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SBS <송포유>가 마지막 3부를 방송했다. 폴란드 세계합창대회 출전을 놓고 벌인 성지고와 과기고의 대결에서 가수 이승철이 이끈 성지고가 이겼다.

지난 26일 SBS <송포유>가 마지막 3부를 방송했다. 폴란드 세계합창대회 출전을 놓고 벌인 성지고와 과기고의 대결에서 가수 이승철이 이끈 성지고가 이겼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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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SBS <송포유> 3부 방송을 기다리는 마음은 복잡했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합창대회 도전기를 담으면서 '일진 미화' 논란이 일었던 프로그램인지라, 마지막 3부에서 진정성을 갖춰, 반전 있는 결실을 맺기를 기대했다. 그것이 논란 일색이던 <송포유>에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방송은 못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가수 이승철과 엄정화 멘토가 각각 이끄는 성지고와 과학기술고(이하 과기고) 중 한 팀을 선정해 폴란드 세계합창대회에 출전하는 모습을 담은 마지막 순간까지, <송포유>는 경쟁 위주의 대결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기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 대결은 제목처럼 '당신을 위한 노래'가 되지 못하고, 한낱 자기 자신을 위한 노래에 머문 느낌이었다.

세계대회 출전을 놓고 한 경쟁, '약육강식' 알려줬다

이날 <송포유>의 성지고와 과기고의 합창 대결은 여러 논란에도 흥미롭다고 할 만 했다. 양 학교 출연자들의 뛰어난 합창 실력에서 그동안 얼마나 노력 했는지를 짐작 할 수 있었다. 성지고의 '아리랑'과 과기고의 '시즌스 오브 러브(seasons of love)'는 듣는 이를 울컥하게 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1, 2부 방송 당시 비판 일색이던 시청 평도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

하지만 뛰어난 합창 실력으로 인한 감동은 오래 가지 못했다. <송포유>의 끝에서 느낀 것은 결국 아쉬움이었다. 방황청소년들의 아름다운 변화와 그 성장을 엿볼 수 있는 노래가 한낱 승패의 대결에 묻혔기 때문이다.

 <송포유>에서 과기고의 합창을 지휘한 가수 엄정화가 폴란드 세계합창대회 출전을 놓고 벌인 성지고와의 경연에서 패한 후 학생들과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송포유>에서 과기고의 합창을 지휘한 가수 엄정화가 폴란드 세계합창대회 출전을 놓고 벌인 성지고와의 경연에서 패한 후 학생들과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 SBS


이날 대결에서 성지고는 211표를 받아 189표를 받은 과기고를 이겼다. 대결에서 이긴 성지고 학생들은 과기고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고 "이겼다!"를 연호했다. 대결에서 진 과기고 학생들은 "나빴어"라고 속상해하며 눈물을 흘렸다. 여름방학도 반납한 채 함께 경쟁하며 달려온 두 팀의 청소년들은 승부 앞에서 '우리'가 아닌, 승자와 패자로 갈렸다.

어느 순간 <송포유>는 정말 이기기 위한 경쟁이 되어 있었다. 방황 청소년들의 동기유발을 시켜주는 자극제였던 폴란드 세계합창대회 출전은 어느 순간 <송포유>의 전부가 되어 있었다. 성지고 학생들에게는 폴란드 합창대회에 출전할 자격이 주어졌지만, 경연에서 진 하위 3%의 유쾌한 반란은 볼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승리 이전에 배려하는 마음

우리는 스포츠에서 '경쟁'이라는 것을 뛰어넘는 장면을 여럿 본다. 권투의 치열한 난타전이 끝나고 양 선수가 서로를 부둥켜안는 장면, 열띤 축구 경기가 끝나고 양 팀 선수가 유니폼을 교환하는 장면은 감동을 준다. 자신 뿐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송포유>에서도 그런 스포츠맨십을 기대했다면 무리일까. 프로그램의 본질이 학교의 변방에 밀린 아이들이 노래를 통해 꿈을 찾는 과정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랬다. '대한민국 하위 3%의 유쾌한 반란'이라는 슬로건을 단 <송포유>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뭐 그리 중요했겠는가.

우리 교육계에서의 문제도 결국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상대방을 무시해 폭력을 가하고, 상대방을 무시해 따돌림을 시킨다. 그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쟁과 승리 이전에,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었다.

제작진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송포유>의 대결 방식은 안타깝게도 현실과 같은 약육강식의 세계를 느끼게 했다. 문득 <송포유>에 다른 반전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승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닌, 패자도 보듬는 반전 말이다. 이를테면, 두 학교가 연합해서 합창대회에 출전했다면 어땠을까?

모두를 이끌고 가기에 예산이 부족했다면 국내의 작은 합창대회에 출전했더라도 그 의미는 분명 각별했을 것이다. 누군가를 괴롭혔거나, 방황했거나, 혹은 따돌림을 당한 청소년들에게 '혼자보다 함께 가는 것이 멀리 간다'는 교훈을 전할 수 있기에.

송포유 이승철 엄정화 성지고 과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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