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는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들이 숨겨놓았던 자신들의 애환을 털어놓고 '힐링'을 도모한다는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그간 어떤 이야기들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도 하고, 또 그 이야기들에 연관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본의는 아니라 하더라도 일부 피해가 가는 경우도 있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4일 <힐링캠프>에 출연한 홍석천은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곳곳에 있음을 얘기하는 그의 눈가에는 종종 눈물이 어렸다.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한 지 13년이 지났다. 그가 그 용감한, 혹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동으로 받았던 대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리고 그간 출연했던 사람들과 홍석천이 털어놓은 이야기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힐링캠프> 이 프로그램은 유명인을 대상으로 '힐링'의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들의 사사로운 일들의 홍보의 장이 되기도 하고, 개인적 한풀이의 시간이 되는 수도 있다.

▲ <힐링캠프> 이 프로그램은 유명인을 대상으로 '힐링'의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들의 사사로운 일들의 홍보의 장이 되기도 하고, 개인적 한풀이의 시간이 되는 수도 있다. ⓒ SBS


유명인의 사생활 털어놓기, 때론 개인적 한풀이나 홍보의 장으로 변질되기도 

유명인의 사생활처럼 팔기 쉬운 방송 소재가 있을까. 그것은 대부분 한 분야에서 성공하기까지의 고초와 애환 등의 경험담이 되기 쉬운데, 대중들을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데 그보다 적절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개 주관적 관점에서 펼쳐지기 마련이어서 일방적이기 쉽다. 같은 사안이라도 포장 능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그것이 유명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 홍보인지, 혹은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때로 그것에 혐의를 두는 사람은 '예능은 예능으로 보라'는 '지엄한' 충고를 들을 수도 있다.

프로그램들은 표면적으로 고민 해결, 혹은 단순한 신변잡기 등의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목적이 무엇이든 빠지지 않는 것으로는 학력, 집안 이야기, 그리고 주변인들에 대한 것 등이 있다. 성공했다는 이유로 영웅시되기도 하는 사람들의 사적인 이야기는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틱'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힐링캠프>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는 '이해'가 아니라 '다름에 대한 인정'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 <힐링캠프>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는 '이해'가 아니라 '다름에 대한 인정'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 SBS


홍석천의 이야기, 사회적인 맥락에서 생각해 봐야 할 문제

그러나 홍석천은 어떨까. 그는 '성소수자'다. 홍석천이 털어놓은 그간의 이야기들은 소수의 쪽에서 겪어야 했던 아픔의 역사였다. 그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마약투여 혐의가 있다는 누군가의 투서 탓에 번번히 경찰서로 불려 갔다고 말했다. 비록 무혐의로 풀려나긴 했다지만 그 억울함에 대해 상상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그 외에도 방송출연이 정해지고도 곧바로 취소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부모님께 사실을 털어놓아야 했던 일과 주변, 그리고 대중들의 싸늘한 시선이었다고 말했다.

홍석천은 13년 전과 조금은 달라진 우리 사회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무조건 시선을 외면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많이 관대해진 사회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비록 소수의 문제지만 바로 우리 곁의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주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을 이야기했다.

이쯤에서 생각해 보자. 홍석천의 이야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유명인들이 털어놓는 사연들과 그의 이야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실 큰 차이는 없을지도 모른다. 유명인이라 해도 개인에 불과한 사람들의 사연이 달라 봤자 얼마나 다르겠는가.

그러나 홍석천의 이야기는 우리 시대 '차별'에 관한, '소수'에 대한 억압에 관한, '편견'에 관한 것이었다. 지극히 사사롭지만 큰 굴레에서 생각해 봐야 문제인 것. 그의 눈물은 그간의 모멸감과 소수라는 이유로 받아야 했던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들에 대한 슬픔의 표현이기에 큰 공감을 이끌 수 있었다.

소수이기에 힘들어하는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성 소수자들의 문제만큼 폭압적인 행태를 띠고 편견의 대상이 되는 것도 드물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성'에 관련된 문제 등에 있어서는 아직도 지극히 보수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그램의 끝에 이경규를 비롯, 세 진행자 모두가 그간 성 소수자 등에 대해 편견이 있었음을 털어놓았다. 그 중 한혜진은 홍석천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다름'을 인정해야 할 문제일 뿐, 엄밀히 말해 누군가에게 이해받아야 할 사안은 아니다.

우리는 때론 다수에 속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다수가 소수에 유리한 것은 '힘'이다. 그래서 그것은 때론 야만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홍석천은 방송을 끝내며 "힘이 있을 때 좀 더 포용하는 마음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것은 그가 속한 '성 소수자' 문제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소수'들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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