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마녀사냥>의 MC 성시경(왼쪽)

JTBC <마녀사냥>의 MC 성시경(왼쪽)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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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은 데뷔를 했던 그 순간부터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가수였다. 그 부드러운 미소와 뿔테 안경은 마치 편안한 동네 오빠 같은 인상을 만들어 줬으며, 그 오빠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줄 때면 여자들은 그 달달함에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이 남자가 지적인 매력이 있고, 은근히 나쁜 남자의 매력도 있다는 것이 방송을 통해 드러났고 이를 통해 여성 팬 전문 가수 성시경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그가 DJ를 맡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끝인사 '잘 자요' 한마디가 갖는 파괴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남자들에게 성시경은 그래서 좀 불편한 존재였을지 모른다. 노래를 좋아 해도 성시경은 좋아할 수 없는 아이러니함이 있었다. 그 부드러운 미소, 감미로운 목소리 모두 남자들이 섣불리 좋아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너무나 여성 특화된 성시경은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에게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그가 술을 잘 마셔도, 예능 프로에 나와서 땀을 뻘뻘 흘리며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여자 연예인을 들고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해도, 어르신들이 남긴 음식을 싹싹 비워도, 방송에 나와 공개적으로 남성 팬들에 대한 소중함을 피력해도 성시경은 항상 '여성'을 위한 인물이었다.

그런 성시경이 자신의 그 공고했던 금남의 벽을 깨고, 남자들에게도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있다. JTBC <마녀사냥>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나도 당신들 못지않게 음탕한 남자요!'라고 말하는 듯한 기운을 풍기고 있다. 신동엽의 성적인 개그를 받아주고, 허지웅의 캐릭터를 살려주고, 샘 해밍턴의 이해를 도우면서, 동시에 가장 일반적인 남자의 모습을 그려내는 성시경은 사실 보통의 남자들이 가장 공감하기 쉬운 출연진이다.

이미 신의 경지에 오른 신동엽과 성욕을 잃어버린 '사마천' 허지웅, 한국사람 같지만 일단은 외국인인 샘의 생각이나 인식이 평범하지 않고 조금 튀는 성향이 있다면, 성시경은 이 사이에서 일반적인 공감대를 가장 잘 이끌어내고 있다. 마침내 남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 성시경과 남자들은 음란한 이야기로 합의점을 찾아냈다.

<마녀사냥>에서 성시경의 활약은 다른 모든 출연진에 비해 두드러지는 것 같진 않아도 실은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메인 호스트는 신동엽이지만 실제로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이 성시경이기 때문이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인 매우 보편화된 시각, 예를 들면 '내 여자가 다른 남자들과 해변에 놀러간다고 할 때 그것을 쿨하게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신동엽의 성적인 개그에 적절한 리액션을 해주고, 허지웅의 과함을 매력으로 승화시켜 주며, 샘이 프로그램 안에 잘 녹아 들 수 있도록 가교의 역할을 하는 중심점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의 몸을 사리지 않는 재연을 통해 <마녀사냥>에서 가장 부족할 수도 있는 역동성까지 마련해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방송 <마녀사냥>을 매우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게끔 돕고 있다. 덕분에 많은 남자들이 성시경에게 씌워진 '버터왕자'의 굴레를 지우고 성시경을 꽤 재밌는, 꽤 합리적인, 꽤 매력 있는 남자로 여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마녀사냥> 캐스팅의 가장 중요한 한 수는 감히 '성시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곽정은 기자도 신의 한수였다.) 성시경은 이 방송으로 그가 그렇게 귀중히 여기던 남자 팬을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많은 여자 팬 또한 확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사마천 허지웅보다는 적은 수이겠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 성시경은 '버터왕자'에 둘러싸이여 있던 자기의 공고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남자들과도 교류할 수 있는 매력 있는 성시경으로의 진화를 이뤄냈다. 마침내.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trjsee.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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