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추적자>와 영화 <연가시>의 주인공은 무섭고 잔인한 세상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오직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 시대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SBS 드라마 <추적자>와 영화 <연가시>의 주인공은 무섭고 잔인한 세상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오직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 시대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 SBS,CJ엔터테인먼트


2012년, 충무로와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있다. '아버지'다.

상반기 충무로에서 최고 누적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흔히 말하는 조폭 영화다. 기존 조폭 영화와 차이가 있다면 폭력 조직의 보스가 아니라 주위에서 흔히 봄 직한 '꼰대' 에 가까운 아버지를 강조한다. 외아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해 주먹의 세계로 접어 들었던 전직 세무 공무원 최익현(최민식 분)은 남의 눈에는 영락없이 조폭이지만, 집에서는 한없이 좋은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자식을 위해 조폭도 아니요, 민간인도 아닌 반달을 자청했던 아버지는 브라운관에 넘어오자 자식의 학비를 벌기 위해 살인까지 자행한다.(KBS <적도의 남자>) 또한, 타고난 의심으로 자기 자식을 임신한 약혼녀도 버리고, 홧김에 자신의 아들을 키우고 있던 고향 후배까지 죽인 욕심 많은 아버지는 끝내 자기 아들에 의해서 철저히 파국을 맞는다.

<범죄와의 전쟁>, <적도의 남자> 등 상반기 영화계와 브라운관을 주름잡은 나쁜 아버지들과는 달리, 그들의 바통을 이어 등장하는 아버지들은 안쓰럽다 못해 응원을 하고 싶을 정도다.

<범죄와의 전쟁>의 최익현, <적도의 남자> 진노식(김영철 분)이 부와 막강한 연줄을 이용하여 대한민국 법과 질서를 유린하는 못된 아버지였다면, SBS <추적자>와 영화 <연가시>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극한 벽과도 맞서 싸우는 소시민이다. (물론 <추적자>에서도 서 회장(박근형 분)처럼 가족을 빙자하여 악행을 일삼는 나쁜 아버지는 존재한다)

 <범죄와의 전쟁>의 깡패 최형배(하정우 분)와 '청탁의 달인' 반달 최익현(최민식).

<범죄와의 전쟁>의 깡패 최형배(하정우 분)와 '청탁의 달인' 반달 최익현(최민식). ⓒ 팔레트픽쳐스


가족 위한 '아버지'의 고군분투, 부조리한 현실에까지 맞서다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옆집 아저씨들은 가족들이 억울하게 죽음, 혹은 죽을 위기를 맞자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한다. 한 때 경찰이었던 <추적자>의 백홍석(손현주 분)은 딸이 억울하게 살해당한 것에 모자라, 믿었던 법정에서도 딸이 모욕당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도망자가 되어 딸의 죽음을 사주한 유력 대선 후보 강동윤(김상중 분)의 대통령 당선을 막는다.

촉망받는 박사에서 한 순간에 제약 회사 영업사업으로 전락한 <연가시>의 재혁(김명민 분)은 가족들이 치사율 100%인 연가시에 감염되어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그들을 살릴 수 있는 구충제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아버지가 목숨 걸고 위험에 처한 가족을 구하거나 혹은 가족을 대신한 복수는 흔히 있어온 이야기다. 하지만 드라마 <추적자>와 영화 <연가시>에는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희생을 넘어 평범한 소시민이 극복하기 어려운 부조리한 현실이 가미된다.

인기 연예인의 뺑소니 사고로 시작되었던 <추적자>에는 어느덧 정치와 기업의 검은 뒷거래가 보이기 시작했고, 연가시에 감염되어 무방비 상태로 죽음을 맞이했던 비극 뒤엔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제대로 '한탕'을 하려했던 외국계 제약회사의 더러운 속내가 숨어 있었다. 소수 권력자에게 집중된 부와 권력, 정보 독점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농락당하고 있음에도 국민들을 보호한 의무가 있는 이 나라는 무방비, 무기력 상태다.

게다가 <추적자>, <연가시>에서 부패된 현실에 의해 고통 받는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서민들이다. 현실에서도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이야기,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사고이기 때문에 시청자 혹은 관객들이 느끼는 분노의 감정 이입은 극적으로 치닫게 된다.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 메인 포스터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 메인 포스터 ⓒ SBS


결국 나라에서도 구제할 수 없는 참혹한 비극에 팔을 용감하게 걷어붙인 이는 아버지뿐이다. 경찰 신분도 내던지면서까지 죽은 딸의 살인 교사자 강동윤을 쫓았던 <추적자> 백홍석은 끝내 강동윤을 몰락시키는데 성공을 거두었고, 연가시 박멸용 구충제를 찾기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달리고 또 달리던 재혁은 거듭되는 좌절 속에서도 가족을 살리겠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어린 아이돌 스타 한 명 없이 조용하게 시작한 <추적자>. 다소 부족한 연출과 개연성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재난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연가시>. 생소하면서도 자칫 실패 가능성이 높은 소재의 두 작품이 성공할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재 <추적자>는 시청률 20%에 육박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17일 종영을 앞두고 있으며, <연가시>는 개봉 11일 만에 300만을 돌파하며 올해 한국 영화 최단기간 관객 동원 기록을 수립했다.

그 중심에는 연가시보다 무섭고 잔인한 세상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오직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 시대 아버지들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이란 책임감에 묵묵히 주어진바 책임을 다하는 아버지란 이름은 참으로 위대하다.

추적자 연가시 손현주 김명민 김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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