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상민, 지난 8월 12일자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박상민, 지난 8월 12일자 '나는 가수다'에서 ⓒ MBC


"나는 가수다"라고 말하는 가수는 누구인가?

"나는 가수다"란 명제에는 기본적으로 실상 여러 함의가 전제된다. 이 명제는 그래서 단순한 직업적 정체성을 가리키는 수식어이기 전에, 일종의 가수가 가수이기 힘든 현실 세태를 가리키고, '가수'의 진정성의 담론과 결부되며 일종의 동시대적 화두를 제공한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본래 존재하고 있던 다른 가수들과 구분짓고, 한편 배제하는 경계선을 그음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는 차별의 논리가 적용하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나는 가수다>, 그 제목에서부터 출발하는 여러 맥락과의 접점은 음악에 관한 또한 가수란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첨예한 측면에서의 동시대적 화두를 던지는 셈이다.

현재 음악 시장은 일종의 아이돌과 아이돌 외의 그 밖의 여러 불특정한 그룹으로 나뉘는 형국이다. 사실 <나가수>가 말하는 가수 외에도 밴드의 살 길도 막연하고 여러 특정 장르의 음악들 역시, 스타일화된 춤과 의상, 중독성과 자극성을 갖춘 아이돌 음악 시장에 잠식당하는 형국이다. 여기서는 음악의 우월성의 범주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음악 시장이 치우쳐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시각 매체에서 라디오 매체로의 낭만적 귀환

 가수 정엽, 지난 8월 12일자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정엽, 지난 8월 12일자 '나는 가수다'에서 ⓒ MBC


시각 위주로 재편된 음악 시장에 이제 TV를 비롯한 영상 매체에 자리를 내준 라디오 내지 오디오 가수들의 귀환은 이 <나는 가수다>라는 하나의 목소리로부터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는 기획사의 콘셉트 안에서 시작되며 최신 감각의 조류를 전유하고 맹렬한 춤 연습과 외모 가꾸기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야만 아이돌의 자리를 가져갈 수 있는 현실에서, 음악(노래)만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가수들에게서 미약하게 나오는 하나의 선언에 가깝다.

<나가수>는 이 라디오형 가수들에게, 무엇보다 가수 자신의 목소리로서의 노래와 진정성의 영역의 일치를 보이는 이 라디오적 음악 세계의 낭만을 다시금 추구하는, 그것이 이뤄질 수 있음을 이야기함과 같다. 실제 <나가수>의 녹화장에서는 십대 소녀 팬들이 아닌 얼굴에 주름이 배인 중년층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고, 이는 뭔가 우리가 흔히 보는 음악 콘서트장의 다른 풍광이라는 느낌을 준다.

실제 <나가수>는 라디오로서의 음악 매체보다 콘서트장의 스테이지 문화에 한층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이 녹화장은 카메라 각도와 프로그램 방향에 따른 고유의 편집점에 의해 TV로 보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일종의 그 구성된 바'를 은폐하고 있음에 가깝다. 무대와 객석이 일반적인 무대처럼 나뉘어 있음을 알기 어렵게 관객의 클로즈업된 얼굴과 가수의 얼굴을 교차시키는 편집 전략을 펼친다.

다양한 '노래 하나는 정말 기가 차게 하는' 가수들이 모인 이 '왕들의 제전'은 이들 가수 한 명 한 명의 무대 인사나 멘트로 그들 자체의 팬과 만나는 시간을 수여하지는 않는다. 오직 노래 한 곡 부르고 퇴장하는 셈이고, 그 중간 중간 사회자가 멘트로 이를 이어가는 진행 양상인데, 이로써 앞선 라디오형 매체나 일종의 가수 자체에 대한 어느 정도의 두터운 팬 층으로 이뤄지는 콘서트와 달리 여러 음악을 이어가며 트는 라디오 매체의 형식을 완성시킨다.

목소리에 아우라를 덧씌운 시연장

 가수 윤하, 지난 8월 12일자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윤하, 지난 8월 12일자 '나는 가수다'에서 ⓒ MBC


앞선 왕들의 제전이라는 말은 이 프로그램만이 갖는 일종의 폐쇄성에서 나오는데, 가수가 가수로서 무대에 서기 힘든 현실에서 나온, 그 가수들을 대변하는 단말마와 같은 탄식의 이 외침은 이제 '나가수'라는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매우 공들인 섭외, 곧 아무나 섭외하지 않는, 그래도 조금은 경력이 있고 음악적 삶을 순일하게 살아온 인생이 뒷받침되는 존귀함의 정체성이 이 출연 가수들에게 부여됨을 의미한다.

그래서 실상 치열한 경쟁으로 누가 떨어지느냐의 문제를 안고 "나는 가수다"를 더 이상 외칠 수 없는 '소거의 형식' 아래 한 명이 쓸쓸하게 퇴장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밴드>가 심사위원의 비판을 전면에 내세우며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그 궤를 같이하는 편이고, 명가수의 지난 곡들을 비교적 젊은 가수들이 경연을 통해 선보이는 <불후의 명곡>이 토너먼트 형식의 첨예한 경쟁을 더 전면에 내세운다면, <나는 가수다>의 포맷은 다른 측면의 프로그램 콘셉트가 적용된다.

어차피 <나는 가수다>도 대중의 투표에 의해 결과를 가르지만, 실상 무대 하나 마다 귀중하게 듣고 마지막은 역시 가혹한 가요계의 논리를 적용하며 이 진정성(진정성은 한편으로 삶의 어려움을 이겨 내는 데서 온다)을 이어 나가는 가운데, 사실상 이 안에서 평가는 일어나지 않는다. 오직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노홍철(왼쪽)과 박명수, 지난 8월 12일자 '나는 가수다'에서

프로그램 진행자인 노홍철(왼쪽)과 박명수, 지난 8월 12일자 '나는 가수다'에서 ⓒ MBC


관객 역시 누군가를 떨어뜨리려고 투표하거나 그 안에 비판을 관철시키기보다 단지 주관적으로 자신이 긍정적으로 판단한 가수들을 그 안에 기입하고 이어 이를 합산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가수>란 시연장은 로마의 원형극장이자 생사를 다투는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이를 구경하던 '콜로세움'과 흡사한 양상이다. 가수들은 나는 가수임을 거의 투사적으로 사력을 다해 드러내고자 한다.

그 시연장의 구성 역시 다른 여타의 관객이 가수와의 간극이 평면적인 공간으로 나뉜 채 제시되는 '프로시니엄 아치' 형식의 무대와 달리 가수를 관객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다보는 식의 위압적인 시선이 적용되고, 원형의 무대 선이 그려진 가운데에 가수만이 덩그러니 위치한다.

가수는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엄청난 긴장 속에 이 상황과 대면해야 하는데, 이는 관객 역시 마찬가지다. 카메라에 잡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노래가 본격적인 클라이맥스로 이어지기 전에 이미 감동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하다. 주로, 긴장되어 있는 한편 미리 눈을 감는 모습들이다.

<나가수>는 여기서 다시 진정한 가수들이 꾸미는 무대라는 명제로 관객을 지배한다. 이미 관객들은 진정한 차원에서 들을 준비가 되어 있고 모든 가수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세대적 감수성이나 문화적 향수를 충족하며 각박한 현실 세계를 치유하고자 하는 여러 욕망들이 결부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가수다"라는 하나의 절대 명제다. 이 시연장에서 가수는 거의 신성시된다.

시대를 공유하는 유행가의 힘

 지난 8월 12일자 '나는 가수다'에서 관객석의 모습

지난 8월 12일자 '나는 가수다'에서 관객석의 모습 ⓒ MBC


우승자를 뽑거나 승자를 가리는 것 이전에 '나는 가수다'라는 정체성을 프로그램과 일치시키고 있는 프로그램의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리바이벌'이다.

흘러간 대중가요는 그 시대의 정서를 다시 불러일으키거나 또는 나도 모르게 그 노래의 목소리에 자신의 목소리를 입히는 가운데 나한테 체화되어 있는 부분들을 자연스레 건드린다. 이는 다시 가수 자체의 목소리에 대한 매력(라디오형 가수)을 느끼는 것이자 노래는 바로 '듣는 것'이자 '시대가 묻은 감수성까지를 향유할 수 있는 것'임을 가리킨다.

그런 점에서 <나가수>는 단순한 경연 프로그램은 아닌 가수란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자, 콘서트장이라기보다. 다양하고 고유한 트랙들을 듣는 라디오 매체의 향수를 고취시키는 것인 동시에, 현재의 유행가가 아닌 자신의 유행가를 체험했던 시간을 경험하는 순간으로서 관객에게 유의미한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이미 '가수인 내'가 다시 가수임을 확언하는 형태로, 이 가수라는 것이 모든 가수를 포함하지 않는 배제의 논리로 작용하는 한편, 또한 그 가수임을 말하는 가수에게도 '가수여야만 하는' 엄청난 중압감을 선사한다.

긴장할 것이냐, 그저 놀 것(Play)이냐의 물음을 안고...

 지난 8월 12일자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서

지난 8월 12일자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서 ⓒ MBC


그래서 '나도 가수다'라는 제목을 형식으로 한 프로그램이 패러디로서 공공연하게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 프로그램의 긴장을 떨어뜨리기 위한 조금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로 가는 것은 프로그램에게는 긍정과 부정의 측면이 모두 있을 것이다.

긴장은 짜릿함을 주는 한편 편안함과는 상반된 가치로 작용한다. 한 명 한 명의 가수들을 소진하고 다른 가수를 새로 도입하는 프로그램 형식에서, 이 가수들이 어떻게 그저 가수를 드러내지 않고 즐겁게 놀며 사람들에게 있었던 곡을 새롭게 펼쳐낼지의 문제는 '나는 가수다'의 새로운 과제이자 정체성의 새로운 국면을 맞는 전환의 지점이 되는 문제인 것이다.

아마도 <나가수>는 출연 가수의 존귀함을 내세움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가수를 소진시키는 기존의 방식은 새로운 가수를 다시 끌어들이는 차원에서, 더 다양한 가수를 이 존귀함의 영역에 놓기 위해, 필연적으로 개방성의 측면을 두는 변화의 지점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지금 '새가수 선발전'이라는 제한 없이 출연자의 조건을 놓는 제도의 도입은 기존의 가수를 '모심'의 선별이 아닌, 앞서 언급했던 <나가수> 외의 배제됐던 가수들을 호출한다는 점에서, 경연장의 본래적 치열함이 더해진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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