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노래는 평소에 잘 부르려고 하는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음치는 아니다. 나중에라도 꼭 노래 잘하는 배역은 해보고 싶다며 너스레를 떤다. 청순한 외모인데 성격은 털털하다. 박하선의 진면모는 이 사이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독립영화 <영도다리>에서 시트콤 <하이킥3>을 거쳐 <음치 클리닉>까지 박하선은 꽤 바쁘게 걸어왔다. 아직은 배워야 할 것 많지만 매번 온몸을 던져 살신성인하는 배우. 투수에 비유하자면 리그에서 팀의 장기전 우승의 열쇠를 진 제3선발 투수가 바로 박하선이 아닐까. 

그래서일까. 박하선은 "독립영화 이후 상업영화로는 첫 주연이지만 <음치 클리닉> 출연에 큰 부담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사 역시 일상에 가까웠고, 한국 영화에선 찾기 힘든 여성이 끌고 가는 작품이기에 어색함이 없었다던 박하선은 "오히려 작품 준비를 잘 하지 않았을 때가 큰 부담이다"라고 제법 바르게 말했다.

 영화 <음치클리닉>의 한 장면.

영화 <음치클리닉>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하이킥3>와는 또 다른 작품, <음치>는 잘할 수 있는 작품"

아무리 연습해도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없는 동주(박하선)는 타고난 음치다. 그런 그가 사랑하는 남자로 인해 노래를 배우게 되고, 노래로 그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어 한다. 그런 과정에서 스타 노래 강사 신홍(윤상현)을 만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래 못하는 설정을 빼면 자칫, 지상파 시트콤으로 인기를 끌었던 <하이킥3>에서의 박하선을 떠올리기 쉽다. 단호하게 아니란다. 박하선은 장르적 성격이 비슷한 전작과 <음치 클리닉>을 꽤 명쾌하게 분류해냈다.

"<하이킥3>와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별로 안 했어요. 물론 그 당시 말투가 좀 남아있긴 했지만 다른 캐릭터잖아요. 하이킥의 박쌤은 있는 그대로 사랑스럽고, 완벽하지만 실수를 통해 귀여운 거잖아요. <음치 클리닉> 동주는 늘 뭔가 부족하고, 갖춰진 게 없는 인물이에요. 캐릭터의 포지션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했죠.

잘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하이킥3>이 하고 싶어서 했던 작품이었다면, <음치>는 잘할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오랜만에 느꼈던 기분이었죠. 드라마 <동이> 때도 그랬거든요. 이 둘 다 제가 잘할 수 있을 거 같은 작품이었어요."

 영화<음치클리닉>에서 모태 음치 동주 역의 배우 박하선이 28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음치클리닉>에서 모태 음치 동주 역의 배우 박하선이 28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윤상현 선배 때문에 말수 더 적어졌다"...하지만 힘이 되는 사람

자연스러운 일상 대사로 큰 어려움이 없었다던 박하선은 영화 속 동주와 자신이 많이 비슷하다고 인정했다. 털털한 성격, 그리고 집에서 굴러다니는 패턴 또한 마찬가지란다. <하이킥3>에서의 박하선이 사랑스러운 여자였다면 동주는 말 그대로 민폐 캐릭터. 박하선은 "그런 사람이 또 뒤에선 애교도 부린다"며 동주를 적극 변호했다.

민폐 캐릭터라지만 무엇보다도 동주에겐 그를 쫓아다니는 신홍이 있었다. 이번 영화로 상업영화 데뷔를 하게 된 윤상현은 방송을 통해 박하선에게 호감을 표하는 등 친근한 감정을 적극 표현해왔다. 여기에 대해 그녀의 감정을 살짝 물어봤다.

"윤상현 오빠 덕분에 말수가 더 적어졌어요. 저보다 신나하는 분은 처음 봤어요. 신나게 해주시니까 좋기도 한데 지치지도 않으세요.(웃음) 같이 회식을 가면 마이크를 놓질 않으세요. 지금도 예뻐해 주시니 좋죠. 촬영장에서 스태프들과 두루 친해진 후 연기를 하는데 전 또 너무 친해지면 연기가 잘 안 돼요. 나중에 드라마에서 만나고 싶어요. 드라마 제작 환경이 힘들잖아요. 힘이 될 거 같아요.(웃음)"

좋은 분위기에서 촬영을 마친 박하선은 <음치 클리닉> 역시 흥행만 목적을 둔 상업영화이기보단 "현실이 힘든 분들이 보고 '아 좋다'라고 말하는 작품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이하고 진지한 영화도 좋지만 재미있게 봐서 좋은 감정을 얻어가는 작품도 좋다면서 말이다.


20대 후반? 중심을 찾는 시간..."시선 의식하지 않고 즐겁게 하고 싶어"

요즘 박하선을 채우는 가장 큰 생각은 '근본'이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배우를 왜 하고 싶어 하는지 그 이유를 찾고 있었던 것. 박하선은 20대 후반에 접어드는 최근이 사춘기 같다며 이후의 바람을 밝혔다.

"늘 성격이 바뀌어요. 20대 이후 1년, 1년이 다른 거 같아요. 작품이나 환경에 따라서 많이 바뀌는 거죠. 제가 드문드문 등장한 거 같지만 실제론 혼자 지낼 시간이 많이 없었어요. 올해 <하이킥3>와 이 작품을 끝내고 4개월을 쉬는데 마지막 한 달엔 멘붕(멘탈붕괴)이 왔죠.

시간이 좀 많아지면서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나'하며 근본을 찾고 있어요. '원하는 게 뭐였지? 왜 이 일을 하지, 왜 살지?' 바쁘다 보니까 몰랐던 거예요. 큰 계획을 잡고 목표를 잡고 출발했던 것 같은데 최근엔 그게 없어진 거 같아 찾고 있어요. 그것도 찾다 찾다 안 찾아지니까 놔버렸는데 이 일을 할 나만의 이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최근에 결심한 게 혼자 여행하는 것이라고.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기도 하지만 가고 싶다면 가지 못할 게 무엇이냐고 반문하는 그녀를 보면서 박하선 만의 긍정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혼자 버스도 잘 탄다. 최근엔 친한 후배인 백진희와 삼청동 나들이도 다녀왔단다. 혹시나 사람들이 격한 반응들을 보이진 않았는지 물으니 "요즘 분들은 다르시더라"면서 웃어 보였다.

"진희가 요즘 드라마를 들어가서 잘 못 노는데, 연예인이라고 움츠러들 건 없잖아요. 안 그래도 갇혀서 살 수 있는 직업인데 편하게 지내야죠!"

 영화<음치클리닉>에서 모태 음치 동주 역의 배우 박하선이 28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눈을 살포시 감은채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다.

영화<음치클리닉>에서 모태 음치 동주 역의 배우 박하선이 28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눈을 살포시 감은채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박하선 음치클리닉 윤상현 백진희 김해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