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의 돌풍이 거세다. 비록 4월 14일 첫방 이후 시청률은 소폭으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지만, 체감하는 인기는 그 이상이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일요일 오후 6시가 되면 본방사수를 위해 마음이 급해지며, 주말만 지나면 인터넷은 <진짜 사나이>와 관련된 기사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나는 가수다>를 제외한 <일밤>의 다른 코너들이 지리멸렬했던 걸 기억한다면 <진짜 사나이>의 약진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멀쩡한 연예인 6명을 군대에 입대시켜 놓고 그들의 일상을 촬영하는 소위 리얼 다큐 예능 <진짜 사나이>. 과연 무엇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것일까?

리얼 다큐 예능 <진짜 사나이> 그들은 진정한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 리얼 다큐 예능 <진짜 사나이> 그들은 진정한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 MBC


불가능한 미션에 대한 쾌감

단언컨대, <진짜 사나이>들의 열혈 시청자들은 대부분 예비역이다. <진짜 사나이>가 그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프로그램이 내세운 말도 안 되는 미션 때문이다.

'2년 이상의 군복무를 마친 예비역이 다시 현역으로 재입대한다면?'

대한민국 예비역으로서 위의 명제는 정말이지 불가능한 설정이다. 군대에 있을 때야 사병들끼리 연봉 얼마를 주면 다시 군대 올 수 있다며 농담을 하지만(경험상 대부분 최소 연봉 10억 이상을 부른다), 사회에 나온 예비역으로서 재입대는 가끔 꾸는 악몽 중의 악몽이며,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불상사이다.

예컨대 아무리 군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그래서 다시 군대 가겠냐고 물어보자. 돌아오는 대답은 뻔하다. "미쳤냐?" 지금은 월드스타가 되어버린 싸이가 온갖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그나마 인정받는 이유? 이 역시 간단하다. 그는 군대를 두 번이나 다녀온 천하에 '재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능 프로그램에서 멀쩡히 군복무를 마친 연예인을 다시 군대에 재입대시켜 촬영하겠다고 한다. 비록 예능이지만 진짜 군대에서 진짜 군인들과 함께 생활하겠다고 하니 예비역으로서는 그 내용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니만큼,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에 대한 호기심은 상상 이상이다. 오대장성 병장이 다시 이등병이 되어 군대에 들어간다면?

이야기하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

주요 캐릭터 샘 해밍턴 우리는 그를 보면서 그 당시 낯설음을 기억해낸다

▲ 주요 캐릭터 샘 해밍턴 우리는 그를 보면서 그 당시 낯설음을 기억해낸다 ⓒ MBC


사실 우리 사회에서 군대 이야기는 금기와도 같다. 비록 갓 제대한 예비역들이 술만 마시면 자신의 군대 생활이 더 고됐다며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이지만, 결국 허공에 내지르는 메아리와 같다. 아주 특별한 경험이 아니고서는 어차피 군생활 경험담은 70% 허풍으로 인식하는 바,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화 상대가 여성이라면 상황은 최악이다. 군대 생활을 알 생각이 없는 여성에게 굳이 군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현재 내세울 것 전혀 없는 '찌질이'라는 고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비역은 군대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고독하다. 결국 나의 금쪽같은 2년의 시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이들은 같은 부대 선후임과 동기들 뿐이기 때문이다. 하필 거의 만날 가능성이 없는 그들. 많은 이들이 군대 이야기를 하는 듯하지만 정작 자신은 군대 이야기로부터 소외되고 만다. 그것이 현재 우리 사회가 군대 이야기를 소비하는 패턴이다. 

누구나 말하지만 절대 공감 받을 수 없는 군대 이야기. 결국 예비역들이 <진짜 사나이>에 열광하는 이유는 프로그램이 자신을 대신하여 군대에서 받았던 그 낯섦과 설움 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입대를 통해 처음 훈련소에서 부모님, 친구들과 헤어져 얼마나 아쉬웠는지, 처음 조교들을 만나서 얼마나 위축되었는지, 처음 자대에 배치되어 선임들을 만나기 전 얼마나 두려웠었는지, 처음 훈련을 받으며 얼마나 고되었는지 등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예비역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본다. 그리고 그들은 그제야 군대 이야기는 '70%가 뻥'이라는 편견을 집어 던지고 브라운관에 비치는 군인들의 낯선 일상에 공감하고 감탄하기까지 한다. 그러니 예비역의 입장으로서 <진짜 사나이>는 매우 고마운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고생을 이제야 인정받는다는 보상심리가 더해지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어느 예비역의 아내 혹은 어머니로서 그와 함께 <진짜 사나이>를 보고 있다면, 바로 그 순간 그에게 아주 살짝 군대에 대해서 물어보시라. 아마도 그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장면 하나를 가지고도 1박 2일 이상을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 

누락된 진짜 군생활은 따로 있다

예비역들의 추억과 미필자들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진짜 사나이>. 그러나 문제는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진짜 사나이>가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리얼을 표방한 이상 프로그램은 군대의 속살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진짜 사나이>는 공중파의 특성 상 군생활 최고의 백미를 보여주지 못한다. 군대 내 인간관계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군대 내에서의 인간관계를 표현하지 못한다? 사실 그것은 프로그램의 결정적인 한계임이 분명하다. 결국 군대는 어떤 고참을 만나고 어떤 후임을 만나느냐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X 같으면 군대 일찍 오지?"로 표현되는, 오로지 입대한 순서로 규정되는 계급 때문에 벌어지는 갈등이 없다면 어찌 그것이 군대일 수 있겠는가.

군대 예능의 종결자 <푸른거탑> <진짜 사나이>와 달리 인간관계를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 군대 예능의 종결자 <푸른거탑> <진짜 사나이>와 달리 인간관계를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 이정민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tvN의 <푸른거탑>을 보자. 비록 <푸른거탑>은 드라마지만 오히려 <진짜 사나이>보다 더 리얼하다. 군대 내 인간관계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푸른거탑>은 말년, 병장 분대장, 투고 상병(실세, 갈참), 일병, 이병, 신병이라는 계급을 기본적으로 두고 온갖 에피소드를 결합시키는데 이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군대 내 인간관계를 주요 소재로 하는 덕분에 그 내용이 끝없이 확장되는 것이다.

물론 이와 관련하여 <진짜 사나이>가 아예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진짜 사나이>는 군대 내 계급 간의 갈등을 포착하는 대신 연예인들 간의 관계에 주목한다. 같은 입대 동기지만 연예계 선후배라는 서열이 존재하는 이상 그 안에도 역시 갈등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연예인들 사이의 갈등이 불합리를 강제할 수 있는 군대 내 계급을 갈음할 수는 없다. 선임의 말도 안 되는 갈굼이나 욕을 공중파에서 내보낼 수 없는 이상 <진짜 사나이>는 절름발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은 훈련 중 군생활의 훈련은 고작 20%밖에 되지 않는다

▲ 그들은 훈련 중 군생활의 훈련은 고작 20%밖에 되지 않는다 ⓒ MBC


따라서 <진짜 사나이>는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대신 그 외의 군생활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군대리아, 사격훈련, 주특기훈련, 경계근무, 걸그룹에 대한 환호, PX에 대한 사랑 등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군대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방영함으로써 그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 심지어 1주일이 지난 뒤 주인공들을 다른 군대로 전출 보내 새로운 훈련에 참여시킴으로써 프로그램의 수명을 연장하고자 한다.(다음 주는 포병이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노력 역시 결실을 거두게 될지는 의문이다. 물론 해당 주특기의 예비역들이야 과거를 생각하며 추억에 잠기겠지만, 주인공들이 계속해서 훈련에만 참가하게 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서 프로그램이 리얼을 포기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중들은 프로그램이 국군 홍보의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을 갖게 될 것이다.

현재 <진짜 사나이>는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이 결국 프로그램의 수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진짜 사나이 일밤 김수로 샘 해밍턴 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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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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