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생활의 발견'의 신보라(왼쪽)와 송준근

▲ "우리 헤어져"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생활의 발견'의 신보라(왼쪽)와 송준근 ⓒ KBS


"그런 얘기를 무슨 이런 데서 하니?"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송준근과 신보라는 합이 잘 맞았다. 음식점 직원 역할의 김기리는 허공에서 음식을 서빙하며 열연했다. <개그콘서트> '생활의 발견' 팀이 리허설을 하는 동안 그들의 개그를 '매의 눈'으로 바라본 한 사람이 있었다. '대왕대비 마마'로 불리는 서수민 CP다.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수요일 녹화를 앞둔 지난 18일, 여의도 KBS 연구동의 연습실에서는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개그맨들은 2개 조로 나뉘어, 서수민 CP와 김상미·원승연 PD 앞에서 코너 별로 검사를 받았다. 데뷔 15년차 '서열 1위' 박성호도 열외는 아니었다. 연출진과 개그맨이 기탄없이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더 웃긴 것'을 찾는 과정이다.

프로그램 덕분에 책임프로듀서로 승진한 서수민 CP는 2012년을 "<개콘>을 맡으면서 원했던 걸 다 이룬 한해"라고 정리하며 "그걸 가능케 해준 사람들"이라고 개그맨들을 가리켰다. 그는 코너에 스타 게스트가 출연해서 '○○○ 효과'라고 보도되는 것을 억울해할 정도로 공은 개그맨에게, 탓은 자신에게 돌리는 수장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가지'

▲ "세상은 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가지'의 김준현(왼쪽부터), 허경환, 양상국, 김기열. ⓒ KBS


<개그콘서트>의 경쟁력, 공동체 의식  

13년째 계속 되어온 장수 프로그램인데다가,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개콘>의 경쟁력은 연습실의 테이블에서 나온다. 한 연구동의 2개 층은 이런 테이블로 가득 차 있다. 개그맨들은 일주일 중 월·화·수·목 4일을 회의로 할애한다. 이 가운데는 TV에서 볼 수 없는 개그맨들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낯선 얼굴이지만, 누가 언제 치고 나올지 모른다. 올해 김준현이 <개콘>의 대세로 떠올랐듯이 인기에도 부침이 있다.

이날 일부 개그맨과의 간담회에서 황현희는 개그맨 수가 늘어나 탄탄한 인프라가 구축된 것을 경쟁력으로 해석했다. 그는 "개개인이 잘 하는 게 있어서 함께 많은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개콘>이 잘 되는 이유는 자기 분야를 특성화 시키면서 코너를 살리는 '공동체 의식'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개그콘서트>에서 '불편한 진실'과 '막말자' 등의 코너에 출연하고 있는 황현희(가운데).

<개그콘서트>에서 '불편한 진실'과 '막말자' 등의 코너에 출연하고 있는 황현희(가운데). ⓒ KBS


다수의 개그맨을 이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관리가 필요하다. 연습실 내 화이트보드에는 CF 촬영이나 외부 행사처럼 개그맨들의 개인 스케줄도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개콘>에 몸담고 있는 이상 그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게끔 하는 통제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결국 프로그램과 개인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게 지향점인 것으로 보였다.

이 시스템 안에서 코너 '용감한 녀석들'은 음반을 발매해 개가수(개그맨+가수)로도 영역을 넓혔고, 김준현은 올 한해만 20개가 넘는 광고계약을 체결했다. 게다가 '인기 없는' 콘셉트도 좋은 캐릭터가 된다. '네가지'의 인기 없는 남자 김기열은 이날 연습실을 찾은 기자들에게 "심심할 때 들어보라"며 자신의 싱글앨범을 건넸다. 제목은 '다른 사람이 불렀으면 잘 될 수도 있었을 노래'였다.

<개콘> 팀은 올해 KBS <연예대상>을 기대하고 있다. 대상 후보에 '맏형' 김준호가 올랐기 때문이다. 2003년 박준형 이후, 한 번도 대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기에 갈증은 더 크다. 일각에서는 '게스트 플레이'나 개그맨들의 과도한 CF 출연을 지적하며 "코너에 힘이 빠지고 나태해졌다"는 말도 있었지만, 서수민 CP는 "코너를 빨리 바꾸는 건 답이 아닌 것 같다"며 "크리스마스, 연말 특집을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개그콘서트 개콘 서수민 김준호 연예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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