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5> 결승전에서 TOP2 박재정(오른쪽)이 최종 우승자로 발표된 뒤 자신을 축하하는 박시환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5> 결승전에서 TOP2 박재정(오른쪽)이 최종 우승자로 발표된 뒤 자신을 축하하는 박시환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정민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5> 결승전에서 TOP2 박재정(가운데)이 최종 우승자로 자신이 발표된 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감격해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5> 결승전에서 TOP2 박재정(가운데)이 최종 우승자로 자신이 발표된 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감격해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C-21'. 3차 예선을 앞두고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던 그가 198만 분의 1의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Mnet <슈퍼스타K5>(이하 <슈스케5>) 우승자가 된 박재정의 나이는 고작 열아홉. 그는 역대 < 슈퍼스타K >(이하 <슈스케>) 우승자 중 최연소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슈스케5>는 방송 내내 전 시즌들에 비해 실력을 갖춘 참자가자 없다는 지적에 시달려야 했다. 윤종신 등 심사위원은 간담회를 통해 판도를 뒤엎을 만한 '괴물'을 찾고 싶다는 바람을 여러 번 내비쳤지만, 결국 무위에 그쳤다. 기어이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 생방송에는 TOP2 박재정·박시환 모두 가사를 잊거나 음이탈을 일으키는 실수로 심사위원들의 혹평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우승자로 호명된 직후 이내 박시환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던 박재정은 결승전 직후 열린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우승해서 좋고 기쁜데, 너무 큰 실수를 생방송 마지막 무대에서 해서 그게 마음에 걸린다"는 말로 우승 소감을 대신했다. 울 듯 말 듯, 계속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드문드문 인터뷰를 이어간 박재정은 결국 "속상하다"라며 "우승을 해서 정말 좋긴 한데, 떳떳하지는 못한 것 같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전혀 우승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사실 하나하나 올라오면서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높이 올라간 것 같아 많이 놀랐거든요. 생방송 무대가 일 주일에 한 번씩이다 보니 생각을 할 시간도 없었고요. 누군가에겐 이 결승전이라는 자리가 굉장히 소중한 자리고, 또 각별한 자리잖아요. 그래서 결승전에 올라왔을 때 우승할 거라는 생각은 못 했어요."

"역대 '슈스케' 결승전 중 실수한 건 처음이라고...속상했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5> 결승전에서 TOP2 박재정이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을 열창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5> 결승전에서 TOP2 박재정이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을 열창하고 있다. ⓒ 이정민


사실 열아홉의 그에게 <슈스케5> 결승전은 더없이 긴장되는 자리였다. 특히 가수의 꿈을 절실히 꾸고 있었던 박재정에게는 결승전의 무게가 더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었을 터. 다른 생방송 경연 때와는 달리 일주일 안에 기성 가수의 곡 두 개와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신곡 하나를 소화해야 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었다.

이를 두고 "솔직히 어제도 떨려서 제대로 못 잤다. 계속 (결승전 때 부를) 노래를 들으면서 '어떻게 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만 했다"는 박재정은 "(결승에) 좀 더 가까이 가니까 떨리더라. 예전부터 꿈꿔왔던 <슈스케>의 결승전에 진짜 서다 보니 정말 떨렸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그 긴장이 첫 무대에서 독이 됐다.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을 부르던 중, 가사를 잊어버리는 실수를 범한 것.

"너무 떨렸어요. 결승전에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좀 많이 떨렸어요. '내가 잘해서 올라온 걸까', 그런 생각도 해보고…. 그게 좀 힘들었는데, 결승전에서 제가 많이 큰 실수를 해서…. 너무 힘들어요. 역대 <슈스케> 생방송 중에, 그것도 결승전 무대에서 실수한 게 없었다고 알고 있어요. 그게 많이 속상해요."

예선 때부터 그를 지켜봤던 심사위원 윤종신은 이 무대 이후 "박재정은 무대에 올라갈 때 멘탈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 뒤 신곡 무대에 오른 박재정은 "우승하겠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 게 아니라 3차 예선 때처럼 계속 나를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비교적 괜찮은 무대를 선보였다. 박재정은 "TOP10에 오를 때까진 (내 위치를) 신경 썼는데, 그 다음부터는 신경 쓰지 않았다"라며 "'나는 노래를 한다,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라는 생각만 했고, (신곡 무대에서도) 그 감정으로만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내 색깔 맞는 음악하고 싶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5> 결승전에서 TOP2 박재정이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열창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5> 결승전에서 TOP2 박재정이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열창하고 있다. ⓒ 이정민


끝나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 "오랜만에 아빠와 동생을 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싶다"고 답한 박재정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대학 진학에 대해서는 "부모님과 상의해 보아야 한다"는 답을 즐겨 했다. 일단 미국에서 1년 더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해야 하지만, 박재정은 "우승을 하든 못하든 그 전부터 내 바람은 미국에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는 것이었다"라며 "그래도 정말 부모님과 진지하게 상의해 볼 필요가 있어 아직 결정은 못 했다"고 말했다.

우승으로 받게 된 5억 원의 상금 또한 "따로 생각해 둔 게 있긴 하지만 그것도 부모님과 상의를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다만 희망하는 소속사를 묻는 질문엔 "나를 실수 없이, 최고로 만들어줄 수 있는 곳이라면 상관없다"라며 "조언자가 필요한 것 같다. 내 길을 정했으니, 실수 없이 잘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딱 부러진 답을 내놨다.

박재정의 우승에 함께 합숙하며 정을 나눴던 임순영이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릴 정도로, 박재정에게 <슈스케5>는 각별하다. 그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방송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TOP10과) 정도 많이 들었고, 추억도 많이 생겼다. 그런 부분이 있어서 순영이 형이 운 것 같다"고 운을 뗀 박재정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며 "걸어오면서 실수한 건 과거의 일이고, 이제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분 한 분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5> 결승전에서 우승자 박재정(가운)이 TOP10으로부터 축하의 인사를 받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5> 결승전에서 우승자 박재정(가운)이 TOP10으로부터 축하의 인사를 받고 있다. ⓒ 이정민


일단 박재정은 다음 주 홍콩에서 열리는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다. 그 후 기성 소속사들과의 면담을 거쳐 거취를 결정할 전망이다. 박재정은 데뷔 무대를 앞두고 "짧은 시간이지만 좀 더 연습해서 지금 같은 실수가 없게 하겠다"라며 "짧은 시간이어도 (부족한 점을) 고칠 수 있도록 해서,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이렇게 데뷔 무대에 대한 의욕을 내비치면서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 달라는 요청에 "최근에 (취재진을) 봤을 때도 꿈같았는데, 지금은…정말로 영광스럽다"며 고개를 꾸벅 숙이는 박재정은 영락없는 열아홉 소년이었다. <슈스케5> 이후로도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비록 <슈스케5>는 혹평 속에 종영한다 해도, 이 프로그램이 발굴한 전도유망한 '스타'에겐 기대를 걸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솔직하게 얘기하면 개별미션 땐 기타를 쳤는데, 그 이후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제 주법으로는 <슈스케5>에서 살아남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타를 놓았어요. 하지만 제 솔직한 심정은 앞으로 기타치고 노래를 하고 싶어요. 기타를 안 잡는다면 재즈나 발라드도 하고 싶고요. 지금 제가 <슈스케5>라는 큰 오디션에서 우승했지만, 이것도 과정이라 생각해요. 그래도 이번에 느낀 건 되도록 기타를 잡고 제 색깔에 맞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앞으로 계속, 실수 없이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는 가수가 되겠습니다."

박재정 슈퍼스타K5 박시환 윤종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