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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로고

국정원 로고 ⓒ 이경관


국가정보원이라는 비밀정보기관을 소재로 한 드라마 MBC <7급 공무원>, 그동안의 드라마들이 검사나 의사, 대기업 등의 직업을 다루었지만 이 드라마는 국정원이라는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기에 방영 초기부터 시청자들로부터 관심을 끌었다.

알다시피 국가정보원은 중앙정보부 <중정>, 국가안전기획부 <안기부>를 거쳐 지금의 국가정보원 <국정원>에 이르렀다. 과거 중정이나 안기부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권력이 집중됐던 곳이다.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국정원에 대한 이미지 역시 이에 못지않다.

하지만 드라마 <7급 공무원>에서 묘사된 국정원은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해서인지 여느 기업체나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직업으로 비친다. 동료끼리의 사랑과 질투가 있고 신입이 상사의 말을 어기거나 개인행동을 해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단지 작전 중이라는 상황 묘사만 다를 뿐 타 드라마와 별반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낭만적이다.

 드라마 <7급 공무원>에서 국정원에 면접보고 있는 모습

드라마 <7급 공무원>에서 국정원에 면접보고 있는 모습 ⓒ 이경관


과연 우리나라 국정원이 정말 그런 곳일까. 지난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에 악성댓글 유포 의혹을 받으며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아니냐는 논란을 빚었던 국정원 여직원은 국정원 직원들의 철통 같은 경호를 받으며 오피스텔을 빠져나갔다. 다른 조직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으로서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드라마 속에서도 국정원이 가진 '파워'가 간접적으로 그려진다. 김서원(최강희 분)의 부모님은 시골 이장선거 때나 동네 주민 앞에서 자신들의 딸이 국정원, 옛 안기부 요원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리고는 뭔가를 과시하고 싶을 때 딸에게 전화를 건다. 옛 안기부가 시골 사람들에게까지도 막대한 권력기관으로 인식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정원에 합격한 김서원의 시골 집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다.

국정원에 합격한 김서원의 시골 집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다. ⓒ 이경관


2012년 대선을 전후로 해서 국가기관인 국정원이라는 이름이 언론을 비롯해 우리 주변에서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국가안전보장을 책임지는 긍정의 이미지보다는 민간인 불법사찰, 대선개입(정치개입) 의혹, 정권에 비판적인 진보진영 사람들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공안기관으로서의 부정적 이미지가 더 크다.

3월 7일 <이슈 털어 주는 남자>에서는 경향신문 4일자 보도기사를 인용해 국정원이 북한 찬양 게시물과 웹사이트 등을 신고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초청행사를 열었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당시 초청강연 때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아티스트 낸시 랭, 소설가 공지영 씨 등을 '대표적 종북주의자'로 언급해 입방아에 올랐다.

이러한 민감한 시기에 국정원을 소재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7급 공무원>은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가끔 보이는 총격 장면이나 액션 장면도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마치 국정원 요원들은 국가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마다치 않는 충성적인 사람들로 묘사된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국정원에 반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말대로 종북이거나 불순세력이다.

종북 빨갱이라는 딱지로 그동안 무고한 사람들을 무수하게 고문하고 살상한 중앙정보부와 안기부의 옛 이미지는 없고 마치 새로운 기관으로 그려지고 있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 특정 직업을 다룬 드라마로 그 직업이 인기직업이 된 사례도 많다. MBC <7급 공무원>이라는 드라마가 국정원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드라마로서 접근했다고는 하지만 국정원과 결부된 여러 가지 정치적 현안들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국정원을 단순하게 희극화시킨다면 국정원 포장용 드라마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7급공무원 국정원 안기부 중앙정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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