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2년을 마무리 할 시점이다. 특히 예능계는 MBC 파업, 1인 토크쇼의 범람, 강호동 복귀 등 다양한 이슈 속에서 유독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다. 그 중 막강한 시청률 파워를 가지고 예능계를 좌지우지 하는 스타 MC 유재석-신동엽-이경규-강호동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과연 그들의 2012년 예능 성적표는 어떠할까. 또 2013년을 맞아 그들이 떠안은 과제는 무엇일까.

 2013년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서게 된 MC 유재석

2013년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서게 된 MC 유재석 ⓒ MBC


'말' 많고 '탈' 많았던 2012년, 시험대에 올라선 유재석 : B+

유재석에게 2012년은 유달리 다사다난한 해였다.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구설에 시달리면서 힘든 나날을 보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6개월 장기 결방사태와 '슈퍼7' 논란, <놀러와> 폐지, <해피투게더>의 침체기 등 악재가 계속되며 유재석의 마음도 편치 않은 모양새다. 내년에는 더욱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게 됐다.

그러나 전체적인 면에서 유재석의 2012년 예능 성적표는 B+ 이상을 받을 정도로 준수한 편이다. 간판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장기 결방에도 불구하고 경쟁 프로그램을 멀찍이 따돌리고 있는데다가 <런닝맨> 역시 확실한 고정 팬을 확보하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흥행 보증 수표'라는 별칭에 걸맞은 성과는 보여준 셈이다.

다만, 현재 <무한도전>과 <런닝맨>을 사수하면서 <해피투게더>를 살려야 하는 과제를 부여 받은 만큼 2013년에 그가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출연 작품 대부분이 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절친한 동료인 강호동의 말처럼, 유재석은 "천재성과 노력을 모두 겸비한 이 시대 진정한 MC"라는 것이다. 겸손과 성실함을 기본으로 프로의식을 중무장한 그는 언제 어디서든 '유효한' 국민 MC다. 최근의 위기를 기회삼아 그가 다시 한 번 날아오르기를 기대한다.

 KBS에서 <불후의 명곡>과 <안녕하세요>를 진행하고 있는 신동엽

KBS에서 <불후의 명곡>과 <안녕하세요>를 진행하고 있는 신동엽 ⓒ KBS


부활하는 '황제의 시대' 신동엽 : A

한 때, '예능계의 황제' 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던 신동엽이 2012년 체면치레를 확실히 했다. <안녕하세요>를 안정적인 두 자릿수 시청률로 끌어올린 신동엽은 이영자, 컬투 등과 함께 명실상부 월요일 심야시간대 최강자로 군림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놀러와>의 유재석, <힐링캠프>의 이경규에 맞서 낸 성적이라 더욱 큰 의미가 있다.

토요일 저녁 KBS <불후의 명곡>이 <무한도전><스타킹>과 경쟁하며 나름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 역시 괄목할만한 성과다. 특히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수백 명의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수완으로 "역시 신동엽"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시청률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 이 시청률 문제는 신동엽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이 외에도 <동물농장><강심장><SNL코리아> 등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2012년 KBS 연예대상의 유력 수상후보로 거론되며 자신의 부활을 대중에게 선포하는 중이다. 서서히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고 있는 이 예능 황제가 2013년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 지 자못 기대가 된다.

 2010년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이 후, 안정적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MC 이경규

2010년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이 후, 안정적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MC 이경규 ⓒ KBS


'위기'와 '기회' 사이, 백전노장 이경규 : B+

2010년 KBS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정상의 자리를 탈환한 이 후, 이경규의 행보는 확실히 안정적이다. 슬럼프를 호되게 겪었기 때문인지, 튀지는 않지만 내실을 다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올해도 그는 <힐링캠프>를 자신의 새로운 주력 프로그램으로 선보이면서 대중의 시선을 잡아끄는 수완을 발휘했다.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등 유력 대선 주자를 시작으로 각계각층의 명사들을 초대하며 명실상부 최고의 '1인 토크쇼' 자리에 올라선 <힐링캠프>는 이경규의 능수능란한 진행 실력을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게스트와의 '밀당(밀고 당기기)'을 적당히 즐기면서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재주는 이경규의 30년 내공이 헛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힐링캠프> 외에도 <남자의 자격><붕어빵><화성인 바이러스> 등 장르를 넘나들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에게 '명불허전' '백전노장' 같은 찬사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경규의 현재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특히 <남자의 자격> 같은 주말 버라이어티가 눈에 띄게 하향세에 접어든 것은 마땅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김성민 퇴출과 이정진 하차 등으로 상승 동력이 꺾이면서 분위기가 침체 된 <남자의 자격>은 2012년 극약처방으로 제작진 및 멤버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여전히 미진한 결과를 내고 있다. 이경규로선 보다 적극적으로 멤버들을 다독이면서 분위기를 붐업 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현실에 부딪힌 셈이다.

2013년, 그의 앞에는 '<남자의 자격>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과연 이번 위기를 맞아 그는 또 한 번 통쾌한 역전 홈런을 날리며 이경규 신화의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을까. 30년 동안 대한민국 예능계를 진두지휘했던 '이경규 신화'가 새로운 갈림길에 서게 됐다.

 1년 여만에 방송가에 복귀하는 강호동이 29일 오후 1시 40분부터 SBS <스타킹> 녹화에 들어갔다.

강호동은 지난 11월, 약 1년 여만에 SBS <스타킹>으로 복귀하며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 SBS


화려한 복귀, 그 다음이 중요하다. 강호동 : C+

2011년 세금 탈루 혐의로 물의를 빚고 연예계를 잠정은퇴 했던 강호동은 2012년 11월 <스타킹>과 <무릎팍 도사>를 통해 복귀했다. 이른바 '유-강 체제'의 주인공이었던 그의 컴백과 함께 예능계 역시 다시 한 번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스타킹>은 강호동 화려한 컴백과 함께 두 자릿수 시청률로 껑충 뛰어올랐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강호동이 국민 MC로 성장할 수 있었던데에는 <1박 2일>이라는 빅히트 프로그램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 <1박 2일>을 통해 그는 전국구 MC로 발돋움했을 뿐 아니라 유재석의 유일한 라이벌로 부상했다. 덕분에 2년 연속 KBS 연예대상 뿐 아니라 예능 MC 최초로 백상예술대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의 강호동이 <1박 2일> 같은 제대로 된 '한 방'을 날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3년은 강호동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KBS에서 새 예능 프로그램을 론칭하며 세 확장에 나서는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제대로 된 '복귀 성적표'를 손에 받아들게 될 것이다. 국민 MC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강호동에게 새 프로그램의 성공은 상당히 묵직한 의미를 지닌다.

물러서거나 피하는 법 없이 콩트와 버라이어티의 중간에서, 강호동만의 캐릭터와 강호동만이 창조할 수 있는 영역을 고집했던 그가 과연 어떠한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의 새로운 도전에 예능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3년 활약이 기대되는 스타MC 'Big 4', 강호동-유재석-이경규-신동엽(왼쪽부터)

2013년 활약이 기대되는 스타MC 'Big 4', 강호동-유재석-이경규-신동엽(왼쪽부터) ⓒ MBC, KBS, SBS


2012년 예능계는 다소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올리며 나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스타급이라고 불리는 MC들은 시청률을 보장하며 파워를 행사하기도 하고, 시청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자신들의 독자적 영역을 만들기도 했다. 그만큼 예능계의 위상이 높아져만 가는 이때에 스타급 MC들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해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수많은 스타들이 명멸하는 과정 속에서 예능 MC들 역시 부침을 겪었다. 언제나 건강한 웃음을 선사해야 하는 그들이 2012년을 잘 마무리하고, 2013년에는 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대중을 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올 한해 방송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들의 땀방울에 작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강호동 이경규 유재석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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