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슬>의 한 장면

영화 <지슬>의 한 장면 ⓒ 자파리필름


"제주의 아픔을 영화로 만들면서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들던 시간을 함께 한 배우로서 영화를 관심과 애정으로 응원해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동과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슬>의 '용필이 삼촌' 양정원씨는 12일 10만 관객 돌파한 감회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몇십 년 만에 극장으로 발걸음 하신 어르신들의 특별한 모습과, 극장에 처음 오신 분들, 일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러 오신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고 밝힌 그는 배우들을 대표해 <지슬>을 사랑해 주신 모든 분께 거듭 감사드리고 싶다는 인사를 전했다.  

"제주의 아픈 역사를 널리 알리고자 마음을 모아 기원했습니다. 영화로나마 영령들께 제사를 드리며 해원 씻김굿을 해 드렸다는데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슬>을 사랑해 주신 모든 분께 배우로서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며, 못 보신 분들은 꼭 한 번 봐 주십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영화 <지슬>의 한 장면

영화 <지슬>의 한 장면 ⓒ 자파리필름


4.3항쟁을 다룬 영화 <지슬>이 12일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3월 21일 공식 개봉한 지 23일 만이다. <지슬>은 12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10만 3300명을 기록하며 올해 독립영화 최대 흥행작으로 올라섰다. 지금 같은 기세로는 <똥파리>의 12만 기록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에서 발생한 바람 <지슬>이 태풍으로 커지면서 한국 독립영화사를 새롭게 장식하고 있다.

<지슬>의 10만 관객 돌파가 특별한 것은 우선 독립영화의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이뤄낸 갚진 성과이기 때문이다. 적은 상영관과 교차 상영이 필수인 현실에서 상업영화와 겨뤄서 이뤄낸 10만 관객의 가치는 천만 관객 이상이다.

특히 영화 제작 여건이 열악한 제주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은 10만의 의미를 더욱 크게 한다. 변방의 영화는 힘든 환경에서 어렵게 만들어졌으나, 부산영화제와 선댄스영화제 등 세계 유명 영화제에서 인정받으며 우뚝 섰고, 그 기세를 몰아 흥행에도 성공을 이뤄내고 있다.

제주 이야기가 소재라고 해도, 제주에서 2만 5천 관객을 넘어선 것 또한 기적 같은 일이다. 한 편의 영화가 지역 사회에 미치는 문화적인 힘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역을 소재로 한 영화가 국내외적으로 통할 수 있음도 확인하게 했다. 

연출을 맡은 오멸 감독은 "지역이야기를 안 다루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영화의 활로를 고려해 보면 그 사람들을 위한 영화를 찍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담고 그 사람들을 위해 영화를 찍는 것이 감독으로서 목적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영화 <지슬>의 한 장면

영화 <지슬>의 한 장면 ⓒ 자파리필름


영화를 통해 잊혀가던 제주 4.3항쟁의 역사와 의미에 관심이 고조되는 것은 <지슬>이 이뤄낸 가장 큰 성과다. 역사적 사건의 한 단면을 표현했지만 영화가 탄력을 받으면서 올해 4.3 기념일을 전후로 열기를 뜨겁게 했고, 사회적 관심과 함께 희생자 유족의 목소리에도 힘을 실어 줬다.  

빼어난 흑백 영상으로 예술적인 작품을 만든 것은 <지슬>의 미학적 특성이다. 기존에 4.3을 다룬 영화가 사실적인 묘사를 강조했다면, 치유의 의미를 강조한 <지슬>은 피해자의 아픔과 슬픔을 때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희생자에게 제사를 올린다는 의미를 담은 이 영화는 직설적이진 않지만 막중한 무게감으로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관객들을 좌석에서 못 일어나게 하고 있다. 오멸 감독의 표현대로 "4.3 희생자의 영령이 영화를 만들어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양정원씨는 "한 편의 영화로 어떻게 수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겠느냐"면서 "중요한 것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원통한 세월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다시는 더 이상 아픈 상처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지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