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두 여배우가 한 공간에 들어섰다. 일순간 방 안이 환해졌다. SBS 새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제, 극본 최정미·연출 부성철, 이하 <장옥정>)의 두 배우, 김태희와 홍수현은 막 두 사람이 함께하는 첫 신을 찍었다고 했다.

한 신을 찍었지만, 이들의 표정은 달랐다. <장옥정>으로 사극에 처음 도전하게 된 김태희는 "오늘 새벽 세시 반에 일어나야 했는데, 부담감 때문에 어제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며 부담감을 드러낸 반면, 몇 편의 사극을 찍은 경험이 있는 홍수현은 "긴장도 되지만 좋은 분위기에서 잘 찍었다"며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1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SBS 일산제작센터에서 열린 <장옥정>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태희의 '도전'…"내 연기인생의 절정, 아직 오지 않았다"

 SBS 새 월화드라마 <장옥정>에 출연하는 배우 김태희

SBS 새 월화드라마 <장옥정>에 출연하는 배우 김태희 ⓒ SBS


"개인적으로 사극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사극을 꾸준히 끝까지 관심 있게 본 적이 없어요. 그만큼 사극은 저에게 낯선 장르였어요. 예전에도 제의는 받았지만 대본을 봐도 이해가 안 되고, 어려운 단어도 많아서 '아직 사극을 찍을 준비가 덜 됐나 보다'하고 포기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대본은 술술 끝까지 읽혔어요. '이 사극은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2000년 CF로 화려하게 데뷔하고 딱 13년 만이다. 과거 판타지 사극 <중천>(2006)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김태희로서는 <장옥정>이 첫 정통 사극 도전이 됐다. 작품을 결정한 순간부터 그는 다양한 사극을 보면서 몸가짐과 말투를 익히고 있다고 했다. 타이틀 롤을 맡은 만큼, 부담은 배가 된 듯 보였다.

특히 장옥정(장희빈)이 실존 인물인 데다가, 쟁쟁한 배우의 뒤를 이어 '9대 장희빈'이 됐다는 점도 김태희의 고민을 깊게 했다. 그는 기존 장옥정과의 차이점을 두고 "원작 소설을 읽었는데 기존의 표독스럽기도 하고 악독한 이미지의 장옥정이 아니라 한 여자로서 정말 처절하게 한 남자를 사랑했던 인물이더라"며 "신분의 굴레 속에서 열정과 희망을 잃지 않고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나가고, 이순(숙종, 유아인 분)을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을 지켜나가기 위해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순수한 여자"라고 설명했다.

 SBS 새 월화드라마 <장옥정>에 출연하는 배우 김태희

SBS 새 월화드라마 <장옥정>에 출연하는 배우 김태희 ⓒ SBS


"선배님들께서 너무나 완벽한 장옥정의 모습을 연기해 주셔서 부담돼요. 그분들이 연기하셨던 장옥정과 같았다면 감히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을 거예요. 기존 장옥정과 다르게 타고난 신분 때문에 세상과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좌절하지만, 악독해지기보다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야성미 있는 여자'라고 해석했어요. 이런 쪽으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린다면 비교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의 말처럼 <장옥정>은 '희대의 악녀'로 역사에 기록된 장옥정을 꿈 많은 여인이자 '17세기를 살았던 21세기 알파걸'로 해석한다. 또 그가 침방나인(왕실의 옷가지 등을 만드는 무수리)이었다는 점에 주목해 옷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가진 인물로 묘사한다. 실제 김태희가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것과 겹쳐 보이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그는 "바느질을 하고 옷을 스케치하는 게 다 해봤던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익숙하다"며 안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실 내가 적은 나이도 아닌데, 이 정도면 (연기가) 무르익어야 하고 절정을 넘었어야 한다"며 "하지만 나는 아직 내 연기 인생의 절정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그리고는 "그래서 이번 작품에 부담도 크고, 그만큼 욕심도 있다. 또 다른 자세로 임하게 되는 것 같다"며 "아직 더 발전하고 싶고, 더 무르익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홍수현의 '운명'…"왠지 한 번쯤은 인현왕후를 연기할 것 같았다"

 SBS 새 월화드라마 <장옥정>에 출연하는 배우 홍수현

SBS 새 월화드라마 <장옥정>에 출연하는 배우 홍수현 ⓒ SBS


반면 홍수현에게 인현왕후는 '운명'과도 같다. 홍수현은 이날 "왠지 한 번쯤은 인현왕후 역할을 해 볼 것 같았다"고 말했다. 별다른 이유도 없고, 그래서 잘 설명할 수도 없다고 했다. "뭔가 친근했고, 그저 그런 느낌을 갖고 있었다"는 게 그의 답이었다. 그래서 그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흔쾌히 출연 의사를 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홍수현은 KBS 2TV <공주의 남자>(2011)의 경혜공주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홍수현은 뜻하지 않게 이세령(문채원 분)과 김승유(박시후 분)를 이어줬다는 생각에 질투심에 휩싸이기도 하고, 혼례를 올린 정종(이민우 분)과 뒤늦게 절절한 사랑에 빠지는 경혜공주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런 만큼 <공주의 남자> 속 경혜공주와 <장옥정> 속 인현왕후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을 터. 게다가 <장옥정> 속 인현왕후가 기존의 현숙하고 연약한 여성이 아닌, 조선 최고 가문 출신으로 자부심도 강하고 이순의 사랑을 받는 장옥정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여성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경혜공주의 잔상을 발견하는 이들도 있을 듯하다. 그 역시 "그게 좀 어렵더라"며 말문을 열었다.

 SBS 새 월화드라마 <장옥정>에 출연하는 배우 홍수현

SBS 새 월화드라마 <장옥정>에 출연하는 배우 홍수현 ⓒ SBS


"기존의 인현왕후는 약하면서도 강하기도 한 캐릭터였다고 생각해요. 장옥정과 맞대결을 펼치는 이번 인현왕후는 내적으로는 매우 강한 여자로 표현되지만 외적으로는 부드러운 모습이에요. '외유내강' 형이죠. 하지만 경혜공주는 겉은 강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매우 연약한 여자였어요.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이날 홍수현은 "인현왕후는 사랑 때문이 아니라 집안의 명예 때문에 왕후가 되는 역할"이라며 "실제 나는 성공을 위해 진실한 사랑이 아닌 것을 택하지 않을 것 같다"고 자신과 캐릭터 간의 차이점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만큼은 100% 인현왕후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홍수현은 "참고삼아 <조선왕조실록>을 읽었다"며 "하지만 조금은 조심스럽다"고 방송을 앞둔 심경을 전했다.

"그간 알려졌던 인현왕후와는 조금 달라서 사실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어젯밤에도 고민하다가 잠을 많이 못 잤는데…. 사극을 찍으면서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실존인물이기 때문에 최대한 누가 되지 않게 연기해야 한다'고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인현왕후 역할을 맡게 된 것 같아요. 자신감이기도 한데(웃음) 앞으로도 고민 많이 해서 최대한 공감이 되고, 인현왕후의 새로운 모습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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