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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영화 <깡철이>의 대략적인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깡철이> 포스터

영화 <깡철이> 포스터 ⓒ 시네마서비스·(주)더드림픽쳐스


치매에 걸린 어머니 순이(김해숙 분)가 계속 치는 사고와 수술비로 어렵고 힘들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부산 사나이 강철(유아인 분).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서울에서 여행 온 수지(정유미 분)와 함께 잠시나마 웃음을 되찾은 강철은 세상을 향해 틔운 희망의 싹을 살리고자 노력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나 수술비를 아직 마련하지 못했는데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하고, 설상가상으로 친구 종수(이시언 분)는 강철이를 도우려다 되려 위험에 빠뜨린다. 돈을 구하지 못하면 어머니와 친구가 위험해지는 상황에서 부산의 깡패 상곤(김정태 분)은 강철에게 위험한 선택을 제안한다.

반항아 유아인이 선택한 '부산 조폭 누아르'

<늑대소년>의 송중기, <건축학개론>의 이제훈,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그리고 <완득이>의 유아인. 1980년대에 태어난 이들 젊은 남자 배우군의 등장은 한참 동안이나 지속되던 송강호·김윤석·설경구·장동건·정우성·이병헌 등의 미중년 시대를 종식하면서 충무로의 주목할 만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영화 데뷔작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부터 일찌감치 불안한 청춘이 내뿜는 반항의 기운을 선보였던 유아인이 2011년 전국 관객 530만이란 놀라운 성적을 거둔 <완득이>의 다음 출연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깡철이>다. <친구>로 유명한 곽경택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안권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깡철이>는 유아인의 반항기가 오롯이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안권태의 숨결도 느껴진다. 전작 <우리 형>에서 부산의 학원가를 중심으로 사회에 드리워진 깡패의 그늘을 다룬 안권태 감독은 <깡철이>에서도 부산과 깡패, 어머니와 아들 등의 소재를 여전히 활용한다.

 영화 <깡철이>의 한 장면

영화 <깡철이>의 한 장면 ⓒ 시네마서비스·(주)더드림픽쳐스


치매에 걸린 어머니 순이의 병 수발을 도맡은 아들 강철은 아무리 고달파도 "힘들다"는 말을 내뱉지 않는 '깡'으로 뭉친 부산 사나이다.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강철에겐 반항아 '도완득'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조금 나이가 든 관객이라면 오토바이를 몰며 부산을 질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과거 국내 극장가를 주름잡던 홍콩 누아르의 대명사인 유덕화를 떠올릴 법하다.

2013년에도 여전히 과거의 '조폭 영화'에 머무르고 있는 '깡철이'

어떻게든 깡패 세계를 멀리하고 어머니와 함께 오붓한 삶을 살려는 아들이 그려진 <깡철이>는 <해바라기>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많다. 과거에 깡패였던 자의 이야기인 <해바라기>와 (지금을 포함한) 앞으로도 결코 깡패가 되고 싶지 않은 자의 이야기인 <깡철이>는 모두 깡패의 세계를 멀리하려는 인물이 등장한다. 두 영화 모두 배우 김해숙이 어머니로, 김정태가 깡패로 출연했기에 드는 연상도 무시할 수 없다. 두 영화의 다른 점이 있다면 감정을 울리는 호소력의 차이다. <해바라기>의 오태식(김래원 분)의 절규에선 절절한 눈물이 흐르지만, 강철에겐 그런 것이 없다.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된 한국 영화 르네상스에서 유일하게 장르화에 성공했던 '조폭' 장르의 틀을 빌린 <깡철이>는 여기에 유아인이라는 '스타'를 결합시키는 전략을 구사한다. 지금 충무로는 조폭 장르의 한 축이었던 조폭 코미디가 <박수무당>을 통해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했고, 다른 한 축인 조폭 누아르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나 <신세계>등을 통해 한국 지형에 맞는 갱스터 장르로 변화하는 흐름이다. <깡철이>는 이와 달리 지나치리만치 과거시제에 머물러 있다. 2013년은 <초록물고기>나 <친구>의 시대가 결코 아니다.

 영화 <깡철이>의 한 장면

영화 <깡철이>의 한 장면 ⓒ 시네마서비스·(주)더드림픽쳐스


<게임의 법칙>과 <초록물고기> 같은 (당시로서는) 새로운 깡패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깡패 세계에 뛰어들었지만, 결국은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과거 한국의 성공 신화가 이젠 불가능함을 은유했다. 반면에 <깡철이>에서는 현재의 한국은 그들의 손아귀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음을 강철의 모습을 통해 읽을 수 있다. 이 정도가 <깡철이>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의미한 부분이다.

앞으로 계속 반항아의 이미지를 살려 나갈지, 그리고 지속해서 <친구> 스타일의 과거 회귀형 조폭 누아르 문법을 구사할지는 유아인과 안권태에게 숙제로 남겨졌다. 유아인과 안권태의 다음 선택에 대한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특히 한국 영화가 발굴한 귀한 광석인 유아인은 비슷비슷한 이미지로 낭비되지 않고 소중히 다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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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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