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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유희열이 MBC <무한도전> 가요제의 게스트로, tvN < SNL코리아 > '위크엔드 업데이트'의 코너 진행자로 예능에 등장했다.

그동안 유희열은 이따금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과 같은 예능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음악 프로그램인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아래 <스케치북>)과 라디오를 제외하곤 활동반경은 크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이제 지속적인 프로젝트로 음원까지 출시해야 하는 <무한도전> 가요제와 일회성 출현이 아닌 고정 크루의 자격으로 < SNL코리아 >에 등장한 것이다.

'유희열'이라는 캐릭터, 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가

 7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가수 유희열

7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가수 유희열 ⓒ MBC


사실 유희열의 예능계 진출은 늦은 감이 있다. <스케치북>을 4년가량 진행해 오면서 그의 진행 실력은 익히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게스트가 출연해도 웃음을 이끌어내는 화법으로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유희열은 게스트들에게 짓궂은 농담이나 성적인 뉘앙스의 발언들을 심심치 않게 구사하며 허를 찌르는 촌철살인으로 대화를 주도해 나간다. 앞으로 유희열 이상의 음악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윤도현이나 이소라 등, 전임자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 유희열식 진행은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제대로 표출해 냈다.

유희열식 화법의 특징은 다소 선정적일 수 있는 발언들도 유쾌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는 성적인 발언의 대가인 신동엽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신동엽이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지키며 성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쪽이라면 유희열은 오히려 "내 이름을 검색하면 19금이 뜬다"는 식의 발언이나 여자 가수들의 섹시한 의상에 흥분하는 모습 등으로 자신이 직접 성적 희화화의 대상이 된다.

그가 그렇게 웃음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오히려 약자의 입장에서 게스트들을 띄워주는 개그감으로 승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그는 "내가 성적인 발언을 해도 화가 나지 않는 이유는 한 방에 때려눕힐 수 있는 몸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이미지도 그의 개그가 인정받는 데 한 몫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그의 천재적인 화술에 있다. 그는 언제 그런 발언이 먹히고 언제 먹히지 않을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단순히 성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스트들의 특징을 잘 파악한 후 게스트에 맞는 맞춤형 개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예능감은 평범하지 않다.

단순히 성적인 농담만이 아니라 그는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농담을 던질 줄 안다. 그에게서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이 나와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그 말이 언제나 농담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대중이 정색할 수도 있는 범위를 넘나들면서도 그의 발언들은 언제나 웃음으로 끝맺음 된다.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농담이 아닌, 분위기를 띄우는 농담이기 때문에 그의 발언들은 대부분 성공적일 수 있는 것이다.

음악과 예능, 두 마리 토끼 잡을 유희열을 기대하며

 7일 방송된 tvN < SNL코리아 >에 출연한 가수 유희열

7일 방송된 tvN < SNL코리아 >에 출연한 가수 유희열 ⓒ CJ E&M


그런 그가 < SNL코리아 >의 크루로 출연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 SNL코리아 >가 성인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유희열의 '변태'이미지는 프로그램에 딱 들어맞는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유희열식 화술이 더해졌을 때, < SNL코리아 >에 이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변태'라는 그의 별명 앞에는 '감성'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붙는다. 이는 그가 뛰어난 뮤지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의 이미지가 부드럽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 그의 캐릭터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첫 회부터 유희열은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개그감각을 뽐내며 확실한 어필을 마쳤다.

대세 아이돌인 수지를 언급하거나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성적인 발언에 이용하는 감각은 유희열이었기 때문에 온전히 농담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자신의 이미지를 제대로 이용해 뛰어난 화술을 선보이는 유희열의 재능은 예능에서 원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그만의 무기다.

물론 그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그래도 '음악'이다. 수년간 많은 예능의 러브콜을 받았음에도 오로지 <스케치북>과 라디오 스케줄만을 소화했던 그에게 있어서, 음악은 언제나 진지한 영역이다. 그의 이미지가 예능으로 소진되면서 음악이 상처받는 것을 그는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희열이 그동안 보여준 감각은 그 둘을 제대로 분리해 두 가지 영역에서 두 가지 재능을 다 뽐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예능인과 뮤지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도 얄밉지 않은 유희열. 그가 앞으로도 예능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을 것인가. 예능계와 대중은 지금 그를 주목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한밤의 연예가 섹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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