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태백종합운동장에서 강원도 축구 맞수가 또 붙었다. 영동을 대표하는 강릉의 관동대학과 영서를 대표하는 상지대학교가 '제94회 전국체전 도대표 선발 결승전'에서 만났다. 이날 경기는 두 팀이 불꽃 튀는 접전을 펼친 끝에 3-2로 상지대가 승리했다. 이로써 상지대는 지난해 결승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하며 2011년에 이어 다시 강원도 대표로 선발되었다.

강원도 축구관계자 50여 명과 양 팀 선수 학부모 및 응원단 2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날 결승전은 그 어느 때보다 접전이었다.

 상지대 김승연선수의 돌파를 저지하는 관동대 박규석선수

상지대 김승연선수의 돌파를 저지하는 관동대 박규석선수 ⓒ 이종득


경기 시작 4분만에 기선 제압에 성공한 관동대

먼저 전반 4분 관동대 구정욱이 상지대 페널티박스 아크 정면에서 강력한 슛을 날려 상지대 골망을 흔들어 기선을 잡았다. 관동대 리더인 공격형 미드필더 이태영이 우측면으로 돌파하여 문전으로 크로스 한 볼은 양 팀 선수의 헤딩 경합으로 흘러나왔고, 볼은 구정욱의 오른발 등에 맞고 다시 날아갔다. 구정욱의 발등을 떠난 볼은 말 그대로 빨랫줄처럼 뻗어나가 상지대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관동대 선수들은 상지대 수비라인이 흔들린 상황을 놓칠세라, 계속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상지대 장신 수비수 김승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상지대 수비진은 어렵게 볼을 걷어내면 미드필드 싸움에 밀리며 다시 공격을 당했다. 관동대는 공격을 퍼부었지만,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특히 전반 10분, 중앙선 부근에서 상지대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부근으로 길게 연결한 볼을 관동대 한의권이 키핑해 돌파하다 뒤꿈치패스로 연결했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가던 서보민이 볼을 치고 들어가다  슛을 시도했지만 크로스바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경기 시작 후 계속 수세에 몰리던 상지대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전반 12분께. 좌측 골라인 부근까지 돌파한 이건우가 수비수를 제치고 크로스에 성공했고, 심민섭이 헤딩 경합을 하여 떨궈준 볼을 김종석이 논스톱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볼은 골대 모서리를 아쉽게 비켜갔다.

상지대의 공격이 살아나면서 이번에는 관동대 수비조직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15분이 지나면서 상지대 좌측 라인 이건우의 측면 돌파가 활발하게 이어졌고, 관동대 수비수가 한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쳐져 있던 상지대의 발 빠른 공격수 이학민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서 중앙 공격수로 나섰다. 실점을 당한 뒤 공격이 살아나자 최종 공격수로 있던 심민섭이 중앙수비수로 내려서고, 중앙수비수였던 김승연이 공격에 적극가담하기 시작했다.

 상지대 측면 공격수 이건우가 관동대 수비수가 백패스 한 볼을 향해 질주하는 장면

상지대 측면 공격수 이건우가 관동대 수비수가 백패스 한 볼을 향해 질주하는 장면 ⓒ 이종득


총 공격에 나선 상지대의 반격은 매서웠다

상지대의 반격은 거셌다. 상지대 이건우는 전반 34분 좌측면에서 볼을 키핑해 김종석에게 연결했고, 다시 라인을 따라 들어가면서 볼을 받은 이건우는 골라인까지 치고 들어가 크로스에 성공했다. 문전에서 헤딩 경합을 하며 볼을 안고 떨어진 이학민이 수비수를 제쳤고, 몸을 날리며 가로막는 골키퍼마저 로빙 킥으로 제친 후 볼을 가볍게 밀어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1-1 상황이 되자 상지대 수비진도 안정을 찾았다. 많이 뛰는 이건우와 이학민, 김승연이 미드필더 진영까지 내려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최종 공격수인 김종석에게 일대일 찬스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드리블 돌파가 좋은 이건우의 측면 공격도 위협적이었다. 관동대 미드필드에서 볼이 자주 끊기면서 경기 주도권은 상지대쪽으로 넘어갔다.

역전 골은 전반 42분에 터졌다. 우측 코너에서 찬 볼을 중앙수비수로 쳐져 있던 장신 공격수 심민섭이 올라와 헤딩골을 넣은 것이다. 상지대 선수와 응원단은 열광했다. 첫 골을 너무 일찍 준 상지대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역적에 성공하자 더욱 열렬하게 응원했다.

후반전에도 양 팀은 다시 미드필드 진영에서 밀고 밀리는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선수들은 필사적으로 볼을 향해 몸을 날렸고, 벤치에서도 쉼 없이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상지대가 먼저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후반 12분이었다. 상지대 수비진영에서 이학민이 볼을 차단하여 좌측면 공격수 이건우에게 연결했고, 발 빠른 공격수 이건우는 수비수를 달고 라인을 따라 질주했다. 이후 골라인 부근에서 크로스에 성공했다. 문전에는 골잡이 김종석이 있었다. 볼을 향해 떠오른 김종석은 볼에 머리를 정확하게 맞춰 각도를 꺾어 골문으로 집어넣었다.

스코어가 3-1이 되자 상지대 벤치는 선수들에게 침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관동대의 반격은 날카롭지 못했다. 장신 공격수 이진표와 투지가 좋고 드리블 능력이 좋은 박규석을 투입하여 반전을 노렸지만 채광훈과 심민섭로 이뤄진 상지대 중앙수비벽은 견고했다. 또 노련한 이학민의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도 돋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동대는 조급해졌다. 문전으로 길게 볼을 올려 경합하는 상황을 자주 만들면서 총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관동대 공격수들의 날카로운 슛은 순발력이 좋은 황인혁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그리고 후반 41분 관동대의 만회골이 터졌다. 골라인에서 올라온 볼이 상지대 페널티박스 우측 모서리 부근으로 떨어졌고, 이 볼을 이진표가 잡아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문전으로 돌파하는 길영태에게 패스해 슛으로 연결되었다. 볼은 골키퍼가 손쓸 틈도 없이 골망을 출렁였다.

하지만 관동대에게 더 이상의 찬스는 없었다. 주심은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다. 관동대 선수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상지대 선수들은 감독에게 달려들어 승리의 기쁨을 나누었다.      

 승리 후 송상우 감독을 헹가레치는 상지대 선수들

승리 후 송상우 감독을 헹가레치는 상지대 선수들 ⓒ 이종득


강원도 축구의 라이벌로 떠오른 관동대와 상지대

사실 강원도에서 축구 맞수하면 강릉제일고(구강릉상고)와 중앙고(구강릉농고)를 꼽을 수 있다. 축구부 창단 7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두 학교는 그동안 28번의 정기전을 치렀으며, 그때마다 강릉시민은 물론 양교 동문들이 강릉종합운동장을 가득 메운다. 이는 연세대와 고려대,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만큼이나 유명한 더비다.

하지만 고등학교 축구가 주말리그로 전환되면서 정기전은 다소 열기가 식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매년 열리는 전국체전 도대표 대학 선발전은 상지대와 관동대의 라이벌 관계를 만들었다. 그동안 전적은 관동대가 월등하게 앞서 있지만 2011년 상지대가 16년만에 관동대 벽을 넘고 도대표로 선반되었다가 지난해에도 피 말리는 접전 끝에 관동대가 승리했었다. 그리고 올해는 상지대가 승리한 것이다.

강원도 축구관계자는 "근래들어 상지대가 전국 대학축구에서 신흥강호로 떠오르며 지역의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어 축구 열기를 후끈하게 달구고 있다"며 "경기력 면에서도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76개 대학이 참가하여 매주 금요일 열리는 '2013 카페베네 U리그'에서 상지대는 중부1권역에서 7승1무1패로 강호 고려대와 중앙대를 따돌리고 광운대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관동대는 강호 건국대와 숭실대 등을 따돌리며 중부3권역에서 7승2패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날 승리로 강원도 대표로 제94회 전국체전에 참가하게 된 상지대 송상우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얻은 영광이니, 모든 공은 선수들에게 있다"며 "그리고 지난 2011년에 전국체전에 출전하여 8강전에서 아쉽게 탈락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하여 강원도 대표로서 부끄럽지 않고,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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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구 전국체전 상지대축구부 송상우감독 이건우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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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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