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이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75kg 이상 급 인상에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용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인 186kg를 들어 합계 326kg이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역도의 여왕' 장미란. 그녀의 마지막 도전이 기다려진다. 장미란은 지난 2008년 8월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75kg 이상 급 인상에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용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인 186kg를 들어 합계 326kg이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 남소연


'역도의 여왕' 장미란이 런던올림픽 무대에 선다.

장미란이 5일 밤(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2 런던올림픽 역도 여자 75kg급에 출전한다. 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도전이다.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 모두의 땀에 깊은 의미와 사연이 있겠지만 장미란에게는 특별히 더 애착이 간다. 세계신기록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피겨 여왕' 김연아와 장미란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역도와 피겨스케이팅이 같은 점은 가장 뛰어난 선수가 맨 마지막에 등장해 평범한 선수들이 앞에서 힘들게 쌓아놓은 기록을 단번에 갈아치운다는 것이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그랬던 것처럼, 장미란도 베이징올림픽에서 그랬다.

물론 역도의 현실적인 미적 매력을 고려한다면 장미란이 김연아와 달리 마치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처럼 수많은 광고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내심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세계를 들어 올린 장미란, 그녀는 아름답다 

장미란의 첫 올림픽은 잘했기에 더 아쉬움이 남았다. 아테네 올림픽에 나선 장미란은 인상 130kg을 성공하며 '맞수' 탕공홍(중국)보다 앞섰고, 물집이 터져 피로 얼룩진 손으로 용상에서 172.5kg을 들어 올리며 금메달을 따내는 듯 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탕공홍이 마지막 기회인 용상 3차 시기에서 세계신기록 182kg을 도전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역기를 들어 올린 후 중심을 잡지 못해 발을 움직였으나 성공으로 인정받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친 장미란은 허탈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날의 아픔은 오히려 장미란을 진정한 세계 최강자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장미란은 4년 후를 기약하며 수없이 역기를 들어 올렸다.

베이징올림픽 개최국 중국은 탕공홍이 은퇴한 뒤 장미란을 꺾기 위해 무솽솽을 내놓았다. 하지만 2005년부터 세계선수권 3연패에 성공한 장미란에게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 무솽솽은 결국 베이징올림픽을 포기했고, 장미란은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장미란은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겪었던 과정과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특히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여자로서 역도 선수라는 것이 창피했던 사춘기 시절,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이 나온 신문 사진을 볼 때의 속상함 등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최고의 역도 선수이기 이전에 남들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평범한 여자인 장미란에게 가장 힘든 것은 고된 훈련보다도 또래의 여자들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하며 겪는 마음고생을 이겨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장미란의 매력은 감출 수가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육상의 우사인 볼트, 체조의 숀 존슨 등과 함께 장미란을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5인의 챔피언'으로 꼽았다. 우리는 그녀가 논리적이면서도 유머 있게 말하며, 강인한 의지와 겸손함을 갖춘 기품있는 여성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모든 것을 이룬 장미란이 또 도전하는 이유

하지만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던 장미란의 선수 인생에 커다란 불운이 닥쳤다. 2009년 세계선수권 우승 후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잦은 부상과 후유증에 시달렸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장미란이 부상 치료와 재활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 그녀의 자리를 노리는 새로운 도전자들이 나타났다. 중국의 저우루루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합계 328㎏을 들며 장미란의 세계기록을 2kg 경신했으며,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도 이에 질세라 올해 유럽선수권에서 같은 기록을 세웠다.

저우루루보다 5살, 카시리나보나 8살이 많고 기록도 뒤처지는 장미란이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금메달보다는 동메달이라도 따내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장미란에게는 이미 두 차례나 올림픽을 경험하면서 쌓아온 관록이 있다. 저우루루와 카시리나가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으로선 절대 가질 수 없다. 비록 이번에는 금메달을 따내더라도 이들이 앞으로 장미란처럼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활약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는 장담할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장미란이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또 다른 이유다. 장미란은 올림픽 출전권을 한 장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아픈 몸을 이끌고 세계선수권에 나갔다. 자신은 올림픽 출전이 확실하지만, 함께 노력한 동료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이번 런던올림픽도 마찬가지다. 비인기 종목 선수를 지원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으로 재단까지 만든 장미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후배들에게 끊임없이 노력하면 해낼 수 있고, 도전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고민 끝에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결심한 김연아처럼 이미 모든 것을 이룬 장미란이 또다시 올림픽에 도전하는 까닭이다. 그런 장미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장미란 런던올림픽 여자 역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