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기자들의 리뷰나 주장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물론 그 어떤 반론도 환영합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말]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박진영은 성공한 뮤지션이자 사업가다. 박진영의 음악이나 스타일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의 성공신화가 특출난 기획력과 작곡 실력에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이런 능력은 그에게 '우리나라 3대 기획사'라는 명성을 안겼고, 그는 세계에서도 통하는 가수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YG의 수장인 양현석, SM의 중견가수 보아와 SBS <K팝 스타> 심사위원 자리에 앉았다.

박진영은 3대 기획사의 수장 중 유일하게 현업 가수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같은 심사위원석에 앉은 보아 역시 현업 가수이지만 기획사를 이끈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양현석은 기획사를 이끌고 있지만 현재 가수로 활동하진 않는다. 이 때문에 박진영의 심사평이 현실과 가장 맞닿아 있으면서도 엔터테이먼트 업계의 생리를 잘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박진영의 심사평은 난해하다. 

박진영은 어떤 면에서 최고의 심사위원이다. 이를테면 '공기 반 소리 반'으로 노래해야 한다든가 "대충 부르는 노래가 잘하는 것이다" "어깨가 내려온 사람이 소울을 잘한다"는 식의 발언은 화제가 되기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심사위원으로서 프로그램에 가장 돋보이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평가의 내용이다. 

 <K팝 스타> 심사위원인 박진영

심사위원인 박진영 ⓒ SBS


심사위원 박진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의 방식에 국한된 나머지 다른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심사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개개인의 감성과 머릿속에 그려진 생각이 박진영의 그것이 다르다고 질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판단 기준에는 일관성이 부족하다. 어떤 참가자가 노래를 부르며 손을 흔들면 "소울 느낌이 충만하다"고 했다가 다른 참가자가 손을 흔들면 "가짜 제스쳐"라고 한다. '공기 반 소리 반'처럼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꺼내는 것은 자신만이 아는 평가 기준이라고 해도, 매 순간 달라지는 진짜와 가짜의 기준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물론 참가자의 노래가 그의 마음에 와 닿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한 사람의 감정이며 제스쳐까지 가짜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그 사람이 진심으로 노래를 불렀는지 아닌지는 오직 본인만이 안다. 따라서 참가자에게 왜 가짜로 노래하느냐고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진심으로 불렀는데 가짜처럼 들렸을 수도 있고, 가짜로 기교를 부렸는데 훌륭했을 수도 있다. 누구나 절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 무대에서 '가짜'라는 딱지를 붙이는 순간 시청자의 거부감이 생긴다.  

또 너무 잘하면 프로 같다고 하고, 못하면 아마추어 같다고 하는 것도 공감하기 힘들다. 프로 흉내를 내지 말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누가 이제까지 나온 가수와 완벽히 다르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그건 박진영 본인도 피해 갈 수 없는 문제다.

실제로 박진영은 같은 참가자를 전혀 다르게 평가할 때가 많다. 물론 일취월장한 실력을 칭찬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같은 참가자의 같은 스타일을 놓고 180도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앞서 지적했던 스타일을 다음엔 갑작스럽게 칭찬하는 모습은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본인만의 감정이라도 순간의 기분이나 감정에 좌지우지되는 듯한 모습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 

ⓒ SBS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가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는 것은 비단 박진영의 문제만은 아니다.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의 멘토 역시 감성에 치우친 평가로 시청자의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이보다 박진영이 더 위험한 것은 객관성을 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문 용어, 음악적 지식을 남발하며 자신의 말에 신빙성이 있음을 강조한다.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전문가로서 분석하고 생각한 결과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다. 그러나 '어깨론'이나 '공기 반 소리 반'은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없다. 어깨론이 사실이라면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노래하는 레이 찰스 같은 가수는 소울이 없어야 맞다.  

문제는 비판할 때만이 아니다. 박진영은 칭찬할 때조차 지나치게 오버스럽다. 참가자가 기특해 보이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참가자와 사랑에라도 빠진 듯한 표정을 짓거나 격양된 목소리로 "천재"라는 단어를 남발하거나 꾸벅 인사까지 하는 모습은 심사위원으로서 지나치게 편향된 느낌을 준다. 심사위원에게 정해진 행동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박진영의 칭찬은 주변에서 듣는 사람조차 부담스럽게 만든다. 지나친 칭찬은 공감을 이끌어내기보다 "그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민망하기만 하다. 

박진영은 전문가이고 프로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로서의 시선은 다를 수 있지만, 전문가가 만들어 낸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대중이다. 일단 가수를 내놓으면 전문가보다는 대중의 날카로운 시선에 부딪혀야 한다. 그러나 박진영은 자신의 역량이 강하다 보니 대중의 코드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분명 대단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그 코드가 대중과 맞지 않을 때는 엄청난 하락세를 겪기도 한다.

ⓒ SBS


지금 JYP는 하락세다. JYP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원더걸스도 예전만 못한데다가 선예의 결혼으로 활동이 불투명해졌고, 2PM도 파급력 있는 그룹이 될 뻔하다가 재범의 탈퇴 등으로 멈춰버렸다. 여전히 3대 기획사지만 지금 JYP에서 톱스타를 꼽으라면 수지 정도가 유일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박진영의 기획력 한계가 주효했다. 원더걸스가 미국에서 통하지 않음에도 미국 진출을 고집하고 2PM이 소비되는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노래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의 방식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호평을 받은 참가자 역시 박진영보다 '정석'을 강조하는 SM에서 나왔다. 각자의 개성보다는 박진영의 의견이 중시된 것처럼 보이는 개성은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있다.

그리고 박진영은 철저히 대중의 시선에서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색깔이 대중과 맞지 않을 때는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여유가 필요하다. 지금 JYP의 하락세는 어쩌면 너무 강력한 박진영의 색으로 인해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의심은 박진영이 하는 <K팝 스타>의 평가 방식에서 더욱 짙어만 간다. 

박진영 K-POP STAR K팝스타 양현석 보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