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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일 포스티노>의 포스터

영화 <일 포스티노>의 포스터 ⓒ 일 포스티노

<일 포스티노>(1994)는 오랜 시간 사랑받는 영화이다. 많은 사람이 시를 소재로 하는 영화를 이야기할 때 <일 포스티노>를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칠레의 공산주의자이자 시인인 네루다(필립 느와레 분)는 정부의 탄압을 받고 이탈리아의 작은 섬으로 망명한다. 이 섬에 사는 마리오(마씨모 트로이시 분)는 가업을 이을 생각이 없고, 백수로 살다가 우연히 네루다의 편지를 전하는 우편부로 일하게 된다.

<일 포스티노>는 가난한 청년 마리오와 유명한 사회주의 시인 네루다의 만남을 그린 영화다.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를 읽으며 자신의 사랑을 여인에게 표현하고, 실제로 사랑에 성공한다. 네루다가 칠레로 돌아간 뒤, 고향에 남은 마리오는 환경의 모순을 느끼고 이를 바꾸기 위해 행동한다.

마리오와 네루다는 시를 통해 친구가 된다.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로부터 사랑을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기도 한다. 영화는 마리오의 삶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지만, 그가 경제적으로 무능력하고 연애에도 서툰 남자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이런 마리오는 시를 만나고 은유를 알고부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된다.

"시는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에요."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구를 사랑하는 베아트리체(마리아 그라찌아 꾸치노타 분)에게 말하고 연애에 성공하여 결혼하게 된다. 시를 통해서 감정을 표현하게 된 마리오는 특히 은유의 방식을 배워서 여성에게 말을 걸지 못하는 자신의 소심함을 깨뜨린다. 시는 마리오에게 자신감을 줄 뿐만 아니라 '언어의 마술사'가 되게 한다.

섬사람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미숙하다. 고된 노동에 지치거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평생 글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인 섬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마리오 또한 네루다의 시를 만나기 전까지는 감정을 숨기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니 연애가 잘 될 일이 없고,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도 못했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한 장면

영화 <일 포스티노>의 한 장면 ⓒ 일 포스티노


타자를 통해 사회를 인식하다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의 유명한 공산주의 시인이자 정치인이다. 영화는 네루다의 정치사상을 많은 장면에 담아내지 않는다. 하지만 네루다는 마리오와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정치사상을 표현한다. 사실 영화의 배경인 이탈리아 섬마을은 계급적 분화가 뚜렷하다. 평범한 주민과 성직자, 부르주아 정치인의 차이가 뚜렷하다. 정치인들은 주민들을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네루다는 다르다. 그는 특별히 마리오를 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차별하지도 않는다. 처음에 마리오가 네루다를 찾아가서 시집에 서명해달라고 한다. 네루다는 대충 자신의 이름을 적고, 마리오의 이름은 써주지도 않는다. 마리오는 네루다의 불친절함에 실망하지만, 네루다가 대충 사인한 것은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지 말아 달라는 의미다.

네루다는 선각자의 이미지도 아니었다. 물론 두 사람의 관계에서 권위는 네루다가 쥐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를 아랫사람으로 취급하진 않았다. 네루다는 마리오의 사랑 상담을 해주고 실제로 그 사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런가 하면 네루다는 칠레에서 온 녹음기에 마리오를 이탈리아의 동지로 소개하기도 했다.

네루다가 떠나고, 마리오가 사회를 보는 눈 또한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섬마을 정치인을 뽑는 선거의 최대 이슈는 육지에서 물을 연결하는 수도였다. 주민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자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수도를 놓겠다고 약속한 것. 그러나 마리오는 주민들에게 "정치인들의 말은 거짓이며, 이들에게 속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정치인들은 마리오를 독불장군으로 취급하고 무시한다. 하지만 수도 설치 계획은 결국 무산되고, 마리오는 더 이상 이런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탈리아 대규모 사회주의자들의 집회에 참석한 마리오는 끝내 슬픈 최후를 맞이한다.

마리오는 네루다와의 평등한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마을 또한 평등한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도중에 시를 써서 사회적 집회에 참가하여 그것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이 사는 사회에 가지고 있던 불만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와 타자, 그리고 사회를 인식할 때 현재 나의 삶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어느 것 하나라도 인식하지 못한다면 사회적인 차별과 폭력에 순응하여 힘든 삶을 살게 되기도 한다. 자아 과잉의 시대에 타자를 인식하고 그들과 관계하며 사회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면 우리의 삶이 더욱 행복해지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왓챠아마평론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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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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