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 제작발표회에서 왕가네 둘째사위 허세달 역의 배우 오만석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8월 KBS 2TV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 제작발표회에서 왕가네 둘째사위 허세달 역의 배우 오만석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 "미리미리 미춰버리겠네~~!"

배우 오만석이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허세달 역을 맡아 물 만난 고기처럼 마음껏 촬영장을 휩쓸고 있다.

극 중에서 이름처럼 허세만 가득한 허세달은 왕호박(이태란 분)의 남편으로 천 원짜리 한 장을 얻으려고 아내에게 비굴함을 보이면서도 "내가 당신과 살아주는 거다"라고 울화통 터지는 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어 보는 이로 하여금 기함하게 만드는 허세의 달인.

허세달은 최근 호텔 상속녀 은미란(김윤경 분)을 만나 돈의 맛을 알게 되고, 은미란의 제안으로 계약연애를 시작했다. 오랜 시간 아내한테 빌붙어 살던 허세달의 불륜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가도, 천진하게 막말을 하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인들을 향해 "미춰버리겠네~"라고 고개를 젓는 모습에는 울화통을 넘어서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제는 바람까지 피우는 허세달, 제가 봐도 너무하다 싶죠"

새벽부터 서울 청담동 모처에서 <왕가네 식구들>의 촬영에 한창인 허세달 역의 오만석을 15일 만났다. 오만석은 이제 바람까지 피우며 막 나가는 허세달에 대해 "제가 연기를 하면서도 너무하다 싶다"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어 "하지만 작가님도, 연출님도 좀 더 허세달이라는 인물을 나쁘게 표현해달라고 하셔서 더 적극적으로 연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고충을 전했다.

"지금은 좀 점잖은 수준으로 보시는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는 좀 더 나가기를 바라시는 것 같아요. 허세달은 아직 정신 못 차리고 막 살고 있는 거죠."

<왕가네 식구들>은 시청률 30%가 넘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호박(이태란 분)과 수박(오현경 분),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김해숙 분)의 관계 등에서 납득할 수 없는 대사와 설정으로 인해서 막장 드라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고생하는 조강지처를 내버려두고 불륜까지 저지르는 허세달이 언제쯤 정신을 차릴 지, 이게 요즘 시청자들이 <왕가네 식구들>의 오만석과 이태란 커플을 보며 던지는 화두다.

"글쎄요.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봤을 때 한동안은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너무 돈의 맛을 알아버려서, 당분간은 더 돈의 노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허세달의 불륜행각

허세달의 불륜행각 ⓒ KBS


그러니 허세달의 '어이 없는 나쁜 짓'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연기하는 오만석이라고 편하게만 연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주에는 호박의 삼촌이자 허세달의 친구인 왕돈(최대철 분)에게 불륜 사실이 발각돼 흠씬 두들겨 맞아야 했다.

"그날 한강에서 촬영을 했는데 타박상도 생겼어요. 바닥에 한 30번 정도는 쓰러진 것 같아요. 한 2, 3시간 동안 맞는 장면을 찍는데 좀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렇게 흠씬 두들겨 맞는 허세달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쌤통이다' 싶기도 하겠지만 코피까지 쑥 빼는 그를 보며 살짝 측은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만석은 "지금은 제가 허세달로 사니까 점점 세달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며 "가져 보지 못 했던 돈을 갑자기 만지게 되면서 돈의 맛에 마약처럼 빠져 못 헤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외도 사실을 아내인 호박의 남동생은 물론, 호박의 삼촌까지 알게 되면서 점점 궁지에 몰려가는 허세달은 앞으로 이 드라마에서 오만석이 히트시킨 유행어 "미춰버리겠네~"를 연발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대본에는 '미추어버리겠네'라고 쓰여 있어요. 연습을 하면서 여러 가지로 연습을 했었어요. 상황에 다라서 조금씩 뉘앙스가 달라져요. 저번에는 '미리미리 미춰버리겠네~'라고 촬영장에서 만들어서 즉석에서 넣었는데 이제 작가님이 그것을 대본화해서 만들어주시기도 하고, 목을 막 움직이면서 '미춰버리겠네'라고 했더니 작가님이 목 움직이는 것 재미있다고 하시면서 목 다치는 장면도 넣어주셨어요. 배우를 잘 관찰해서 상호보완하면서 찍고 있어요. 유행어가 되었나요?(웃음)

팬 한분이 팬레터를 보내셨어요. 그분이 초등학교 선생님이신데, 미술시간에 어떤 학생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다가 잘 안됐는지 좀 있다가 '미리미리 미춰버리겠네'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팬레터를 보고 한참 웃긴 했습니다."

"속상하기도, 웃기기도 하는 인생 같은 드라마...재밌게 봐주세요"

  28일 오후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 제작발표회에서 왕가네 둘째딸 왕호박 역의 배우 이태란이 둘째사위 허세달 역의 배우 오만석이 맡은 배역을 설명하며 어꺠에 팔을 올리고 있다.

KBS 2TV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 제작발표회 당시. 왕가네 둘째딸 왕호박 역의 배우 이태란이 둘째사위 허세달 역의 배우 오만석이 맡은 배역을 설명하며 어깨에 팔을 올리고 있다. ⓒ 이정민


오만석은 이번 드라마에서 이태란과 처음으로 함께 연기하고 있다. 억척스럽게 한 가정을 가장처럼 꾸리고 있는 호박 역 이태란과의 호흡은 어떨까.

"워낙 베테랑이고 너무 연기를 잘 해서 편하게 촬영하고 있어요. 옆에서 보면서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평상시나 회식할 때, 출연진들이 극 중 이름으로 불러서 평상시에도 '호박이'라고 불러요. 첫 리딩할 때부터 이상하게 이번 드라마는 처음 보는 멤버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뵙고 같이 지내온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숙함이 있었습니다."

호박이 복싱을 배우는 체육관의 다정하고 훈훈한 코치 호남형 역으로 출연하는 최재웅과 오만석은 삼각관계를 형성할 예정이다. 오만석과는 올 여름 뮤지컬 <그날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고, 한예종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저희 드라마에 호남형 역할로 재웅이가 들어와서 너무 반가웠어요. 뮤지컬에 이어 드라마까지 같이 하게 돼 더 뜻깊게 느껴지고요. 워낙 가진 게 많은 친구라서 이번 드라마로 좀 더 잘 돼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럴 만한 실력을 갖춘 배우니까요."

앞으로 삼각관계가 이어질 텐데, 서로의 역할에 대해 사석에서는 어떤 대화를 나눌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오만석은 "캐릭터에 감정 이입이 돼서 말은 잘 안하고 서로 피한다(웃음)"며 "속으로 '저거 한번 붙는 거 아냐? 그럼 내가 또 얻어맞겠지?' 그런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오만석은 최근 열린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의 MC를 본 이후 목감기가 걸려 있었다. 대사를 완벽히 소화해내면서도 촬영 중간 중간 목을 가다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허세달 역할이 톤이 워낙 높고 '미춰버리겠네'를 연발하는 상황이라서 목이 남아나지 않고 있다고. 그럼에도 오랜만에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드라마 덕분에 행복하게 촬영을 하고 있다.

"저희 드라마가 지금 감사하게도 시청률 30%를 넘기면서 잘 되어가고 있는데, 드라마라는게 어떻게 보면 여러 가지 삶을 많이 잘라 내서 보여드리다 보니까 보다 보면 답답한 것도 있고 속상한 것도 있고 배꼽 잡고 웃기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시청자들의 취향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작가님들이 여러 가지 상황들 속에서 길게 보시고 이런 저런 사건들을 통해 재미나게 써 주고 계세요. 연출님이랑 작가님이랑 배우들과 한 식구처럼 즐겁게 촬영하고 있으니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팬클럽 '오만석닷컴' 7주년
"너무 감사한 존재"


 '왕가네 식구들' 오만석

'왕가네 식구들' 오만석 ⓒ 조경이


뮤지컬 배우 때부터 드라마 <포토밭 그 사나이><신돈>에 출연하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그와 함께 하고 있는 오만석의 팬들. 오만석이 팬클럽 '오만석닷컴' 식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감사한 존재입니다. 항상 촬영할 때도 저 뿐만 아니라 전체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식사할 수 있게끔 이벤트 해주세요. 음식도 직접 만들어서 뷔페도 마련해 주시고, 공연장에 도시락이니 뭐니 해서 다 가져다 주시고, 항상 공연장도 찾아와서 응원해주세요.

아주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오만석닷컴은 회원들끼리 인생 이야기도 털어놓고 저도 댓글을 다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공연이 아니더라도 다른 공연도 많이 보러 다니시고 되게 재미있게 사는 분들이 많아요.

좋은 공간이 7년 동안 성숙한 모습으로 지속되어 온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고 많은 인원이 들어오고 하는 것보다 지금처럼 꾸준히 좋은 공간으로 있으면 좋겠어요."



왕가네 식구들 오만석 이태란 조성하 오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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