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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개혁 이후 한국에서 사라져버린 신분제도가 그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귀족과 평민이라는 이중구도를 띈 신 신분제도는 현재 서울시 강남구를 중심으로 독감보다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귀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이름만 들어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외제차를 몰며, 대학등록금보다 비싼 수업료를 내야 하는 교육기관에 자녀들을 보낸다. 물론 자녀들을 보살펴주는 선생님에게 전하는 200만원 상당의 '소박한' 성의와 함께.

혹자는 21세기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웃고 넘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르시는 말씀. 지금 당신이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교육'이라는 수단을 통해 귀족들은 그들만의 순수 혈통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평민들 또한 귀족으로의 신분상승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삼시 세끼 라면을 끓여먹을지라도 자녀 교육만은 포기하지 않으며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평민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다.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 KBS


지난 10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스페셜 4부작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는 자녀교육에 올인하는 이러한 강남엄마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첫 회에서는 유능한 커리어 우먼에서 전업주부가 된 수아(송선미 분)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수아는 일에 치여 딸 예린이를 돌보지 못한 것에 회의를 느끼고 육아에 전념하기로 다짐, 소위 1%만 다닌다는 하나유치원에 예린이를 입학시킨다. 직장에서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유능한 워킹맘이지만 강남엄마들 사이에서 수아는 '초짜엄마'로 불리며 어려움을 겪는 수아의 모습이 그려진다.

다음 소개된 강남엄마는 화려한 외모와 늘씬한 몸매로 항상 모두에게 주목 받는 리나 엄마, 혜주(김세아 분)다. 과거 텐프로 출신으로 유부남이었던 남편을 빼앗은 혜주는 현재 강남의 잘나가는 사모님으로, 텐프로에서는 소위 전설로 불리어지고 있다.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딸 리나를 통해 극복하고, 더 나아가 딸을 통해 자신을 위로하고 대리만족을 느낀다.

세 번째 이야기는 명문대 출신이지만 아들 하진이를 위해 학원 브로커를 자처할 정도로 아이 교육에 극성인 하진이 엄마(신동미 분)가 그 주인공이다. 남편은 명문대 교수에 자신 또한 일류대를 졸업했지만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강남엄마들 사이에서 이러한 자신의 가난을 비관하는 혜주는 교육만이 그 돌파구라 생각해 아이 교육에 무서울 정도로 집착한다.

마지막 회에서는 대한민국 1% 순수혈통 귀족인 미복(변정수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드라마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의 발단을 제공하는 인물. 강남엄마들의 모임 가운데서 모든 일을 좌지우지하지만 항상 남편의 외도로 인해 심리적 불안을 안고 산다. 하루하루 지옥 같은 일상을 사는 미복은 설상가상으로 아들 도훈이를 위해 국제초등학교 부정입학을 시도하다 경찰에 연루되어 궁지에 몰리는 신세가 되었다.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 KBS


드라마 스페셜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는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그녀들의 일상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며 한국의 교육 세태를 비판하고, 더 나아가 이러한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강남 엄마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녀들이 심리적으로 가장 불안함을 느낄 때는 자녀가 낮은 성적을 받았을 때도, 친구와 다퉜을 때도 아니다. 누군가 강남엄마들의 비정상적인 집착에 대해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는 말을 하는 순간 그녀들은 견고하게 쌓아 둔 자신들의 신념이 무너짐을 느끼고 이에 분노한다. 극에서 수아가 개인 교습을 권하는 강남엄마에게 '아직 뛰어 놀 나이인 딸에게 너무 많은 관심은 부담일 것'이라고 말하자마자 바로 학부모 모임에서 소외당하는 모습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일요일 자정 시간대 방영'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8%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KBS드라마 스페셜<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우리나라의 사교육 문제를 현실보다 더욱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구성, 기획이 탄탄한 웰메이드 드라마를 보고도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한 건 왜일까. 그저 기분 탓 이길 바란다.

KBS드라마스페셜 그녀들의완벽한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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