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현지 취재-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푸른거탑>의 김 하사, 말년 병장 최종훈이 건넨 치질 수술 후 유의사항에 충격을 받았던 그녀였지만, 일본에선 또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2010년 데뷔 이후 현지에서 '섹시 걸그룹'으로 통하는 'SDN48'의 멤버 중 배우 정시연이 함께 있었다.

이미 SDN48은 지난 3월 31일 공연을 끝으로 해체했다. 하지만 그녀를 기리는 팬들의 반응이 거세 쉽사리 이들은 무대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앙코르 공연의 재앙코르 공연. 팬들은 끊임없이 SDN48을 찾았고,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는 그들은 팬들을 위해 다시 뭉쳐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배우 정시연의 하루를 쫓기로 했다. 일본 현지 스태프와 관계자의 양해를 구해 무작정 도쿄를 찾았다. 날씨도 화창했던 5월 25일, 도쿄돔 시티홀에서 열린 SDN48의 앙코르 공연 '유혹의 가터'의 모든 현장을 따라다녔다.

 25일 오후 1시 30분 공연을 앞두고 SDN48 멤버들이 도쿄돔 시티홀에서 리허설을 갖고 있다.

25일 오후 1시 30분 공연을 앞두고 SDN48 멤버들이 도쿄돔 시티홀에서 리허설을 갖고 있다. ⓒ 김종한


[25일 오전 6시] 숙소 앞 전원 집합, 공연 준비는 지금부터!

해도 아직 덜 뜬 오전 5시 50분 SDN48멤버들은 분주했다. 공연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멤버들을 한꺼번에 '모시고' 가려는 소속사 측의 계산이었다. 모시고 간다지만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 자칫 늑장부리다가 제 시간에 못나오면 봐주지 않고 버스는 떠난다. 버스를 놓치면 알아서 공연장까지 와야하는 게 이들의 원칙이었다.

참고로 SDN48은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AKB48'의 자매 그룹 같은 존재였다. 섹시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지난 20, 30대 여성을 주축으로 한 팀이다. 해체 직전까지 매주 토요일 밤에 공연을 했다고 하여 SD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48이란 숫자는 소속사 회장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33명의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일본 소녀들이 한데 모였다. 정시연도 그곳에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아키하바라에서 도쿄돔으로 이동했다. 보통 공연 날 이른 아침부터 목을 풀고 합을 맞추는 게 일본 그룹의 생리란다. 

 리허설 중 잠시 휴식을 갖고 있는 배우 정시연.

리허설 중 잠시 휴식을 갖고 있는 배우 정시연. ⓒ 마당 엔터테인먼트


 SDN48의 멤버는 총 33명. 그들을 위한 의상 준비도 만만치 않다.

SDN48의 멤버는 총 33명. 그들을 위한 의상 준비도 만만치 않다. ⓒ 이선필


 일본 걸그룹 SDN48을 담당하고 있는 현지 매니저들의 모습. 리허설 중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일본 걸그룹 SDN48을 담당하고 있는 현지 매니저들의 모습. 리허설 중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마당 엔터테인먼트



[25일 오전 10시] SDN 1기부터, 3기까지 돌아가며 리허설


의상과 동선, 그리고 해당 곡의 안무를 체크하며 멤버들이 하나 둘 발성을 한다. 곧 시작될 무대 리허설을 위한 준비다. 인원이 많은 만큼 맞춰볼 것도 많고 동선 또한 복잡하기에 수시로 체크를 해야 한다.

이번 공연은 2010년 초기 멤버인 SDN48 1기부터 해체 직전 멤버인 SDN48 3기까지 한데 어우르는 무대였다. 25일 단 하루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2회에 걸쳐 나뉘었는데 오후 1시 30분 무대가 2기와 3기, 오후 6시 30분 공연이 1기로 진행된다. 기수 별로 곡과 안무가 나뉘었다가 함께 모이는 구성이기에 리허설 또한 그렇게 진행됐다.

정시연은 이중 3기로 소속돼 있었다. 그녀 또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오후 1시 30분 공연에서 총 17곡 중 정시연은 무려 9곡에 함께 하게 됐다. 너무 열심히 임했던 걸까. 아껴야 하는 목이 이미 절반쯤 쉬어버렸다. 안타까운 표정이었지만 시선만큼은 무대에서 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갑작스런 지시가 떨어졌다. 오후 6시 30분 1기 공연에 정시연도 합류하라는 취지였다. 갑작스럽게 3곡을 더 맞춰봐야 했다. 순발력이 발휘돼야 하는 순간이었지만 정시연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멤버들과 더 오랜 시간 공연을 함께할 수 있기에 내심 반기는 모습이기도 했다. 

 공연 직전 막간을 이용해 SDN48 멤버들이 식사를 받고 있다.

공연 직전 막간을 이용해 SDN48 멤버들이 식사를 받고 있다. ⓒ 마당 엔터테인먼트


 일본 걸그룹 식단.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먹어보았습니다.

일본 걸그룹 식단.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먹어보았습니다. 간이 살짝 들어간 밥과 토마토, 그리고 닭가슴살 샐러드와, 햄 등이 있었다. 간단해 보이는 식단이지만 신선했고 꽤 맛있네요. ⓒ 이선필


[25일 오후 1시 30분] 본 공연 시작, 도쿄돔 시티홀 2500석 팔 할이 남성 팬

드디어 본 공연의 시작이다. 그간 준비한 실력을 다시 한 번 팬들에게 보일 시간이다. 해체 이후 각 멤버들은 예능 프로나 코미디 프로, 광고 등에 출연하며 본인의 길을 걷고 있었다. 지난 3월 마지막 공연 이후 팀을 해체한다는 소식에 팬들, 특히나 남성 팬들의 반대가 컸단다. SDN48의 구성 멤버들의 매력이 저마다 다르기에 취향 따라 팬들도 각각 나뉘었다.

섹시 콘셉트인 만큼 공연장을 채운 건 80프로 이상이 남성 팬이었다. 순간 우리나라의 걸그룹을 사랑하는 삼촌 팬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반응은 그보다 더했다. 여기저기서 멤버들의 이름을 절규하다시피 외치는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유일한 한국인 멤버인 정시연이 등장하자, '가와이!'라는 비명이 들린다. 일본말로 귀엽다는 뜻의 말이 반갑기 그지없었다.

"일본에 처음 와서 말도 못하고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 일본어 선생님이 바로 팬 여러분들이고 SDN48 멤버들이었습니다. 이번에 이렇게 앙코르 공연을 하면서 제 첫 모습이 생각났고, 여러분들의 마음이 깊게 다가왔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정시연)

속 깊은 정시연의 소감에 환호가 커졌다. 무대 위에서 정시연은 객석을 향해 브이를 두 번 그려 보였다. 도쿄에서 6시간 거리인 오사카에서 달려온 팬을 위한 나름의 신호였다. 정시연의 극한 팬을 자처하는 이 사내는 지금껏 정시연의 공연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었다.

 SDN48의 공연 현장.

SDN48의 공연 현장. ⓒ 마당 엔터테인먼트


 팬들의 앙코르 요청까지 소화하는 SDN48의 모습. 마지막 곡을 선보이고 있다.

팬들의 앙코르 요청까지 소화하는 SDN48의 모습. 마지막 곡을 선보이고 있다. ⓒ 마당 엔터테인먼트



[25일 오후 4시] 잠시의 휴식, 아쉬움과 반가움이 공존했다


3시간에 가까웠던 공연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땀에 흠뻑 젖은 멤버들을 위해 대기실엔 그녀들의 가족과 지인들, 소속사 인원들이 와 있었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반가움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일본 내 방송, 언론 관계자들도 현장에서 SDN48 멤버들에게 명함을 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막간을 이용해 정시연을 찾았다. 다음 공연을 위해 휴식을 취하고 마사지를 받을 시간이었지만 정시연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자신과 친한 멤버들을 하나 둘 소개해주었다. 주로 어린 나이의 멤버들이 그녀를 잘 따르고 있었다. 어디선가 "언니!"하는 익숙한 한국말이 들렸다. SDN48에서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신디가 정시연에게 안기며 부른 말이었다.

"공연이 끝나간다는 게 느껴지면 감정이 복받쳐 올라오더라고요. 우리에겐 순식간의 시간이거든요." (정시연)

그러고 보니 무대 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비친 멤버들은 이미 눈물을 글썽이거나 눈물을 참는 모습이었음이 떠올랐다. 이미 해체된 SDN48에 대한 멤버들의 아쉬움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정말 아쉬워요. SDN48활동을 하면서 '아, 지금부터가 정말 열심히 할 시기구나' 깨달아 가고 있었는데 졸업(해체를 뜻함)하게 됐어요. 시연이 언니처럼 멋진 배우로 일본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기회가 된다면 꼭 활동하고 싶습니다!" (SDN48 3기 멤버 사이미)

정시연에 따르면 사이미(23)는 애초에 춤과 노래가 많이 부족한 경우였다. SDN48에 합류하면서 점차 성장하는 모습에 팬들이 많이 생겼고, 지금의 사이미는 팀 내에서도 전혀 손색없는 안무와 노래 실력이 됐다는 후문이다. 일본은 출중한 실력도 중요하지만 한 개인이 팀원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에도 많은 팬들이 감동하고 응원해주는 문화가 강하단다. 일본 대중가요가 쉽게 침체되지 않는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SDN48 멤버로 활동 중인 배우 정시연과 팀 내에서 그와 가장 친하다는 멤버 신디. 신디 역시 정시연처럼 배우의 꿈을 키우는 23살의 유망주였다.

SDN48 멤버로 활동 중인 배우 정시연(좌측)과 팀 내에서 그와 가장 친하다는 멤버 신디. 신디 역시 정시연처럼 배우의 꿈을 키우는 23살의 유망주였다. ⓒ 마당 엔터테인먼트


[25일 오후 6시]
어느덧 마지막 공연 무대에 오를 시간이다. 팬들이 꾸준히 성원을 보낸다고 하지만 오늘의 무대가 지나면 SDN48 멤버들이 또 언제 모일지 기약할 수 없게 된다. 각 멤버들은 짬이 난 시간을 통해 함께 휴대폰에 사진을 찍고 메시지를 교환하는 모습이었다. 각양각색의 옷을 입은 일본 걸그룹 멤버들 틈에 정시연 또한 함께 울고 웃고 있었다. 무대로 오르는 그녀의 뒷모습이 기억에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본 공연을 위해 SDN48멤버들이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본 공연을 위해 SDN48멤버들이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마당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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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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