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저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배우 최민식이 입장하고 있다.

30일 저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배우 최민식이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 대종상에 대한 여론을 의식해서였을까.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 33회 청룡영화상은 흥행을 이룬 상업 영화와 비상업 영화가 골고루 수상의 영광을 안은 자리가 됐다.

각 부문 후보만 해도 <광해 :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와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이 각각 10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려, 다관왕이 또 나올 수도 있다는 예상이 있었다. <도둑들>과 <건축학개론>도 각각 8개, 7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던 상황.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사뭇 예상 밖이었다. 영화 <은교>와 <범죄와의 전쟁>이 각각 3부문의 수상을 했고, <도둑들> 역시 기술상과 최다관객상을 받으며 2관왕을 기록한 가운데 <부러진 화살>과 <피에타>가 각각 감독상과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분류를 해보자면 기술상 부문은 주로 상업영화가, 작품상 부문은 저예산 영화가 가져간 셈이었다. 특히 지난 49회 대종상에서 15관왕을 차지했던 <광해>는 미술상 부문에서만 수상을 해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개성 넘치는 수상소감들, "영화인들 함께 기뻐하는 자리 돼야"

이런 가운데 수상을 위해 무대를 오른 주인공들은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모습을 보였다. 류승룡은 남우조연상 수상 이후 자신의 어려웠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언젠가 이 무대에 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의 배우 최민식은 "이 좋은 잔칫날 누군가는 쓴 소주를 먹고 있다"며 "얼마 전 자식과도 같은 작품을 감독 스스로 죽여야 했던 소식을 들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30일 저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범죄와의 전쟁>팀인 윤종빈 감독, 배우 하정우, 곽도원, 최민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30일 저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범죄와의 전쟁>팀인 윤종빈 감독, 배우 하정우, 곽도원, 최민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최민식의 말은 바로 영화 <터치>의 민병훈 감독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터치>는 유준상, 김지영이 노개런티로 좋은 연기를 선보이며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기자들과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작품. 지난 11월 8일 개봉한 <터치>는 개봉 8일 만에 스크린 수가 전국 12개 극장까지 주는 등 어려움을 겪다 결국 민병훈 감독 스스로 종영을 선언해 상영종료를 맞이했다.

당시 관객들이나 평단에선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상업논리를 비판하며 불공정 거래라는 주장을 내기도 했다. 주연배우인 김지영은 지인들 200명과 함께 영화를 보는 등 스크린 사수를 위해 힘썼지만 결국 민병훈 감독의 결정을 꺽진 못했다.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를 안은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는 "돈이 중심이 되는 극단적인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영화"라며 "돈이 아닌 사람이 먼저인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참고로 대선에 참여하는 문재인 후보의 기치가 '사람이 먼저인 사회'다.

이처럼 여러 영화들이 청룡영화상의 영예를 나눠가진 하루였다. 수상과 별개로 현재 독과점 구조인 국내 영화 제작과 배급 시스템의 논의가 절실해진 하루기도 했다. 최민식 배우의 말처럼 영화인들을 위한 잔치에 비주류 영화인들이 소외되는 현실은 분명 개선해야 할 과제다.

 30일 저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배우 곽현화가 대통령선거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30일 저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배우 곽현화가 대통령선거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 이정민


제 33회 청룡영화상 수상 정보

신인상 : <은교> 김고은, <건축학개론> 조정석
최대관객상 : <도둑들>
기술상 : <도둑들> 유상섭, 정윤헌
조명상 : <은교> 홍승철
촬영상 : <은교> 김태경 
단편영화상 : <밤> 강원 감독
청정원 인기스타상 : 하정우, 김수현, 공효진, 배수지
남우조연상 : <내 아내의 모든 것> 류승룡
여우조연상 : <연가시> 문정희
미술상 : <광해 : 왕이 된 남자> 오홍석
각본상 :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윤종빈
음악상 :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조영욱
신인감독상 : <공모자들> 김홍선
감독상 : <부러진 화살> 정지영
남우주연상 :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최민식
여우주연상 : <내 아내의 모든 것> 임수정
최우수작품상 : <피에타> 김기덕



청룡영화상 최민식 임수정 민병훈 교차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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