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지상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3주간에 걸친 MBC <무한도전> '못친소 페스티벌'(이하 '못친소')이 방송됐다. '못친소'는 무엇을 남겼을까? 여전히 외모지상주의 신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을까? 아니면 못생긴 사람의 연대를 통해 외모지상주의가 가진 맹점을 드러내고 그곳에서 전복의 지점을 만들었을까?

평균 이하의 존재들의 새로운 평균 이하, 바로 '외모'

 못친소 페스티벌, <무한도전> 12월 1일 방송 캡처

못친소 페스티벌, <무한도전> 12월 1일 방송 캡처 ⓒ MBC


과거 <무한도전>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방송된 바 있다. 이 <무모한 도전>은 평균 이하의, 특히 신체 가용 능력에 있어 보통 이하 존재들이 여러가지 '무모한 도전'을 펼치는 내용을 담았다. 처음부터 성공보다는 실패가 뻔했고, 그 결과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음주를 기약한다. 이렇게 얻은 '땀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이 <무모한 도전>이 <무한도전>으로 이름을 바꾼 후, 다양한 형식과 결합하기 시작했다. 각 캐릭터의 개성과 관계에 집중하면서 늘 앞서가는 신선한 형식들과 이야기를 생산했던 것. 이런 노력으로 <무한도전>은 MBC 간판 주말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으며 장수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주목할 만한 점은 <무모한 도전> 시절 생겨났던 '평균 이하'라는 슬로건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늘 자막을 통해 캐릭터들에 대한 희화화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던 <무한도전>이 기존의 신체나 지능적인 측면의 '평균 이하'를 벗어나 이제는 얼굴에 그 '평균'의 잣대를 본격적으로 들이댔다. 바로 '못친소'다.

못생긴 사람들의 공화국이 생기다

 못친소 페스티벌, <무한도전> 12월 1일 방송 캡처

못친소 페스티벌, <무한도전> 12월 1일 방송 캡처 ⓒ MBC


'나의 못생김'을 자랑하거나 희화화하는 대신 '나의 못생긴 친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형식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못생겼다"고 평하는 동시에 자신이 "못생겼다"는 점을 인정하게 만든다.  결국  하나의 파티에 초대돼 같은 터전에 묶이면서 경쟁과 유대가 공존하는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과거 MBC에서 방영됐던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란 프로그램은 '스타의 친구들도 역시 스타 못지 않아!', '스타의 주변에는 다 잘 생긴 사람밖에 없어!'라는 식의 신화를 생산했다.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가 비슷한 범주 안에서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의 짝짓기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못친소'는 이를 뒤집는다.

'공화국' 속에서 생겨난 새로운 외모 순위

 못친소 페스티벌, <무한도전> 12월 1일 방송 캡처

못친소 페스티벌, <무한도전> 12월 1일 방송 캡처 ⓒ MBC


즉 '못친소'는 서로를 향해 "못생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격의 없는 관계들을 불러낸 가운데 '한국 평균 이하의 사람들'이라는 이들이 함께하는, 이른바  '못생긴 사람의 공화국'을 임시적으로 건설한 것과 같다.

그러나 서로에게 받았던 '못생겼다'는 인상은 점차 변화한다. '못친소' 안에서 스스로의 개성을 펼치는 가운데, 각기 가진 매력이 새롭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단지 표면적인 것만으로 측정되지 않는 '새로운 외모 순위'가 발견된다.

"우린 미남이다, 미남이다"를 연이어 외치는 주제곡을 통해 한국 평균 이하의 사람들의 자기 위안은 어느새 <무한도전>이 갖는 끊임없는 희화화 정신으로 거듭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못친소' 속 '미남'이라는 개념은 '잘생긴 사람들의 공화국이었던 TV'의 감각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이 새로운 '공화국'에 눈뜨게 한다.

따라서 이 못생긴 사람들의 공화국은 결국 우리보다 못생긴 사람들을 보며 갖는 위안을 주는 대신, 잘생긴 것과 못생긴 것을 나누는 경계를 흐트러뜨리는 효과를 낳는다. 외모만으로 사람을 구분짓지 않는, 잘생기지 않아도 매력이 있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도록 만들어내는 셈이다.

외모 대신 매력,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

 못친소 페스티벌, <무한도전> 12월 1일 방송 캡처

못친소 페스티벌, <무한도전> 12월 1일 방송 캡처 ⓒ MBC


'못친소'가 설파하는 것은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닌 매력'이라는 점이다. 이 매력은 표면적인 것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 그리고 남들과 맺는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이라는 것을 <무한도전>은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못친소' 속 동거 공간이 서로를 물고 뜯는 치열한 경쟁만이 존재하는 차가운 동물의 왕국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이해를 가능케 하는 유대로서의 공화국인 이유다. 그리고 이는 <무한도전>이 늘 자신을 낮추면서도 '누구도 다 평균 이상'은 아니라는 위안을 주며, 그 안에서 따뜻한 연대의 축제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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