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이란 원래 그런 법이다. 한 번 빠져들면 점점 더 강한 것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 순리 아닌 순리 아니던가. 더욱이 제 갈 길을 잘 알면서 강한 자극을 추구해 왔을 때, 예전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오히려 '무리수'가 되어 버리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누가 알았나. 자의 반 타의 반 3주 동안 방송을 쉬고 돌아온 <SNL 코리아>가 보여준 것이 그러한 무리한 어색함일지. '풍자'와 '19금', '병맛' 등을 전체 기조로 채택해 시즌1부터 수위와 자극을 높여왔던 <SNL 코리아>. 그러나 '재정비'란 이름으로 돌아온 13일 방송은 마치 배우 김주혁이 출연한 1회처럼, 특유의 장기들은 수위가 현저히 낮아진 채 전체적으로 불안정함만이 '돋보이는' 기이한 '컴백'이 되고 말았다.

물론 호스트였던 배우 봉태규의 헌신은 처절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영화 <가루지기>의 실패와 '변강쇠'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봉태규는 일부 팬들로부터 SNS를 통해 "저렇게 망가져도 돼"라는 걱정을 들을 만큼 많은 코너에서 처절하게 망가지는 '헌신'을 보였다.

특히나 '업데이크 위크엔드'에 등장해 크루 안영미, 정경옥과의 아슬아슬한 애드립을 펼치는 장면은 '역시 배우구나'하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돌아온 <SNL 코리아>의 활력은 거기까지였다.

 <SNL 코리아>에 출연한 배우 봉태규

에 출연한 배우 봉태규 ⓒ tvN


현저하게 수위가 낮아진 '풍자'와 '19금', 그리고 '병맛'

첫 번째 코너로 내세운 '울음 참기' 대결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신개념쇼 '울긴 왜 울어'란 제목을 가져온 이 콩트는 출연자들이 자신의 슬픈 과거를 들으며 울음을 참는 대결을 펼치는 형식이었는데, 이것이 꼭 '울고 싶었던' 제작진의 3주간 휴식의 슬픔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재미 면에서 봉태규 등 출연자들의 표정 연기에만 기댈 수밖에 이 코너를 맨 앞에 배치한 것이야말로 그러한 심정의 토로가 아니었을까. 

이러한 <SNL 코리아>가 놓인 상황에 대한 언급은 희미하지만 감지는 가능한 수준이었다. 학교 현장을 언급한 '여왕의 교실'에선 '입시 비리'가 터져, 학교 자료가 모두 압수되고 교장 선생이 검찰에 소환해야 하는 상황을 묘사했다. '업데이트 위크엔드'의 안영미는 '자숙'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전체적으로 이날 코너들은 <SNL 코리아>의 초기로 돌아간 듯한 인상을 풍겼다. 봉태규와 농촌총각을 연기한 '나의 결혼원정기' 콩트에서 신동엽의 장기인 '19금 개그'는 수위를 현저히 낮췄고, '글로벌 텔레토비'를 대신한 '슬기로운 탐구생활'은  이제는 철 지난 <롤러코스터>의 '남녀생활탐구'의 나레이션을 도입하는 퇴행을 보였다.

 13일 방송된 <SNL 코리아>의 한 장면

13일 방송된 의 한 장면 ⓒ tvN


풍자가 거세된 <SNL 코리아>는 계속 표류할까

그래서 더더욱 우려가 되는 것이 'SNS 논란'의 중심에 섰던 기성용 선수에 대한 중복된 언급이었다. 정치인이나 유력인 대신 연예인이나 유명인들 개인을 도마 위에 올리는 것. 풍자가 거세된 자리엔 필히 이러한 '유명세'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보내는 계속된 '예의 주시'에 이은 CJ 이재현 사장의 구속 수사가 남긴 씁쓸할 뒷맛은 예상 가능했으나, 프로그램 전반에 이리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분명 한 주의 이슈를 어떻게 콩트로 녹이고 또 뉴스 속 촌철살인으로 요리할지 기대를 했던 지난 대선 정국 당시의 <SNL 코리아>를 기억하고 있지 않나.

김슬기는 '국민 욕동생'에 등극하며 수많은 광고에 출연했다. 신동엽은 여전히 '동엽신'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정성호, 김민교, 서유리 등이 크루들도 인지도를 높이며 광고에 출연 중이다. 그리고 SNS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짤방'들이 돌아다니며 <SNL 코리아>의 인기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렇게 시즌4를 거듭하며 '유니크'함을 자랑해온 <SNL 코리아>는 이대로 표류할 것인가. 보수적인 NBC 방송에서도 거침없는 풍자와 수위 높은 개그로 미국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오리지널 <SNL>(프로그램이 포맷을 판매한)의 관계자들이 <SNL 코리아>가 놓인 이 상황을 본다면 한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SNL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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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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