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구라가 지난 14일부터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의 새로운 MC로 합류했다.

방송인 김구라가 지난 14일부터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의 새로운 MC로 합류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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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여 전입니다. 4.11 총선에 나선 김용민을 지지한 동영상을 계기로, 10여 년 전 두 사람이 함께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막말이 다시 불거지며 김구라는 당시 모든 방송 활동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그의 활동중단에 대해 세간에서는 '김용민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10년 전 19금 인터넷 방송 아니냐', '그래도 정신대 할머니들에게 그런 말을 하냐' 등 갑론을박 많은 시시비비가 오고 갔지만, 김구라는 마치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기라도 한듯 모든 활동을 중단했지요.

그리고 자숙과 소리 없는 봉사로 참회의 시간을 보내던 김구라가 슬슬 케이블을 통해 복귀의 시동을 걸 무렵, 무엇보다 사람들은 공중파에서 그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자, 김구라란 MC의 캐릭터가 두드러진 MBC <라디오스타>에 언제 복귀할 것인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MBC 김재철 사장은 단호하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고, 여전히 그의 원죄로 인해 김구라의 공중파 복귀는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것이 세간의 평이었습니다.

'복귀' 김구라, 일주일 내내 종횡무진 활동

 김구라는 <이야기 쇼-두드림>에 이어, 집단토크쇼 <화신>으로 본격적인 예능 활동에 나선다.

김구라는 <이야기 쇼-두드림>에 이어, 집단토크쇼 <화신>으로 본격적인 예능 활동에 나선다. ⓒ KBS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반년이 지난 지금, 김구라는 <라디오스타> 대신 SBS <화신>의 MC 자리를 꿰어 찼습니다. 그뿐이 아니죠, KBS 2TV 힐링 프로그램 <이야기쇼 두드림>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MC도 되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원래 그가 했던 tvN <화성인 바이러스>는 물론, <현장토크쇼 택시>에서는 운전대를 잡고 있지요. 뿐만 아니라,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JTBC <썰전>에서 정치·연예 비평의 양대 코너를 유유히 이끌어 가는가 하면, 금요일 밤 tvN <더 지니어스>에서는 들었다 놨다하는 두뇌 플레이로 여러 사람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월요일에 <현장 토크쇼 택시>, 화요일에 <화신>에 이어, <화성인 바이러스>, 수요일에 <이야기쇼 두드림>, 목요일에 <썰전>, 금요일에 <더 지니어스>까지. 최근 김구라는 1주일 내내 케이블과 공중파를 종횡무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김구라가 복귀와 함께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게 된 이유는 어딘가 각본에 의해 잘 짜인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이끄는 능력, 바로 그 지점에 있을 듯합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라디오스타>가 그를 목 놓아 기다렸듯이.

그 스스로 '변칙 파이터'라고 평한 것이 어울리게 김구라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매뉴얼이 아니라, 그 상황을 치고나가는 임기응변으로 예외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MC입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에, 오늘에 충실한다'는 그의 좌우명은 그가 자신이 속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의 것을 뽑기 위해 좌충우돌 돌진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의 다른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심지어 이경규조차 김구라가 언제 자신의 말을 방송에서 이용해 먹을지 몰라 함부로 말을 못한다고 할 정도로, 김구라는 방송의 재미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스타일입니다. 이는 새롭게 단장한 <화신>의 출연자 봉태규가 '이런 것도 해요!'라는 놀라움에서 충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돌직구'가 인기를 끄는 세태에서 김구라 스타일은, 호불호는 있지만, 보는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카타르시스를 가장 정확하게 짚어주지요.

자기 색깔 유지하며 시너지 발휘하는 능력

 tvN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에 출연하는 방송인 김구라

tvN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에 출연하는 방송인 김구라 ⓒ CJ E&M


돌아온 김구라가 전과 다른 지점은 자신의 색깔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선택해 간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하 것이든, 이전에는 <세바퀴>나 <붕어빵>등을 통해 보편적인 MC로서의 색깔을 유지해 갔었다면, 복귀 이후에는 <현장 토크쇼 택시>, <썰전>, 그리고 <더 지니어스>, <화신>에 이르는 것처럼요.

그 중에서 <현장 토크쇼 택시>나 <화신>은 <라디오 스타>의 변형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현무나, 신동엽, 혹은 김희선 등은 워낙 자신들의 색깔이 두드러진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화신> 첫 회에서 김구라는 쉽게 친해질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도 마치 현대 음악처럼 불협화음 속에서 묘한 시너지를 발휘하듯, 자신의 색깔을 놓지 않은 채 새로운 재미를 뽑아내고 있습니다.

<이야기쇼 두드림>에서 그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조영남과의 어울림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이유도, <더 지니어스>의 모래알 같은 출연자들 사이에 묘하게 이합집산을 만들어 내는 능력도 알고 보면 김구라의 숨겨진 '친화력(?)'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복귀 이후 김구라의 영역에서 가장 큰 발전(?)을 보인 것은 바로 정치·연예 비평 프로그램 <썰전>입니다. 김구라는 비평 프로를 예능적 성격을 살려가며 이끌고 있습니다. 또한, 강용석에게 캐릭터를 만들어 주고 그의 색다른 면을 발견하게 해주었으며, 밋밋한 이철희 소장조차 강용석의 대항마로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은 그저 제작진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라 보입니다.

무엇보다, 통일 등 가장 심각한 정치적 사안에서부터 정치인 개개인의 뒷담화까지 다양한 영역을 자유자재로 끌어낼 수 있는 MC가 김구라 말고 누가 있을까요? 이 독보적 영역에서 김구라의 활동은 능력만 있다면 때는 다시 온다는 <화신>에서의 멘트처럼, 그 이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김구라의 재발견이 되었습니다.

그 예전 중국의 '와신상담(거북한 섶에 누워 자고 쓴 쓸개를 맛본다는 뜻으로, 원수를 갚으려 하거나 실패한 일을 다시 이루고자 굳은 결심을 하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을 이르는 말)이란 고사처럼, 김구라는 칩거 기간 동안 자신이란 칼을 다듬고, 한껏 벼려진 칼로 이전 보다 더 다양한 MC의 아우라를 펼쳐내고 있는 중입니다.

단지 우려가 되는 것은 예전에도 과하다 싶은 활동으로 세간의 싫증을 불러와 미움을 더 사지 않았나 싶었듯이, 월화수목금토일을 채우는 활발한 활동이 또 한 번 김구라란 메이커를 평범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블로그(5252-jh.tysy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구라 화신 썰전 더 지니어스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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