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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강하다. 런던에서 가장 고요한 사격장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진종오의 이야기다.

진종오는 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그리니치파크 내의 왕립 포병대 기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사격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662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진종오는 양궁의 기보배에 이어 한국 선수단에서 두 번째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예선 1위로 결선에 오른 최영래도 은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선수단은 사격에서만 4개의 메달(금3, 은1)을 따내게 됐다.

일주일도 가지 못한 박태환의 개인 최다메달 공동3위 기록

대한민국의 올림픽 도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양궁의 김수녕이다. 김수녕은 청주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만 17세의 어린 나이에 출전한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1989년과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관왕을 차지하며 '양궁 여왕'으로 군림한 김수녕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개인전 은메달,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올림픽 금메달 3개를 비롯해 양궁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룬 셈이다.

1993년 만 22세의 나이에 전격 은퇴를 선언한 김수녕은 결혼 후 자녀를 낳고 주부로 지내다가 1999년 6년 만에 현역 복귀를 선언하고 그 어렵다는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며 '신궁의 저력'을 과시한다.

김수녕은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개인전 동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며 자신의 올림픽 메달을 6개(금4, 은1, 동1)로 늘렸다. 만약 양궁이 육상이나 수영처럼 거리별로 종목이 세분화됐다면 아마 김수녕은 마이클 펠프스에 견줄만한 세계 스포츠의 전설이 됐을 것이다.

동계 스포츠에는 쇼트트랙의 전이경이 있었다. 전이경은 선수 생활의 최전성기 때 두 번의 올림픽에 나가 5개의 메달을 쓸어 담았다. 특히 그 중 4개가 금메달이었을 정도로 큰 무대에 강했다. 공동 3위는 양궁의 박성현과 쇼트트랙의 안현수가 기록한 4개였다.

그리고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마린보이' 박태환이 은메달 2개를 추가하면서 역대 올림픽 개인 최다 메달 공동 3위(4개)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박태환의 공동 3위 기록은 일주일도 채 가지 못했다. 사격의 진종오가 지난 5일 통산 5번째 올림픽 메달을 따내면서 전이경과 어깨를 나란히 했기 때문이다.

'늦깎이 명사수' 진종오, 개인전 단일 종목 최초 2연패 겹경사

올림픽 개인 최다 메달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 2번 이상의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 따라서 올림픽 최다 메달 순위권에 있는 선수는 10대 혹은 20대 초반부터 세계 정상의 기량에 오른 '천재형 선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진종오는 한국 나이로 26세에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국제 무대에 그리 빨리 등장했다고 할 수는 없는 늦깎이 선수였다. 진종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50m 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그리 큰 관심은 받지 못했다.

그보다는 결선 9번째 격발까지 1위를 달리다가 마지막 격발에서 6.9점을 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 더욱 크게 부각됐다. 하지만 진종오는 4년 후 베이징 올림픽에서 50m 권총 금메달,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따내며 아테네에서 실추된 명예를 회복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지만, 진종오는 권총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만삭의 부인을 위해 더욱 집중해서 방아쇠를 당긴 진종오는 양궁과 쇼트트랙을 제외한 종목에서는 사상 최초로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세 번의 올림픽 도전에서 총 5개의 메달(금3, 은2)을 목에 건 진종오는 박성현과 안현수, 그리고 박태환을 제치고 전이경과 함께 대한민국의 역대 올림픽 최다메달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또한 50m 권총이라는 단일 종목에서 올림픽 2연패에 오르는 겹경사도 누리게 됐다. 역대 하계 올림픽에서 개인종목 2연패를 달성한 한국 선수는 진종오가 유일하다. 진정한 한국 스포츠의 레전드가 된 셈이다.

이제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이 신들린 사격솜씨를 선보인다 해도 결코 놀라거나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특급 명사수를 보유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런던 올림픽 사격 진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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