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시민기자는 찰나의 순간 가운데서 영원을 바라보고프며, 화불단행과 소포모어 징크스를 경계하는 비평가입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면서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을 추구합니다. [편집자말]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역의 도원경.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일을 추진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처음에 기획했던 목적이 변질되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면 흥미로운 뮤지컬이다.

▲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역의 도원경.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일을 추진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처음에 기획했던 목적이 변질되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면 흥미로운 뮤지컬이다. ⓒ 함박우슴


뮤지컬 가운데에는 특정 종교의 색깔을 갖는 뮤지컬이 있다. <원효>나 <쌍화별곡>이 그렇고, 오늘 소개하는 <마리아 마리아> 역시 종교적 색깔을 가지는 뮤지컬이다. 한데 <마리아 마리아>는 종교적 프레임 이외의 다른 프레임으로 바라보면 흥미로운 관점이 도출되는 뮤지컬이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추진하는 일이 나중에는 목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로 나타나는 걸 종종 경험할 때가 있다. 처음에 기획한 건 결과물 A를 기대하고 일을 추진한다. 한데 나중에 나오는 결과물을 보니 기대했던 A가 아닌 B나 C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처럼 말이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일을 추진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처음에 기획했던 목적이 변질하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면 흥미로운 뮤지컬이다. 뮤지컬의 배경은 로마의 지배 아래 있던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한다. 비단 로마 제국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시 이스라엘의 기득권층은 바리새인과 제사장이었다.

한데 이들 이스라엘 기득권층에게 당장의 위협이 되는 건 제국 로마 외에도 하나가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예수라고 하는 젊은 사나이. 예수는 제사장과 바리새인의 기득권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들 기득권 세력은 계략을 꾸민다. '미인계'를 통해 예수를 거꾸러뜨리겠다는 계략 말이다. 예수도 남자이기에, 창녀인 마리아를 고용해서 예수를 유혹하고 잠자리로 끌어들이려는 계략을 꾸민다.

적어도 이 지점까지만 보면 마리아는 이스라엘의 기득권층인 당시 제사장과 바리새인의 목적과 일치한다. 처음에는 이스라엘 기득권층과 마찬가지로, 창녀 마리아는 예수를 잠자리로 끌어들일 '사냥감'으로 보는 것이기에 말이다.

마리아 마리아 예수 역의 김종서. 창녀가 구원을 받는다는 종교적 프레임을 논외로 하고 관람하더라도, 당시 이스라엘의 기득권층이 사주한 마리아가 기득권의 저해 세력인 예수의 편에 가담하고야 마는 아이러니가 있는 뮤지컬이 <마리아 마리아> 가운데 담겨 있다.

▲ 마리아 마리아 예수 역의 김종서. 창녀가 구원을 받는다는 종교적 프레임을 논외로 하고 관람하더라도, 당시 이스라엘의 기득권층이 사주한 마리아가 기득권의 저해 세력인 예수의 편에 가담하고야 마는 아이러니가 있는 뮤지컬이 <마리아 마리아> 가운데 담겨 있다. ⓒ 함박우슴


하지만 예수는 그리 호락호락한 남자가 아니었다. 마리아의 유혹에 넘어가기는커녕 마리아를 하나의 인격으로 대해준다. 당시 창녀는 최하층 계급에 속했다. 다른 사람들은 상종하지 못할 종자, 창녀로만 보고 손가락질하던 마리아를 한 인격체로 대해주니 마리아는 애초 자기가 계획하던 '유혹'이라는 목적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는 예수의 추종자가 된다. 마리아를 매수한 제사장이나 바리새인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게다. 애초에 잠자리라는 목적을 갖고 벌인 일이지만 예수가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도리어 마리아가 예수의 추종자가 되어버리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목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도출되는 셈이다.

바리새인이나 제사장으로서는 마리아를 통해 예수라는 암초를 제거하고 싶었지만 도리어 사주를 부탁한 마리아마저 예수의 추종자가 되어버리는 사태를 맞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는다.

창녀가 구원을 받는다는 종교적 프레임을 논외로 하고 관람하더라도, 목적과 결과물이 아주 딴 판으로 변하고 마는 역설의 프레임, 더불어 당시 이스라엘의 기득권층이 꼬드긴 마리아가 기득권의 저해 세력인 예수의 편에 가담하고야 마는 아이러니가 있는 뮤지컬이 <마리아 마리아> 가운데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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