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에 입촌한 기분이 어떤지 묻자 심석희는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며 입촌 새내기다운 소감을 밝혔다.

선수촌에 입촌한 기분이 어떤지 묻자 심석희는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며 입촌 새내기다운 소감을 밝혔다. ⓒ 정인영


유스올림픽 2관왕, 주니어 세계선수권 4관왕, 쇼트트랙 종합선수권 최초 여중생 1위. 지난 시즌 엄청난 성과를 이루고 잠시 휴식기에 돌입한 쇼트트랙의 차세대 유망주이자 현 국가대표인 심석희(오륜중, 16)를 지난 9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비시즌기임에도 불구하고 심석희는 태릉선수촌에서 하루 10시간의 고된 훈련량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태극마크를 단 지 이제 막 3개월, 선수촌에 입촌한 지는 갓 2개월이 지난 때라 심석희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선수촌에 들어오니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며 입촌 소감을 밝힌 심석희는 "외국선수들과의 대결이 기다려진다"고 말하며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지난 4월 열린 종합선수권 겸 대표 선발전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히 1위로 대표팀에 승선하여 '여중생 국가대표' 타이틀을 단 지 석 달째. 첫날 열린 1500m에서 포인트 획득에 실패하면서 오히려 부담 없이 경기에 임했다는 심석희는 선발전 첫 출전이었기 때문에 상위권 안에만 들자는 생각으로 탔는데 1위를 하게 돼 무척 얼떨떨했다고 선발전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해결사의 부재 속에서 지난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쇼트트랙 여자대표팀은 4월 선발전을 통해 세대교체와 동시에 전력보강을 이루었다는 평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제2의 진선유'로 불리는 젊은 피 심석희가 있다. 지금의 '제2의 진선유'라는 수식어에 만족하지 않고 '심석희'로 불리고 싶다는 그녀는 이번에 새로 선발된 8명의 선수들 중 단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대표팀의 '새 얼굴'이다. 아직은 경기보다 인터뷰가 더 어렵다는 수줍은 16세 소녀 심석희와의 만남을 정리해본다.

"국가대표로서 나는 아직 30점... 팬들 기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 올 시즌,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선수촌에 거의 살다시피 하고 있다. 5월에 입촌해서 두 달째 여기서 생활하고 있는데, 선수촌에 있다 보니 아무래도 운동밖에 할 게 없다. 보통 오전 5시에 일어나 8시까지 새벽운동을 하고, 식사 후에 다시 아침, 점심, 저녁으로 훈련한다. 훈련 시간이 거의 10시간 정도 되다보니 비는 시간이 생기면 쉬면서 체력보충하기 바쁘다."

- 지난 국가대표 선발전에 첫 출전해 1위를 차지했다. 선배들과 겨뤄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내게 있어서는 선발전이 첫 성인무대였기 때문에 쟁쟁한 언니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이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그런 것들을 다 잊어버리고 경기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그건 경기 전 걱정에 불과했다. 어차피 쇼트트랙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타야하는 거니까 그 부담은 경기 휘슬이 울리고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 국가대표가 된 지 석 달 정도 되었는데 '국가대표 심석희'를 스스로 평가해 본다면?
"아직 배울 점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다. 같이 생활하는 언니들한테 기술 면에서나, 대표팀 생활하는 면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국가대표로서의 내 자신을 점수로 매겨본다면 100점 만점에 아직은 30점이다. 석 달 째 되었으니 한 달에 10점씩 3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더 올려서 시즌 땐 100점으로 만들어 놓겠다."

- 국가대표가 되었기 때문에 전보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심할 것 같다. 이를 위해 특별히 더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나?
"약간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 그런 것보다는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을 더 많이 느낀다. 특별히 더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정신적으로 전보다 더 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한다는 것이다. 국가대표가 되었으니 지난해보다는 물론, 지금껏 해왔던 것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 심석희 선수에 대한 쇼트트랙 팬들의 기대가 굉장히 크다. 특히 심석희에게 500m 메달을 기대해 봐도 좋을 거란 얘기가 많다.
"일단 나는 단거리가 주 종목인 선수는 아니다. 다만 쇼트트랙을 하면서 '한 종목만 잘 타면 된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기 때문에 어렸을 적부터 단거리와 장거리 훈련을 병행해 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게 더 기대를 하는 것 같다. 그만큼 팬들이 나를 인정해준다는 거니까 이런 팬들의 기대에 보답해드리고 싶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유독 단거리에 약하다 보니 500m 메달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다. 꾸준히 스타트 훈련을 하고 있는 만큼 외국선수들과의 대결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 쇼트트랙 계에서는 심석희 선수를 '제2의 진선유'로 부르고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어떤가?
"진선유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딸 때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면서 마냥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제2의 진선유'로 불리고 있으니 기분이 무척 좋다. 물론 '제2의 누구누구'보다 내 이름 석 자를 알리고, 그렇게 불리는 게 더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2의 진선유'라는 수식어가 기분 좋지 않을 이유는 없다. 진선유 선수는 여자 쇼트트랙계의 전설이니까."

"생각했던 것과 가장 달랐던 사람과 팀내 분위기 메이커는..."

- 태릉선수촌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초반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두 달째 생활하다 보니 이제 웬만한 거엔 거의 적응을 다 끝냈다.(웃음) 다만, 선수촌 안에만 있다 보니 답답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나가서 슈퍼도 자유롭게 가고 싶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을 때 가장 힘들다."

- 그럴 때면 나가고 싶은 충동도 느끼나?
"먹고 싶은 게 생각날 땐 정말 나가고 싶다. 아이스크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여기 매점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안 파는지 아직 본 적이 없다. 가끔 식당에서 후식으로 나오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는데,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좀 팔았으면 좋겠다. (웃음)"

-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또래가 없어서 심심하진 않나?
"조금 심심하긴 한데, 다행히 내 룸메이트가 지현언니(최지현, 19, 청주여고)다. 지현언니랑 3살 차이가 나는데, 민정언니(김민정, 28, 용인시청)랑은 띠동갑이기 때문에 3살이면 적게 나는 거다. (웃음) 지현언니랑은 대표팀에 들어오기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 여기 와서 방을 같이 쓰게 되면서 더 친해졌다. 지금 대표팀 선수 12명 중에 중·고등학생이 나랑 지현언니 뿐이다 보니 언니랑 얘기하면 잘 통하고 마냥 재미있다."

- 국가대표에서 막내에다가 나이 차이도 꽤 많이 난다. 처음에 언니들한테 어떻게 다가갔나?
"먼저 다가가서 막 말 걸고 애교 부리는 성격이 아니라서 처음에는 언니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무척 어려웠다. 언니들이랑 나이 차이가 워낙 나다 보니까 처음에는 해리언니(조해리, 27, 고양시청)나 민정언니는 굉장히 엄격하고 무서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언니들이 먼저 다가와서 편하게 대해주셔서 지금은 같이 있어도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다."

- 대표팀 내 분위기 분위기 메이커를 꼽는다면?
"단연 윤기 오빠(곽윤기, 24, 서울일반)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 많이 알려진 대로 윤기 오빠는 장난도 많이 치고, 평소에 말할 때나 표정, 몸짓 같은 게 정말 재미있다."

"롤 모델은 안현수, 국제무대에서 만나면 신기할 것 같아"

- 여러 기사에서 평소 롤 모델로 안현수 선수를 꼽았다. 안현수 선수의 어떤 점이 인상 깊었나?
"안현수 선수가 토리노 올림픽 때 메달 따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속의 롤 모델로 삼았다. 개인 친분은 없지만 외국에 나가 올림픽과 같은 큰 무대에서 메달을 휩쓰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감동받았다. 종종 경기에서 만나도 안현수 선수를 보면 확실히 다르다. 특히 치고 나가는 기술이나 힘이 정말 대단한데, 그런 점이 가장 닮고 싶다."

- 평소 롤 모델로 생각하던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하면서 더 이상 그가 한국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국제무대에 나가 안현수 선수를 만나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
"처음에 귀화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굉장히 놀랐고 아쉬웠다. 오랫동안 롤 모델로 생각했는데 더 이상 국내 무대에서 함께 뛸 수 없게 되어 슬펐다. 비록 대표하는 국가는 다르지만, 국가대표로서 월드컵에서 안현수 선수를 만나면 신기할 것 같다. 평소 롤 모델로 생각했던 분과 외국에 나가서 한 무대를 밟는다면 기분이 정말 남다르지 않을까?"

- 월드컵을 앞두고 견제하고 있는 외국 선수가 있다면?
"중국선수를 가장 견제하고 있다. 요즘에는 대회에 출전하는 중국선수들이 누구 한 명 꼽을 수 없이 대부분 다 잘 탄다. 여자쇼트트랙에서 중국이 강세인데 이번 시즌에는 중국을 꼭 이기고 싶다."

- 이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중국선수들이 힘이 좋다보니까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잘 대비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신장이 크다보니(심석희의 키는 174cm이다) 외국 선수들 옆에 있어도 체격은 밀리지 않는데, 개인적으로 체력훈련을 좀 힘들어 한다. 부족한 부분은 훈련 시간 외에 따로 또 시간을 내서 보완하고 있는데, 특히 체력을 많이 키워야 할 것 같다."

- 쇼트트랙은 한국 대표팀끼리의 메달경쟁이라고도 한다. 대표팀 내에서 견제하거나 특별히 의식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면?
"대표팀 내에서는 언니들이 나보다 다 잘 타기 때문에 견제보다는 아직 배우는 처지다. 실제로 보고 놀란 사람을 꼽으라면 해리 언니다. 해리 언니가 대표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국내에서 해리 언니 경기를 볼 기회가 잘 없었는데, 선발전 때 보고 굉장히 감탄했다. 잘 타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굉장했다. 보면서 나도 이왕 스케이트 신은 거 해리 언니처럼 오랫동안 선수생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2/2013 시즌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과 자신의 성적을 예상해 본다면?
"다들 매일매일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성적은 물론 개인 성적도 좋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아직 월드컵 출전 경험이 없으니까 경기를 몇 번 해봐야 성적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계주는 단체 종목이니까 메달에 대한 욕심이 다른 종목보다 더 나는데, 반드시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종목도 마음 같아서는 종목별로 다 1등하고 싶고, 세계선수권도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하지만 주니어에서 뛰던 거랑 성인무대는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크니까 붙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열심히 하는 만큼 부담이나 걱정보다는 기대가 되고, 빨리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 심석희 선수의 목표는?
"일단 올 시즌 목표는 세계선수권 우승이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첫 출전이라 쉽진 않겠지만, 열심히 훈련해서 꼭 세계선수권 정상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 선수로서의 목표는 당연히 올림픽 금메달이다. 응원해주시는 분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훈련에 매진해서 올림픽에서 자랑스러운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 전에 평창올림픽에서 다관왕 하는 것이 꿈이라는 기사를 봤다. 하지만 이런 기량이라면 평창이 아닌 2년 뒤 소치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원래 강릉에서 운동을 했었다. 5학년 때 코치 선생님을 따라 서울로 오게 됐는데, 아무래도 고향이 강원도다 보니 고향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에 애착이 크다. 하지만 평창은 2년 뒤 열리는 소치 올림픽에 먼저 진출 하고 나서 생각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웃음) 내 목표는 다관왕이기 때문에 소치도, 평창도 모두 욕심이 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이스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안현수 진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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