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방송된 tvN 'SNL 코리아'에서 호스트로 나선 신화 멤버들은 곱게 화장한 얼굴에 금발 가발을 쓰고 가슴에 패드를 넣어 여장을 하거나 조선시대 양반인 양 갓을 쓰고 수염을 붙이는 등 코믹한 모습을 선보였다.

지난 4일 방송된 tvN 'SNL 코리아'에서 호스트로 나선 신화 멤버들은 곱게 화장한 얼굴에 금발 가발을 쓰고 가슴에 패드를 넣어 여장을 하거나 조선시대 양반인 양 갓을 쓰고 수염을 붙이는 등 코믹한 모습을 선보였다.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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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데뷔한 그룹 신화는 핑클·SES·HOT와 더불어 '아이돌의 조상'으로 불린다.

아이돌의 조상이 tvN <SNL 코리아>의 호스트로 나왔을 때의 참맛이란? 포미닛을 호스트로 활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섹스어필한 연출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섹시한 연출이 다는 아니었다. 거기에 '웃픈(웃기고도 슬픈)' 풍자, 그리고 핸디캡을 감추지 않는 과감함까지. <SNL 코리아>가 신화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볼 수 있는 한 회였다.

지난번 콩트 '분노의 추적자'를 통해 컬투 정찬우와 2AM 정진운의 입술이 마주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선보였던 제작진은 이번에 전진과 이민우를 키스 직전까지 몰며 연장선상의 연출을 시도했다. 또, 유세윤의 오토바이 뒷자리에 이민우와 전진, 신혜성을 태워 남자가 남자를 안는 수위 높은 동성애 코드를 적극 연출했다. 신혜성의 야릇함에 유세윤은 오토바이 질주를 포기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이돌이 이렇게 섹시해도 돼?

 지난 4일 tvN 'SNL 코리아'의 호스트로 나선 신화가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신화의 멤버 신혜성이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4일 tvN 'SNL 코리아'의 호스트로 나선 신화가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신화의 멤버 신혜성이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CJ E'&M


신화를 동성애 코드로 활용하는 건 본격적인 코스 이전에 오르는 전채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섹스어필은 '박물관이 살아있다' 및 '봄날은 간단다', '에릭의 타는 냄새 해결법' 이 세 콩트였다.

'봄날은 간단다'는 남성 호스트에게 항상 "라면 먹을래요?"라는 야릇한 멘트를 날리며 추파를 던지는 '여자 신동엽' 안영미의 전매특허 콩트다. 안영미의 작업 멘트에 걸려든 앤디가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에릭과 신혜성이 앤디에게 아침 인사를 하는 콩트는 작업녀 안영미에게 걸려든 남자가 앤디 혼자만이 아님을 보여줬다. 이는 포미닛 편에서 남지현이 박재범과 한 침대에서 눈을 떴던 방영분과 평행이론을 달리는 에피소드다. 

호스트 신화를 섹스어필로 활용하는 콩트의 진수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에릭의 타는 냄새 해결법'이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밀랍인형 신화 멤버들이 사람이 없을 때엔 움직이고 말을 하는 동명 영화의 설정을 차용했다. 여기에서 19금 코드는 정명옥과 서유리가 연기하는 미화원이 등장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밀랍인형 에릭의 아랫도리가 더럽다고 정명옥이 침으로 닦는 건 양반이었다. 유독 에릭의 인형만 더러운 나머지 경비원 김원해가 에릭의 아랫도리를 훑어보는 건, 이전 방영분에서 포미닛을 남자 시청자를 위한 섹스어필로 활용한 것처럼, 남자 아이돌을 여자 시청자 및 신화 팬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에 속했다.

신화를 섹스어필로 활용함에 있어 끝판왕은 '에릭의 타는 냄새 해결법'이다. 고기집을 개업한 에릭이 "고기 타면 안돼요, 내 맘이 타고 있잖아요"라며 여자 고객에게 멘트를 날리는 건 애교에 속한다. 5만원 이상 주문 시 사장인 에릭이 여자 고객에게 뽀뽀 서비스를 해주는 건 기본이요, 혼자 온 고객 서유리를 위해 한 테이블에서 고기를 같이 먹어주는 '고기 도우미' 앤디를 활용하기도 한다.

19금 연출의 끝판왕은 뭐니 뭐니해도 단골 여성 고객을 위한 최고급 프리미어 서비스다. 30번째 방문한 안영미에게 모텔 키를 내미는 에릭이 "먼저 가 있어요"라고 말하며 실제로 안영미와 키스를 하는 장면은, 졸지에 안영미를 신화 팬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파격적인 연출이었다.

핸디캡과 '웃픈' 풍자를 버무리다

 국내 최장수 아이돌 신화가 tvN 'SNL 코리아'의 호스트로 나서 학교 폭력에 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신화의 멤버 이민우는 '일진' 학생으로 분했다.

국내 최장수 아이돌 신화가 tvN 'SNL 코리아'의 호스트로 나서 학교 폭력에 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신화의 멤버 이민우는 '일진' 학생으로 분했다. ⓒ CJ E'&M


하지만 아이돌의 조상 신화를 호스트로 활용함에 있어 섹스어필로만 승부했다면 분명 절반의 성공이었을 터. 만일 그랬다면 예전 박진영의 사례처럼 호스트를 섹시로만 우려먹은 단편적인 연출에 머물렀겠지만, 이번 신화 활용에서 주목할 점은 핸디캡을 감추지 않은 당당함, 그리고 풍자가 추가로 있었다는 것이다.

먼저 핸디캡을 살펴보자. 신화 멤버 가운데서 이민우는 다른 멤버보다 단신에 속한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코너에서 연기자들은 밀랍인형으로 분한 이민우를 향해 "이 사람만 작은데?"라고 묻고, "전쟁 때문에 못 먹어서 키가 작아"라고 응수하며 이민우의 키 콤플렉스를 톡 건드렸다.

박물관 큐레이터로 분한 안영미가 "복싱 잘하는 여자 연예인 알지? 이 사람은 그 연예인의 옛날 남자친구였어"라고 박재범과 김슬기에게 설명하는 건, 실제로 과거에 전진과 교제했던 배우 이시영을 염두에 두고 남긴 멘트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진은 '핸디캡 폭로 2관왕'에 등극했다. 전진은 구충제를 홍보하며 "육식 후에 먹는 구충제, 박충재"라는 깨알 같은 CF도 잊지 않았다.(박충재는 전진의 실명) 연예인이 감추고 싶은 단신이나 전 연인, 실명 등과 같은 핸디캡을 신화는 용감하게 까발렸다. 감추고 싶은 부분을 웃음으로 승화할 줄 아는 신화의 과감함이 돋보인 연출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웃픈' 풍자다. '사우스 페이스'는 학교폭력과 패딩점퍼의 함수관계를 희화한 콩트였다. 사우스 페이스를 입은 에릭이 학교 일진인 이민우를 위해 빵셔틀 심부름을 하고, 이민우에게 도전장을 내민 신혜성이 선생님에게 이민우를 일러바친다는 건 학교 폭력에 대한 슬픈 우화가 아닐 수 없다. 학교 폭력을 근절하지 못하는 우리 교육의 암울한 현실을 <SNL 코리아>는 놓치지 않고 있었다.

학교 폭력이라는 어두운 현실을 현직 최장수 아이돌 신화가 그리는 콩트는 청소년을 향한 웃픈 풍자가 아닐 수 없었다. 정준하 과장이 정리해고를 당하는 웃픈 예능은 <무한도전> 8주년 특집이 다가 아니었다. 신화의 콩트 '사우스 페이스'는 <무한도전>에 이어 웃픈 예능을 한 주 간격으로 주말 시청자에게 연이어 선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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