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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말을 하는 남편 때문에 고민이라며 KBS 2TV <안녕하세요>를 찾은 아내의 모습.

막말을 하는 남편 때문에 고민이라며 KBS 2TV <안녕하세요>를 찾은 아내의 모습. ⓒ KBS


최근 방송계는 물론이고 사회 이곳저곳에서 '돌직구'란 표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볼 끝이 묵직한 속구'를 뜻하는 '돌직구'는 민감한 질문을 돌려 말하지 않고, 핵심을 찔러 물어본다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게스트 눈치 보지 않고 물어볼 건 확실히 물어보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속 한혜진에게 '돌직구녀'라는 별명이 생긴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돌직구'란 표현이 상대의 기분 따위는 고려치 않고 내 할만 만하는, 이른바 '독설'과 '막말' 등의 용어와 혼용되기 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대놓고 독설 배틀·막말 경연 등의 시덥지 않은 대결을 펼친 뒤, 이를 '돌직구'라 포장하기 급급했다. 그러다보니 '돌직구'와 '막말'을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일부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언사를 소신 있는 발언으로 착각하기에 이르렀다.

5일 KBS 2TV <대국민 토크쇼-안녕하세요>에 출연한 이른바 '막말 남편'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이 방송에서 남편의 막말 때문에 고민이라며 스튜디오를 찾은 한 아내의 사연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주름 자글자글한 것 좀 봐라. 살이 디룩디룩 쪄서 굴러다니겠다"와 같은 외모 지적은 물론이고, 같이 밥을 먹다가도 "너 머리 진짜 크다. 생긴 것도 억울하게 생겼다"와 같은 독설을 일상적으로 내뱉는다고 했다.

또한 남편은 잠을 자고 일어난 아내에게 "진짜 못생겼다. 얼굴 치워라. 밥맛 떨어진다"와 같은 상처를 주는 발언을 아무런 감정 없이 상습적으로 전해, MC는 물론이고 방청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심지어 아이를 출산한 아내에게 남편은 "소가 여물 먹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자고 일어나서 부어 있는 아내의 얼굴을 '붕어 대가리'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청소할 때 따라다니면서 '발이 진짜 징그럽다'고 말하는 건 예사였다. 만삭의 아내에게 "덩치도 남자 같고 너한테 깔려 죽겠다", "소도 때려잡겠다"고 말했다는 부분에선 남편의 인격 장애마저 의심될 정도였다.

문제는 아내에게 깊은 상처를 줄 정도로 심한 막말과 독설을 날리는 남편이 자신의 발언을 '돌직구'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MC들의 질타와 방청객의 야유가 계속되자, "세게 말해야 충격을 받고 움직이니까 남들보다 강하게 이야기한다"고 변명했지만, 진정으로 자신의 발언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 같은 남편의 막말...'돌직구'가 아니다

아내가 이혼까지 생각해 봤다고 이야기하자 그제야 "저 정도인지 몰랐다. 이혼을 생각한다는 사실에 충격"이라며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고 미안하다"며 아내에게 사과했지만, 다칠 대로 다친 아내의 마음속은 쉽게 치유될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남편의 막말이 앞으로도 계속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었다.

사실, 남편이 자신의 발언을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말'로 이해하는 한 그의 막말은 쉽게 고쳐지지 않으리라 본다. 때문에 남편이 알아야 할 것은 바로 '돌직구'에 대한 올바른 개념이다. 야구에서 직구는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해야만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볼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트라이크 존이라는 것은 투수, 타자, 심판 모두가 정해 놓은 일정의 룰이다. 그 룰은 모두가 지켜야 할 약속이며, 그 룰에 의해 야구가 진행된다.

그런데, 남편이 '돌직구'란 생각으로 던지는 '막말'은 상대방인 아내에게 상처를 주며, 원활한 결혼생활을 방해하는 이른바 '데드볼'이나 '빈볼'이다. 데드볼이란 타자의 몸에 맞는 볼을 의미하며, 빈볼이란 투수가 의도를 가지고 타자의 얼굴 쪽으로 공을 던지는 걸 일컫는다.

'돌직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 타자에게 상처를 주는 '데드볼'이나 '빈볼'이 되는 순간, 타자는 1루로 출루를 하게 된다. 투수는 더 이상 그 타자와 승부를 할 수 없다. 심할 경우 양팀의 벤치클리어링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만약 남편이 아내와의 지속적인 결혼생활을 원한다면, 그동안 자신이 내뱉은 발언들이 아내에게 얼마나 상처를 줬는지부터 먼저 반성하고, 더 이상 막말과 돌직구를 혼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돌직구 막말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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