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돔 도쿄돔의 아름다운 야경

▲ 일본 도쿄돔 도쿄돔의 아름다운 야경 ⓒ 양형진


2008년 아시아 시리즈를 관전하기 위해 기자는 직접 도쿄돔을 방문하였다. 당시 한국시리즈 우승팀 SK 와이번스의 우승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와이번스가 대만의 퉁이 라이온즈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서 졸지에 남의 나라 야구팀(일본 세이부 라이온즈 VS 대만 퉁이 라이온즈) 결승전을 보고 와야만 했다.

당시 도쿄는 주말 내내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전반적으로 날이 안 좋았다. 하지만 아시아 시리즈는 예정대로 아무 탈 없이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비가 와도 언제든지 야구를 할 수 있는 도쿄돔에서 경기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관중석이 썰렁했을 뿐이다.

잊을 수 없는 도쿄돔의 추억

관중석이 워낙에 썰렁했던 덕분에 필자는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도쿄돔 구석구석을 돌아 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었다. 속된 말로, 국내 야구장의 인프라 수준이 여인숙이라면 도쿄돔은 4성급 이상의 호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쿄돔의 인프라는 훌륭했다.

하지만 워낙에 아시아 시리즈 흥행 열기가 썰렁한 탓에 후원사인 코나미가 두 손을 들었고, 결국 2008년을 마지막으로 아시아 시리즈는 2년 동안 중단되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아시아 클럽 챔피언전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일본 대만 시리즈 우승팀들끼리 단판 승부가 펼쳐졌다.

2년 동안 중단되었던 아시아 시리즈는 지난해 대만에서 적극적으로 개최 의사를 밝힌 덕분에 재개되었고,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 팀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아시아 시리즈 타이틀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다. 야구 열기가 높은 덕분에 대만의 타이중 구장도 시설이 뛰어나다.

그리고 올해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아시아 시리즈가 개최되었다. 하지만 11월의 한국 날씨는 추운 편이라 돔구장이 아닌 곳에서 경기를 하면 선수들의 경기력에 많은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

그나마 따뜻한 남쪽에 위치한 부산이라도 저녁에는 기온이 10도 안팎을 오르내린다. 3시간 동안 앉아서 관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날씨다. 그리고 사직구장은 부산시와 자이언츠가 꾸준히 시설을 리모델링하면서 나름대로 시설관리에 신경을 기울이지만 완공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오래된 구장이다. 아무래도 도쿄돔이나 대만의 타이중 구장에 비하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몫 거들기라도 하려는 듯 대회 첫 경기가 펼쳐진 날 '멘붕'을 유발하는 쇼가 펼쳐졌다. 대만 시리즈 우승팀 라미고 몽키스가 차이나 스타즈 팀을 상대로 14-1, 7회 콜드게임 승을 거두자 사직구장 전광판에는 국제 대회임을 의식한 듯 친절한 영어 자막이 새겨졌다.

"COLD GAME"

무척이나 날씨가 추운 탓에 경기가 중단되었다는 의미일까? 원래는 'CALLED GAME'이라 표기하는 게 맞다. 하지만 사직구장 전광판 관리 직원은 이번 아시아 시리즈의 흥행열기가 너무 썰렁한 탓에 큰 멘붕을 겪었는지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COLD GAME'이란 용어를 친절하게 새겨주었다.

도쿄돔 내부 비가와도 걱정없이 경기를 할 수 있는 돔구장

▲ 도쿄돔 내부 비가와도 걱정없이 경기를 할 수 있는 돔구장 ⓒ 양형진


700만 관중시대를 열어젖힌 프로야구. 하지만 인프라는 프로야구가 개막하던 1982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시설이 쾌적하다고 평가받는 인천의 문학구장도 구장 곳곳에 널브러진 쓰레기들과 지하 주창에 고여있는 웅덩이 같은 물, 그리고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지하주차장의 역겨운 화장실 등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사직구장 'COLD CAME'... '멘붕'

1982년에 지어진 잠실구장 역시 곳곳에 거미줄이 쉽게 발견되며, 전반적인 야구장의 구조가 현대화된 시설과는 거리가 멀다. 사직구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 외에 광주나 대구구장 등은 오래 전부터 야구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악명 높은 시설의 구장이다.

이렇게 인프라가 부실한 상황에서 국제 대회를 치르는 것 자체가 대단한 모험(?)이다. 굳이 외국 야구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허술한 인프라를 보여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더구나 결승전이 열리는 11일 일요일에는 전국에 비가 예보되어 있다. 선수들이 비에 범벅이 된 채로 결승전을 강행해야 하는 상황이 올까 걱정스럽다.

700만 관중 돌파 열기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제 야구 인프라에 모든 관심과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상 처음 500만 관중을 돌파했던 1995년 당시 LG는 뚝섬에 개폐식 돔구장을 의욕적으로 추진했고, 돔구장 관련 프로젝트 팀이 가동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부 단체들의 이기적인 태도와 행정지연, 그리고 IMF 구제금융에 의한 경제한파가 몰아치면서 결국 돔구장 프로젝트는 좌초됐다.

지금의 야구열기는 1995년 당시를 훨씬 뛰어 넘는다. 500만을 넘어 700만 관중 시대가 열렸고, 각 구장들마다 좌석 점유율이 80%대에 육박할 정도다. 이제 야구장에서 팬들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비해 한국의 여가 문화는 크게 변했다. 특히 극장의 인프라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아직도 변하지 않은 곳은 야구장 정도다. 축구장도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세계적 수준의 경기장이 조성됐다.

여가의 일부로 자리잡은 것을 넘어, 우선 순위로 부상하고 있는 야구관람을 계속 유지하려면 이젠 인프라 개선이 절실하다. 돔구장도 반드시 지어야 한다. 현재 건설되는 고척 돔구장은 접근성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 잠실 주경기장 자리를 K-POP 전용 콘서트장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K-POP이 문화 콘텐츠 수출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K-POP을 즐기는 세대층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단순히 K-POP 전용시설을 짓기보다는 돔구장을 지어서 야구뿐만 아니라 K-POP 콘서트도 추진할 수 있는 다목적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돔구장 건설, 지금이 최적이다

도쿄 돔구장도 일년 내내 야구만 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이병헌, 장근석 등의 국내 스타들도 콘서트를 펼쳤다. 심지어 1990년에는 도쿄돔에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권투 슈퍼 헤비급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과 도전자 제임스 더글라스의 유명한 타이틀전이 펼쳐지기도 하였다(더글라스가 예상을 뒤엎은 KO승을 거두었다). 야구가 펼쳐지지 않는 날에는 다양한 용도의 이벤트가 가능한 곳이 돔구장이다.

단순히 K-POP 전용 콘서트장을 짓는 것은 지극히 좁고 근시안적인 행정이다. 야구 수준이 높아지고 팬들의 관람문화가 정착되는 시점에 이젠 화끈하게 인프라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제9구단 NC다이노스가 내년 시즌부터 리그에 참여하고, 통신 대기업 KT가 10구단 창단을 선언하였다.

그 어느 때보다 인프라를 개선할 최고의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경제 민주화에만 관심을 쏟을 것이 아니라 국민의 복지와 여가문화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여가와 복지를 잘 누려야 그만큼 생산성이 높아진다.

이번 아시아 시리즈를 보면서 솔직히 창피한 마음이 더 앞선다. 또한 사직구장 전광판 해프닝을 보면서 1998년 4월 1일 잠실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축구 한일전이 떠올랐다. 당시 잠실 주경기장은 국내산 잔디를 사용했는데, 꽃샘 추위 탓인지 잔디가 좀처럼 파랗게 여물지 않았다. 고육지책으로 주경기장 관리소 측은 잔디를 초록색 도료로 도배해 그럴듯하게 꾸며 놓았다.

하지만 그날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고 한일전은 수중전으로 진행되었다. 당시 멋진 다이빙 슛으로 결승골을 장식한 황선홍의 붉은 색 유니폼은 초록색 도료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지금의 축구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만약에 국내에 돔구장이 지어진다면 아시아 시리즈뿐만 아니라 WBC를 유치해 야구 열기를 높일 수 있을뿐만 아니라 야구 컨텐츠 수출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제 외국인도 야구장을 심심치 않게 찾는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대변되는 열정 가득한 한국의 놀이 문화가 야구장에서도 발산되기 때문이다. 이젠 인프라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야구의 열기는 사직구장 전광판에 쓰인 'COLD'처럼 금세 썰렁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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