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3월로 다가왔다.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3월로 다가왔다. ⓒ WBC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3월로 다가왔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5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정식을 열고 선전을 다짐했다.

WBC의 가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가가 엇갈리지만,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들이 나서는 만큼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번 WBC를 바라보는 비관론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류현진·추신수 같은 메이저리거들이 불참하고, 김광현·봉중근 같은 마운드 핵심전력들도 대거 이탈했다. 지난 1·2회 대회와 비교해 크게 전력이 약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한국야구는 언제나 위기 상황에서 능력 이상의 저력을 발휘하곤 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에도, 2009 WBC 당시에도 한국은 우승후보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막상 대회에 접어들면 객관적 전력 이상의 저력을 발휘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1라운드 상대는 대만·호주·네덜란드... 대진운이 좋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악재가 많아 보이는 이번 대회지만, 그만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호재도 많다. 첫째는 대진운이다. 지난 1·2회 WBC에서 한국은 초반부터 일본·대만 등 부담스러운 상대와 일전을 치러야 했다. 특히 가장 부담스러운 일본을 상대 홈에서 처음 만나야 했던 부담은 무엇보다 컸다.

올해 한국은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1라운드에서 대만·호주·네덜란드와 B조에 편성됐다. 홈팀 대만이 다소 껄끄럽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모두 한국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다. 여기서 상위 두 개 팀이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 진출해 A조 상위 두 팀과 만난다. 다시 여기서 2라운드 1·2위 팀이 4강에 진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동, 토너먼트 결승 라운드를 치른다.

8강에 입성하는 길은 예전보다 확실히 쉬워졌다는 평이다. 고비는 2라운드. 여기서 일본과 쿠바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본 역시 메이저리거들이 모두 빠지며 전력이 약화됐고, 쿠바도 아마야구 최강을 호령하던 예전만큼의 전력은 아니다. 여전히 한국보다 전력이 앞선다고 하지만, 지난 1·2회 대회에서 입증됐듯 단기전이라면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한국에게 WBC란 '국가 대항전'

둘째는 WBC에 임하는 자세의 차이다. 한국은 WBC를 엄연히 국가대항전으로 인식한다. WBC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남다르다. 그러한 동기 부여가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한국의 원동력이었다.

반면, 미국이나 중남미의 강호들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동기 부여가 약하다. 미국·멕시코·베네수엘라 같은 강호들이 지난 1·2회 대회에서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출전했음에도 한국에 덜미를 잡힌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시즌을 앞두고 벌어지는 WBC에서 메이저리거들은 오히려 몸을 사린다. 그들에게 WBC는 여전히 이벤트 대회에 가깝기 때문. 이미 1·2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우승의 주역이었던 해외파 선수들이 모두 불참을 선언할 만큼 대회 자체에 임하는 목표 의식이 약해진 상황이다.

한국은 상대 국가들에 비해 훈련 소집도 빠르고 준비 기간도 길다. 이미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예비 엔트리를 확정하고 옥석 가리기에 돌입한 한국은 2월 12일부터 대만에서 전지훈련에 돌입한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빠른 움직임이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일찌감치 프로구단의 스프링 캠프에 버금가는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한 바 있다.

'새 얼굴'의 등장... 동기 부여가 남다르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이대호·이승엽·김태균 등이 포진한 타선에 비해 투수진에서는 비교적 국제무대에서 알려지지 않은 새 얼굴들이 많다. 박희수·손승락·장원준·노경은·이용찬·윤희상·유원상·차우찬 등 무려 8명의 투수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야수 진에서도 전준우·손아섭·김상수 등이 새롭게 가세했다. 물론 이것은 국제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상대에게 노출이 덜 됐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불펜의 운용이 강조되는 국제전에서는 1~2명의 특급 투수에 대한 의존보다 확실한 개성과 장기를 가지고 1이닝을 이어 던질 수 있는 계투진의 위력이 더욱 강조된다.

지난 2회 WBC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인 것은 김태균·정현욱 같이 비교적 국제무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이었다. 반면 류현진·김광현·이대호·추신수같이 익히 알려진 선수들은 오히려 대회 중반까지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정상급 선수들은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이들은 WBC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동기 부여도 더욱 강하다.

또한 이들은 상당수가 군 미필자기도 하다. 비록 이번 대회에는 병역 혜택이 걸려있지 않지만 내년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을 생각하면 WBC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인정받게 될 경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한국야구는 잃을 게 없다. 오히려 그러한 '헝그리 정신'과 '패기'가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섣불리 우승이나 4강 진출을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적어도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는 것은 한국야구의 저력이 이번에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국가대표팀은 2월 11일 소집돼 12일 대만으로 출국한다. NC다이노스와 두 차례 연습경기를 치른 후 타이중으로 이동, 3월 2일 네덜란드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1라운드 대회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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