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연기파 아역'들의 좋은 연기로 초반에 시청자의 시선을 확 잡아끈 다른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MBC <보고싶다> 역시 성인 연기자들이 부담을 안게 됐다. 시청자들 또한 그 어색함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지난 5, 6회는 약간 엉성한 얼개로 우려를 샀던 것도 사실이다. 김형사(전광렬 분)의 죽음 과정 등이 허술하게 그려진 것과 주인공들을 둘러싼 환경이 엄청나게 달라진 것이 그 원인이다.

여기에 한정우(박유천 분)의 감정묘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그 상태에 따라 주변 인물들의 행동 양태가 결정되는 등 상투적 멜로 드라마의 형태를 내보였다. 그러나 이제 그 완충의 시간을 지나 극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

<보고싶다> 한정우, 이수연 두 사람이 마주보고 서 있다. 앞으로 두 사람의 감정은 각종 사건들의 와중에 점점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15살 시절의 아픔을 극복해내는 과정이 기대되고 있다.

▲ <보고싶다> 한정우, 이수연 두 사람이 마주보고 서 있다. 앞으로 두 사람의 감정은 각종 사건들의 와중에 점점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15살 시절의 아픔을 극복해내는 과정이 기대되고 있다. ⓒ MBC


시청자들은 알고 그들은 모르는 것, 바로 몰입이다

물고 물리는 관계처럼 애타게 하는 것이 있을까. 한정우와 이수연(윤은혜 분), 그리고 강형준(유승호 분) 세 사람은 비밀스러운 속내를 꼭꼭 감추고 있다.

한정우는 CCTV를 통해 조이가 이수연임을 확신하는 듯했다. 이수연은 한정우에 대한 오랜 원망을 품은 채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강형준은 극 중 여러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철저히 이중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이런 것에 있다. 대체로 전지적 입장에 서게 되는 시청자들이 각종 오해와 이간질, 착각으로 갈라서는 주인공들에 감정이입하게 되는 것. 그 과정을 익히 알고 있기에 그 안타까움은 배가 된다.

현실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여러 일로 꾸며진 개개의 사건, 사고들이 개연성을 저버리지 않은 채 펼쳐지고, 거기에 농익은 멜로가 더해지면 몰입을 이끌어내기 쉬워진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는 것이다.

<보고싶다> 이수연의 예전 우산에 달린 이름표. 한정우와 이수연, 두 사람에게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이다.

▲ <보고싶다> 이수연의 예전 우산에 달린 이름표. 한정우와 이수연, 두 사람에게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이다. ⓒ MBC


멜로와 추리, 적절한 템포로 잘 이끌고 있다

그러나 <보고싶다>의 장점은 멜로에만 있지 않다. 시청자들을 각종 사건의 추리에 동참하게 하고 있는 것. 성폭행범 강상득을 살해한 범인의 족적, 그리고 정황만으로 범인을 추리해가는 과정, 강형준의 이모 정혜미(김선경 분)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점들은 극의 짜임새를 튼튼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김은주(장미인애)의 짝사랑, 한태준(한진희 분)과 강형준의 극적 만남, 손목을 다친 보라 엄마에게 드는 의문, 그리고 엄마(송옥숙 분)를 찾아간 이수연이 자신을 잊은 것 같은 그의 모습에 실망하고 돌아서는 것 등의 설정은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갖게 한다.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입체감을 가지고 있다. '출생의 비밀'과 같은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아픈 과거의 기억들이 있고 현재도 비밀스러운 상황에 놓여있으며, 선과 악의 극명한 대조가 아닌 적절히 잘 버무려진 인간적 면모를 엿보이고 있는 것.

아쉬운 것은 멜로를 그려내면서 이수연의 한정우에 대한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15살 기억 속 그에 대한 원망을 채 극복하지 못한 탓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결국 드라마의 큰 줄기는 두 사람의 사랑에 관한 것. 그 진한 애증을 좀 더 묘사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단, 한정우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시청자들에게는 한껏 드러나게 하는 것이 묘미.

지난 4회까지의 설정이 워낙 어둡고 때론 참혹했던 터, 현재 극의 구조가 조금은 밝고 가볍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각 상황에서 우연을 남발하지 않고 적절히 가지치기를 해나가는 것,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지나친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게 조절해 가는 것 등은 지금까지 드러난 이 드라마의 미덕. 그 호흡을 잃지 않고 잘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보고싶다 박유천 장미인애 윤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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