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은 14.3%(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를 시록했고, <일요일이 좋다>의 전체 시청률은 9.2%에 그쳤다.

지난 18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은 14.3%(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를 시록했고, <일요일이 좋다>의 전체 시청률은 9.2%에 그쳤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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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의 시청률 추이가 심상치 않다. 20%를 육박하던 시청률은 어느새 10%대 초반으로 떨어졌고, MBC <일밤-진짜 사나이>는 물론이거니와 KBS <해피선데이-1박 2일>에도 뒤처지고 있다. '국민 MC' 유재석과 베테랑 멤버들이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지만, 시청자의 호응을 예전만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런닝맨>은 10대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올해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20%를 넘나드는 시청률로 일요일 저녁을 평정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2013년 중반에 들어서며 분위기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일요일이 좋다> 전체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데다가 화제성 역시 경쟁작들에 뒤처지는 형국이다. 어떤 식으로든 조기에 이번 위기상황을 수습할 필요가 있다.

최약체였던 '일밤'의 급부상…일요 예능 판도 뒤집다

 <진짜 사나이>

<진짜 사나이> ⓒ MBC


<런닝맨>이 지금의 위기를 맞게 된 주된 원인으론 경쟁 구도의 변화가 첫 번째로 손꼽힌다. 기존 일요일 밤 6시 시간대는 <런닝맨>이 앞서가고 <1박 2일>이 그 뒤를 바짝 쫓는 '2파전' 양상이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일밤>이 극도의 부진을 겪으며 붕괴 양상으로 치닫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런닝맨>으로선 전통의 라이벌인 <1박 2일>만 확실히 견제할 수 있다면 무리 없이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사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밤>이 야심차게 꺼내든 군대 리얼 버라이어티 <진짜 사나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최약체로 분류됐던 <진짜 사나이>는 군대의 여러 가지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며 남녀노소 가릴 것 없는 호응을 이끌어 냈고, 결국 출범 4개월 만에 <런닝맨>을 제치고 동시간대 1위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이다.

게다가 <진짜 사나이>가 '아기 병사' 박형식을 앞세워 <런닝맨>의 주 시청자 층이었던 10대를 적극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런닝맨>은 더욱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고정 시청자를 빼앗긴다는 것은 프로그램의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다. <런닝맨> 입장에서는 고정 시청자를 철저하게 사수하는 동시에 외연을 확장하며 <진짜 사나이>를 쫓아가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환경이 아닐 수 없다.

<1박 2일>의 존재 또한 여전히 거슬린다. 한 물 간 프로그램 취급을 당하고 있긴 하지만 <1박 2일>의 고정 시청률은 9~11%로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런닝맨>과 <진짜 사나이>가 사활을 건 싸움을 하는 동안 <1박 2일>은 오히려 50~60대 장년 시청자를 꾸준히 공략해 동시간대 2위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했다. 이제는 한정된 시청률 파이를 두고 <진짜 사나이> 뿐 아니라 <1박 2일>과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구도로 변모한 것이다.

잃어버린 추격 본능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라인을 살려라

허나 외부 환경의 변화만큼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내부 문제다. 과거 <런닝맨>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추격전을 바탕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끝없이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멤버들 속에 스파이를 집어넣어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미션이 한데 뒤엉켜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며, 다양한 캐릭터들이 이름표를 떼기 위해 사생결단을 벌이는 모습 등은 <런닝맨>만의 차별화된 강점이었다.

그러나 최근 <런닝맨>은 매너리즘에 빠진 구성, 캐릭터에 과도하게 의존한 스토리텔링, 스릴 넘치는 추격전의 재미를 잃어버리면서 과거만큼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채워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한 해 끝없는 혁신을 통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여갔던 <런닝맨>에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면 상당히 실망스러울 것이다.

<런닝맨>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싶다면 위에서 거론한 내부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특히 잃어버린 추격 본능을 되살리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라인을 구성하려는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산발적으로 흩어진 의미 없는 게임들을 메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데 엮어내고 심리전과 추격전의 묘미에 최대한 집중하는 초심이야말로 <런닝맨>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다변화도 함께 꾀해야 한다. 김종국, 송지효, 이광수, 개리 등 기존 런닝맨 멤버들의 확고한 캐릭터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캐릭터가 노후화 되고 식상해진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가지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시도해 보고 단순화 된 캐릭터 간 관계설정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면 프로그램 자체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 넣을 수 있다. 때론 작은 변화가 큰 성과를 가져다주기도 하는 법이다.

게스트에 너무 집착하는 태도 역시 버렸야 한다. <런닝맨>은 기본적으로 게스트 없이도 충분히 재밌는 프로그램이다. 오히려 음반 홍보, 영화 홍보를 핑계로 단발성 출연을 하는 게스트들 때문에 프로그램의 질이 저해되는 일이 생기기 십상이다. 때론 '최강자전'처럼 멤버들만 데리고 작품을 만들어 가는 뚝심이 필요하다. 시청자가 원하는 건 게스트가 아니라 몰입도 높은 게임쇼와 추격전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현재 <런닝맨>은 아슬아슬한 심리싸움과 숨 막히는 추격전 대신 잡담과 몸개그가 난무하는 평범한 게임쇼로 전락해 있다. <진짜 사나이>와 <1박 2일>에 맞서 <런닝맨>이 제대로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면 웃음에 대한 강박은 잠시 내려두고 그들만이 시도 할 수 있는 스릴 넘치는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

이제 모든 공은 <런닝맨>에게 돌아갔다. 위기를 맞고 있는 <런닝맨>은 과연 끊임없는 혁신으로 떠나간 시청자들을 다시 붙잡을 수 있을까. 지난 2년간 주말 예능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런닝맨>이 냉엄한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

런닝맨 진짜 사나이 1박 2일 유재석 박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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