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tvN


"서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교제과정 없이 만나서 결혼부터 하려다 보니까 혼수문제, 상견례문제 등 사사건건 싸움이 나는 것과 비슷한 문제다."

단일화 협상 중단에 대해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렇게 논평했다. 'SNL 코리아'의 '위트엔드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장진 감독 역시 "성격차이"와 "부부생활"에 빗대기도 했다. 지금도 일부 누리꾼들은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 대해 "미안해"를 연발하는 남자와 "이유를 모르겠느냐"고 토라진 여성의 연애담에 비유하는 중이다.

생방송의 이점을 살려 유례없는 순발력을 보여주고 있는 'SNL 코리아' 시즌3의 '여의도 텔레토비 시즌2'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17일 방송에선 아예 '대선클리닉 사랑과 전쟁'이란 이름으로 통해 대놓고 '부부생활의 갈등'으로 치환하는 찰진 패러디를 선보였다.

 <여의도 텔레토비>의 '또'

<여의도 텔레토비>의 '또' ⓒ tvN


"(단일화) 2주 간의 조정 기간을 드리겠습니다"

"니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과일 사과) 이거 받고 화 풀어." (민주통합당 '문재니')
"실망이에요. 내가 사과나 받으려고 이러는 줄 알아요?" (??? '안쳤어')
"예상대로야, 완전히 돌아선 거 같은데 그냥 포기해." (새누리당 '또')

이유도 모른 채 계속 미안하다는 '문재니'와 "어쩜 그걸 모를 수 있느냐"는 '안쳤어',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보며 '포기'를 종용하는 '또'. 그 중 압권은 지속적으로 사과를 하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며 뒷목을 잡는 '문재니'의 황당한 얼굴이었다.

그러자 드라마 <사랑과 전쟁> 속 이혼 조정위원회가 열렸다. 여기서도 '안쳤어'는 "사랑은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하다"는 현실반영적인 대사를 날린다. 그리고 예상대로 돌아오는 것은 (대선후보 마감일에 맞춘) "2주간의 조정기간을 드리겠다"는 MB의 쉰 목소리다.

지난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여의도 텔레토비'에 대해 '문제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여의도 텔레토비'가 이 단일화 협상 결렬을 어떤 수위로 풍자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다. <사랑과 전쟁> 패러디는 아마도 세간의 평가를 재빠르고 적절하게 반영한 제작진의 센스가 돋보이는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파격적인(?) 'H.O.T 팬픽'을 선보인 <SNL 코리아> 17일 방송

파격적인(?) 'H.O.T 팬픽'을 선보인 17일 방송 ⓒ tvN


'균형'과 '균등함' 사이에서 길을 찾은 패러디 정신

좀 더 통렬한 풍자를 원한 시청자라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지 모를 수 있겠다. 하지만 민감한 정치풍자에 있어 "균형감과 균등함"을 강조하는 제작진의 입장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 수위는 분명 적절한 선택일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지난주 '문재니'가 '또'에게 준 꽃을 '단일화'로 표현하고는 만화 <슬램덩크>를 등장시키고, "왼손을 거들 뿐"이라는 '문재니'에게 "누가 거든다는 겁니까"라는 '안쳤어'의 불만을 그려냈던 방송이 더 화끈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나기 전이었던 만큼 '또'를 연기하는 박슬기가 "저 욕 많이 해서 정학당한 줄 알았다"고 하자 "TV토론하고 놀자"고 꼬집는 성우의 대사야말로 현안을 반영하는 <SNL 코리아>의 순발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여의도 텔레토비'에 대한 반향은 그만큼 정치시사풍자가 퇴보했다는 반증일 터다. 새누리당의 딴죽 역시 그 파장에 따른 것이라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SNL 코리아>의 기본 정신은 누가 뭐래도 패러디 그 자체다. 17일 방송에서는 급기야 호스트인 H.O.T 멤버 토니안과 장우혁이 자신들을 빗댄 '팬픽' 속 주인공을 연기하며 동성애 코드를 아무렇지 않게 선보이는 파격을 연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10일 방송에서는 영화 <늑대소년>, 호스트 박은지의 일기예보, <슈퍼스타K>, <밥로스의 화장을 해봅시다>, <강심장> 패러디인 <약심장> 등 대부분을 패러디로 채우는 강수를 뒀다. 19금과 시사풍자의 두 무기를 제대로 활용한 셈이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추이에 온 나라가 술렁이는 요즘. 이렇게 정치 이야기를 편안하게 펼쳐놓고 할 수 있는 '의식있는' 코미디가 있다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인 듯 싶습니다"란 한 네티즌의 평처럼, 오바마와 롬니의 대선 과정을 잔치판처럼 패러디했던 미국의 원조 <SNL>마냥, 심의의 족쇄에서 한층 가벼워진 <SNL 코리아> 시즌3가 선보일 풍자와 패러디를 즐거이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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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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