. 사실 위에서는 중년들이 볼만한 집단 토크쇼를 하라고 했는데 그걸 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럴 거면 차라리 2,30대를 목표로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죠. 우리 나름대로는 시기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거예요." (김민지 PD)

"반사이익이라는 말도 맞는 거 같아요. 동시간대 방영 중인 <슈퍼스타K5>를 잡았다고 보도됐는데 언론에서는 비교할 대상을 삼아야 하니까 그런 분석도 가능하죠." (정효민 PD)

"근데 우린 <슈퍼스타K>랑 경쟁할 생각이 없었어요. 방송에서 진행자가 <슈퍼스타K>를 더럽히겠다고 말한 건 종편 프로의 인지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름 기획한 거죠. <슈퍼스타K>랑 같은 시간대 프로라고 하면 <마녀사냥>이라는 이름은 기억 못해도 신동엽, 성시경이 하는 프로라고 인지시킬 수는 있으니." (김민지 PD)

"성시경씨와 신동엽씨가 <슈퍼스타K>를 언급하면 우리 프로 이름이 기사에 함께 등장할 거라는 생각도 있긴 있었습니다(웃음)." (정효민 PD)

"아직 <마녀사냥>을 모른다고?...오히려 기분 좋아요"

 <마녀사냥>의 김민지 PD.

<마녀사냥>의 김민지 PD. ⓒ 김민지


사실 섹드립이라고 하지만 성향으로 치면 김민지 PD는 야한 농담을 즐기고 좋아하는 편이고 정효민 PD는 살짝 껄끄러워 하는 편이란다. 부끄러워하는 정 PD를 향해 김 PD가 "일단 하면 좋아하잖아!"라고 일갈하는 모습도 보였다. 굳이 정 PD는 "웃기면서도 야한 개그"라고 정정한다. 신동엽이나 성시경이 보았으면 '버럭'할 일이다.

어쨌든 본 기사도 그렇지만 온갖 뉴스에도 '섹드립'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등장한다는 것부터가 <마녀사냥> 흥행을 점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다. 두 PD는 용케 그걸 잘 버무린 셈이다.

"아직 프로그램이 안정기는 아니고 로켓을 쐈을 때 첫 번째 추진체가 잘 분리된 느낌"이라며 정효민 PD가 4차원적인 비유를 했다. 쉽게 말해 본 궤도에 오른 건 아니지만 잘 가고 있다는 말이겠다. 이 비유를 들은 김민지 PD가 "무슨 그런 비유를 드냐"며 타박했지만 김 PD 역시 "아직도 <마녀사냥>을 처음 봤다는 분들이 있는데 인지가 덜 된 건 사실이고 그럴 때 기분이 좋다"는 살짝 변태(?)스러운 소회를 밝혔다.

"아직 우리가 흡수할 영역이 남았다는 느낌이라 좋아요. 그와 별개로 <마녀사냥>만의 정체성이 있는데 그걸 정확하게 짚어내는 시청자를 만나면 희열이 오죠." (김민지 PD)

"개인적으로는 <썰전>을 재밌게 봐요. 그 프로의 장점은 매번 게스트에 의지하지 않고 새로운 이슈를 중심으로 토크를 한다는 거예요. 신선하잖아요. 시사 프로가 아닌데 정치 이야기를 하고 각 게스트의 사연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아요. <마녀사냥>에 대해서도 시청자 분들이 그렇게 받아들일 때 좋죠" (정효민 PD)

"출연자 4명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갖다 쓰는 게 아닌 새로운 이미지가 생길 때 보람을 느껴요. 안정적이었던 신동엽씨가 더욱 새롭게 이미지를 얻고 다른 분들도 하나씩 더 이미지가 생기고 있어요." (김민지 PD)

맞는 말이다. 정 PD의 제보에 따르면 만년 여심만 자극할 거 같았던 성시경에게도 남자 팬들이 생기기 시작했단다. 이것만으로도 <마녀사냥>이 대외 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나름 성과를 거두는 증거가 아닐까. 솔직한 '섹드립'과 '의외성'이 <마녀사냥>이 지닌 장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 알고 갑시다! <마녀사냥> 속 코너 '그린 라이트'의 기원은?

 그린라이트를 앞에 둔 <마녀사냥> MC들.

그린라이트를 앞에 둔 <마녀사냥> MC들. ⓒ JTBC


시청자 게시판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피면 종종 <마녀사냥>에 등장하는 코너인 '그린 라이트'에 대한 질문을 볼 수 있다. 일부 팬들이 야구용어라고 답을 하긴 했지만 보다 자세한 내용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그린 라이트가 야구용어에서 비롯된 것은 맞다. 주자에게 도루할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의미로 불펜에 그린 라이트가 켜져 있으면 주자는 감독의 지시 없이 자신의 판단 하에 도루를 할 수 있다.

동시에 더 넓게는 영어권 국가에서 연애를 하려는 이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말이기도 하다. 좁게는 섹스(Sex)의 가능 여부를 알리는 속어로, 넓게는 상대에 대한 호감의 유무를 알리는 데 사용되곤 한다.


*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마녀사냥 성시경 신동엽 샘 해밍턴 허지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