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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다큐' <두 개의 문>의 포스터

'용산다큐' <두 개의 문>의 포스터 ⓒ 시네마달


지난 21일 개봉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은 '연분홍치마'라는 다큐멘터리 집단의 작품이다. 연분홍치마의 김일란·홍지유 감독이 2009년부터 3년 여간에 걸쳐 연출을 맡아 완성했고, 두 사람 외의 연분홍치마 활동가들이 함께 <두 개의 문>의 제작을 도왔다.

필자는 <두 개의 문>을 극장에서 세 번 보았는데, 볼 때마다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엔딩 크레딧에서 보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혁상'. 감독이면 감독이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뭘까, 궁금해졌다. 그가 <두 개의 문>의 촬영과 편집도 맡았다고 했다. <두 개의 문>의 영화적 형식을 유심히 본 관객이라면 이 다큐가 '편집의 미학'을 지닌 다큐라는걸 알수 있을 것이다. 더욱 궁금해졌다.

알고보니 그는 <종로의 기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던 감독이기도 했다. 연분홍치마에는 다섯 활동가가 있는데 그중 한명이며 <두 개의 문>도 이들 다섯 명이 공동으로 작업한 것이었다. 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것에도 아주 재미난(?) 이유가 있었다.

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혁상인가

 이혁상 감독

이혁상 감독 ⓒ 이정민


이혁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디렉터)는 <두 개의 문>에서 형식적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보고자 했단다. 한국 독립 다큐 전통으로서는 조금 색다르게 느껴질수 있는, 극영화적인 느낌을 내고자 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한 작업들은 분명 창의적인 일이었기에 자신의 직함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지은 것이라 볼수 있었다. 

"'연분홍치마'에선 보통 전반적인 다큐 작업을 같이 해요. 결국은 다섯 명의 머리를 모아서 완성하는 거죠. 저는 <두 개의 문> 작업할 때 <종로의 기적> 개봉 때문에 바빴어요. 그래서 두 감독(<두 개의 문>의 김일란·홍지유 감독)이 먼저 작업을 하고, 다큐는 편집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편집 시점부터 참여한 거죠."

'편집부터 참여했다'라, 그렇다면 왜 디렉터라는 이름이 붙은걸까.

"<두 개의 문> 작업 중간에 참여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영상효과나 사운드적인 면도 좀 새롭게 가져와서 콘셉트을 잡아갔어요. 그러면서 이야기 구성은 그대로지만 비주얼적인 부분이 두 감독이 먼저 하던 작업과 많이 달라졌죠. 그래서 두 감독이 제게 제안했죠. '지금 네가 한 작업은 어떻게 보면 감독의 위치와도 같은 작업이다, 너도 이 작품에 감독으로 참여하는 게 맞는 것 같으니 세 명이 공동 감독으로 가자'.

하지만 저는 두 감독이 2009년부터 용산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을 때 <종로의 기적> 활동으로 함께 하지 못했잖아요. 때문에 제가 나중에 공동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는 건 '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두 감독이 오랫동안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왔는데, '예의가 아니다'고 생각돼서 고사했죠, 그래서 감독이 아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거에요. 그리고 <두 개의 문> 개봉 후 바빠진 두 감독의 코디와 스타일링도 같이 해주곤 했죠. (웃음) 예를 들면 옷을 이렇게 입어라, 너넨 왜 이렇게 말을 못하니, 뭐 그런. (웃음)"

장안의 화제 <두 개의 문>..."매일매일 놀랍다"

 이혁상 감독.

이혁상 감독. ⓒ 이정민



그나저나 <두 개의 문>은 요즘 말 그대로 '장안의 화제'다. 일단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개봉 3일 만에 4천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개봉 2주차인 지난 28일에는 1만 관객을 돌파했다. 특정 작품에 '별점 테러'가 <두 개의 문>처럼 심하게 있었던 적도 없었다. 언론에서도 관객들의 자발적인 <두 개의 문> 단체관람을 뉴스로 다루기도 했다. 이런 반응이 이혁상 디렉터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일단은 되게 놀라워요. 매일매일 놀랍고, 그래서 기대가 되는 부분도 있어요. 이 작품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용산 참사'라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도 그렇고. 기대는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게 처음이니까 좀 당황스럽기도 해요.

왜냐하면 <종로의 기적>(기자 주-이혁상 감독의 2010년 작품. 역시 '연분홍치마'에서 제작을 맡았다)도 굉장히 열심히 작업했는데, 한 3개월 상영하면서 6천 명 좀 넘는 관객들이 들었거든요. 그 3개월 동안 관객들이 모인 걸 지금 단 며칠만에 <두 개의 문>이 하고 있으니까. 저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어떤 좋기도 하면서 '우와, 이게 왜 어떻게 이렇게 되지?' 하는…."

 <두 개의 문> 상영 첫날인 21일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매진을 알리고 있다

<두 개의 문> 상영 첫날인 21일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매진을 알리고 있다 ⓒ 시네마달


그랬다. 그는 관객들의 열띤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두 개의 문>이 흥행하는 건 '용산 참사'를 다뤄서기도 하겠지만 스스로 보기에도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단다. 이런 자신감은 "<두 개의 문>에 대해 보다 다양한 반응을 들어보고 싶다"는 발언에서도 감지됐다.

필자도 <두 개의 문>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해보려 했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어떤 반응도 괜찮다는 감독이라도 막상 비판을 들으면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 인터뷰 2탄으로 이어집니다

제작사 '연분홍치마'는?

연분홍치마는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이다.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3부작 < 3xFTM >,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종로의 기적>을 제작했고 2012년 '용산 참사'를 낳은 국가공권력에 관한 다큐 <두 개의 문>을 제작했다. 현재는 한 패션디자이너의 인생과 함께 기억되고 망각된 역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노라노>를 제작중이다.


두 개의 문 이혁상 용산참사 연분홍치마 종로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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