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2>의 한 장면.

Mnet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2>의 한 장면.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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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면 좀 유치한 구석이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방송사에 내려준 심의규정 말이다. 순수하지 못한 사회 때문인지 몰라도, 심의의 본질이 모르는 것을 감춘다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모양새랄까.

요즘 세상에 욕을 모르는 미성년자는 많지 않다. '삐~' 소리로 가려도 알 건 다 안다. 마찬가지로 담배를 쥔 손가락을 모자이크로 가린다 해서 저게 담배인지 모르는 아이들 역시 없다. 그럼에도 이런 유해 요소들을 가려야 하는 이유는? 뭐, 아랫것들은 모르는 윗분들만의 고귀한 뜻이 있겠지.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길. 모든 유해요소에 대한 심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자는 건 아니니까. 사실 이 글의 의도는 심의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와는 거리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심의규정을 준수하는 센스와 기술에 관한 얘기다.

심의규정? 좋다. 그래서 가려야만 한다면? 그것도 좋다. 그렇다면 센스 있게 좀 접근할 순 없을까. 특히 음악에 관해서 만큼은 말이다. 여기서도 몇 가지 양보는 가능하다. 선정적 안무와 자극적인 뮤직비디오에 대한 수정? 거기까진 어떻게 참아볼 만하다. 하지만 노래에 들어가는 '삐~' 소리는 어떡할 건데?

본질적으로 음악은 소리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소리를 가리기 위해 소리를 덧씌우면 당연히 음악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 미성년자들에 대한 보호는 그렇다 쳐도 성인들이 문화를 온전히 즐겨야 할 권리도 같은 차원에서 존중받아야 법.

결국 그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결론적으로 다른 형태로 소리를 가리는 방법이 그래서 필요하다. '삐~' 소리 말고 욕을 어떻게 지우냐고? 발상의 전환을 하시라. '삐~' 소리 대신 아예 묵음으로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가수의 목소리를 샘플링해 욕 부분에 더빙하는 방식도 있다. 약 20년 전부터 미국에서 쓰고 있는 스킬이다.

힙합에 더 치명적인 '삐~' 소리…뭘 들으라는 거지?

 에미넴의 뷰티풀 뮤직비디오. 욕이 들어가지만 섬세한 묵음처리로 노래를 즐기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에미넴의 뷰티풀 뮤직비디오. 욕이 들어가지만 섬세한 묵음처리로 노래를 즐기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 유니버설 뮤직


욕과 음담패설로 도배한 1990년대 팝음악을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가진 밴드 콘(Korn)의 '아디다스(A.D.I.D.A.S)'가 좋겠다. "나는 하루 종일 섹스를 꿈꾼다(All Day I Dream About Sex)"는 엽기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이 노래는 가사에 욕설이 정확히 7번 들어간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삐~' 소리 대신 보컬의 음성을 샘플링해 덧붙였다. 박자가 늘어져 가려야 할 부분이 늘어난 곳은 노래의 감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별도의 보컬 더빙을 했다. 그 결과 억지로 개사를 해 곡의 주제가 변질되지도 않았고, 박자를 끊지 않은 채 그대로 살릴 수 있었다. 참고로 이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모두 1996년에 만들어졌다.

욕설하면 이 사람 빼놓을 수 없다. 작년에 한국에 와 "너희들의 두개골을 쪼개버리겠다"며 무시무시한 세리머니를 했던 에미넴의 '뷰티풀(Beautiful)' 뮤직비디오를 보자. 여기서도 욕설이라 판단할 수 있는 단어가 모두 7번 등장한다.

하지만 욕이 어느 순간에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섬세하게 묵음 처리를 했다. 미국 심의 권고안을 준수했지만, 곡을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노래에 '삐~' 소리가 들어갔다고 생각해보자. 록의 황제 퀸과 블루스의 대부 폴 로저스가 함께한 '리칭 아웃'(Reaching Out)의 도입부로 시작되는 이 곡의 환상적인 감흥이 완전히 뭉그러졌을 것이다.

'삐~' 소리는 가사와 리듬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힙합에 특히 치명적이다. 심의 규정상 내용은 알 수 없다 쳐도,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삐~' 소리가 리듬을 전부 망가뜨린다. 리듬 음악에서 리듬이 파괴되면 그 곡에서 대체 어떤 부분을 들어야 할까.

뮤직비디오뿐만이 아니라 라이브 무대에서의 편집도 마찬가지다. '삐~' 소리가 드럼도, 베이스도, 기타도, 보컬도 전부 잡아먹는 마당에 그 무대를 TV로 지켜보면서 대체 어떤 감흥을 느낄 수 있을까. 약간의 센스가 폭발적인 감흥을 불러올 때도 있는 법이다.

근데 지금 하는 얘기가 누군가를 직접 겨냥해 하는 소리 같다고? 맞다. Mnet <쇼미더머니2>. 지금까지의 얘기는 순전히 그들을 '디스'하기 위한 것들이었다. 이번만큼은 글에서 점잖을 소리를 할 수가 없었음을 이해해주기를. 그러니까 Mnet, 제발 무대에서 '삐~' 소리좀 안나게 하라!

쇼미더머니2 MNET 힙합 심의 에미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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