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배우들이 저마다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관객들은 그들의 노력에 화답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도둑들>은 그렇게 최동훈 감독에겐 또 하나의 흥행작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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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도 이루었고, 그 이상의 성과도 있었다. 전작이었던 <타짜><전우치>의 흥행 기록을 깨면서 동시에 한국영화 사상 6번째 천만 관객 돌파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시원 섭섭'이라며 심경을 표현했던 최동훈 감독의 마음을 얼핏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열정을 담아냈던 작품들이 이젠 '과거'로 가는 느낌을 받아서란다.

많은 관객이 <도둑들>을 접했고 재 관람의 추세가 보이는 가운데 이젠 밝혀도 좋은 질문 거리를 하나 준비했다. 바로 그가 캐스팅에서 공을 들였던 중국 도둑, 특히 임달화에 대해서 말이다. 애초에 중국 영화인들을 접촉하면서 추천을 받았던 인물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임달화를 추천했고, 그에게 출연을 요청했을 때 생각 외로 응했단다. 오죽했으면 씹던껌 김해숙은 처음 임달화 캐스팅 소식에 동명이인인 줄 알았겠나.

하지만 그리 쉬운 건 아니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최동훈 감독은 임달화를 캐스팅하기 위해 친필편지를 썼다. 한국을 방문해 인터뷰를 소화했던 임달화가 그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캐스팅 과정에서 최동훈 감독의 자필 편지가 결심에 큰 계기였음엔 분명했다고.

임달화가 최동훈 감독에게 요구한 단 한 가지...프리미어 리그 시청권 보장!

"긴 내용의 편지는 아니었어요. 시나리오만 달랑 보내기도 그렇고. 임달화씨에게 어렸을때부터 팬이었다고 썼죠. '당신이 나이가 들고 지금에 와서 더 멋진 배우의 모습을 보이는 것에 감사하다. 세월을 잘 이겨낸 배우 같아서 이번 영화에서 당신과 꼭 일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해서 짧게 보냈어요.

흔쾌히 오케이가 와서 놀랐죠. '응? 다른 조건은 없대?'하고 되물었죠. 보통 한국보다 외국배우가 까다롭거든요. 계약서도 한국 배우가 A4 3장이면, 외국은 엄청 두꺼워요. 임달화씨 조건은 단 하나였어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가 나오는 방이면 좋다고요.

진짜 이번 캐스팅 목록엔 황추생도 있었고 양가위도 있었어요. 그런데 많은 영화인들이 하나같이 임달화씨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며 추천했어요. 캐스팅 됐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죠. 모든 촬영이 끝났을 때 달화 형이 다시 홍콩에 갈 때 배우와 스태프들이 다들 박수를 쳐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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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인들의 추천대로 임달화는 <도둑들> 촬영현장에 헌신적이었단다. 최근 우리나라의 폭염처럼 홍콩 촬영 당시가 더웠을 때, 최동훈 감독은 배우들이 탈까봐 촬영 분량이 끝난 사람은 들어가도록 했는데 임달화는 끝까지 현장에 남아있었다고.

"자기가 시선을 잡아줘야 한다고 그러며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고 있으면 반대편에서 양 손으로 시선을 끌어주곤 했어요. 정말 대단한 거죠. 허영만 선생이 생각나더라고요. 언젠가 여행을 같이 간 적이 있는데 그 분은 사물을 굉장히 즐겁게 봐요. 처음 보는 것 같은 사물을 마구 카메라로 찍어요. 계단이나, 문고리 같은 걸요.

왜 계속 찍는지 물어보니 많이 봐야 잘 그린다며 아직도 본인은 그림이 서투르다고 웃으시는 거예요. 그 모습이 너무 존경스러웠어요. 임달화씨를 보고 허영만선생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나도 나이가 들면 저렇게 늙어야지 생각을 했죠. 전 나이를 먹으면서 꼰대가 되는 게 가장 두려워요(웃음)."

중국 배우가 칭찬한 <도둑들> 캐스팅, 정작 웨이홍 캐스팅이 가장 어랴워

임달화와 함께 또 다른 중국 배우의 축은 바로 영화에서 쥴리로 등장하는 이신제였다. 동남아에서 특히 유명한 이 배우는 최동훈 감독이 선호했던 연기스타일이었다고 한다.

"담백하게 툭 던지는 느낌? 그래서 되게 좋았어요. 처음 중국배우와 한국배우가 만나서 촬영하는 날 다들 긴장하잖아요. 막 촬영을 하고 있는데 신제씨는 이미 임달화나 전지현, 이정재, 김해숙 선생님은 알고 있었어요. 김윤석 선배만 누군지 몰랐죠. <황해>나 <추격자>를 못 본 거죠.

한창 찍는데 이신제씨가 피디에게 '저 배우(김윤석) 연기 오래한 사람?' 이렇게 묻더라고요. 그래서 연극을 오래했고 영화는 이제 5년차인데 한국에선 톱스타라고 했더니 연기를 너무 잘한다며 우리보고 캐스팅을 정말 잘했다고 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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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캐스팅으로 이루어졌지만 정작 <도둑들>에서 캐스팅이 가장 어려웠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웨이홍 역할이었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해 마카오 박에게 끊임없이 위협을 가하는 인물. 화룡점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조건이 좀 까다로웠죠.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면서 북방계 느낌이 나는 사람이었으면 했어요. 키는 작으면서 속을 잘 알 수 없는 사람 등이었죠. 한참을 뒤지다 촬영 15일 전에 찾은 거예요. 기국서 선생이라고 연극을 연출했던 분인데 예전에 김윤석 선배와 송강호 선배가 이 선생님 연극에 참여했었죠. 기 선생님 촬영 땐 김윤석 선배가 꼭 와서 커피를 타주곤 했어요."

차기작도 범죄 영화?...그렇지만은 않을 걸?

최동훈 감독의 다음 영화에 대해 벌써부터 관심이 몰리고 있다. 여러 인터뷰에서 경찰 관련 이야기라고 밝혔지만 다른 시나리오 역시 가지고 있는 게 많다고.

"경찰의 일상은 아니고 또 다른 범죄영화라고 생각해요. 근데 하루에도 세 번씩은 바뀌어요. 써놓은 시나리오 있는데 하자니 아직 재미가 없고... 전 '재밌는 작품을 하자' 주의거든요. 지금 고민 중 하나는 <도둑들>을 빨리 잘 잊어야 하는데 말이죠."

====1천만 관객돌파! <도둑들> 최동훈 감독 인터뷰 관련 기사===

인터뷰①-1천만 돌파! <도둑들>, 최동훈 감독을 힘들게 한 것은?
인터뷰②-'천만' <도둑들> 최동훈 감독이 임달화에게 쓴 손편지는?

최동훈 도둑들 임달화 김윤석 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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