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KBO는 이사회를 통해 10구단 창단을 무기한 유보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9구단 NC 다이노스가 2013년 1군 진입이 결정된 상황에서 10구단 체제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였기에 좀 의아스러운 결정이었다.

KBO는 그 이유로 현재 야구 인프라 자체가 아직 10구단을 꾸릴 수준이 안되고 무리한 진행에 따른 프로야구 전체의 질적 저하를 피할수 없다고 답했다. 또한 현 수준에서 시장의 확대를 통해 양적 팽창을 이루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덧붙였다.

과연 그럴까? 물론 프로야구가 활성화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봤을 때 현재 우리의 인프라가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인구와 시장의 규모를 대비시켜 봤을 때 10구단체제가 우리의 현실에 맞는가 하는 부분도 충분히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다.

그러나 9구단 체제로 겪어야 할 파행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덧붙여 현재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야구단의 분포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한다. 프로야구의 발전과 부흥을 바라면서 수요의 증가 없이 야구 인프라가 확충되기를 바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10구단 창단이 9구단 체제보다는 프로야구를 발전시킬 것이다. 결국에는 의지의 문제다. 프로축구 K리그를 보라. 월드컵을 통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일궈냈다. 의지가 중요하다. 10구단의 창단은 한국 프로야구에 있어 화룡점정이다.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기존 구단의 독과점 지키기다"  

롯데구단 장병수 사장의 입김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전해진다. 시장의 분화가 이뤄지는 경남권 9구단, NC 다이노스의 창단 때는 수긍가는 일이었다. 제 밥그릇이 빼앗기는데 쌍수 들고 반길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판세의 재편은 시작됐다. 그런데 얼토당토 않는 이유를 들어가며 10구단 반대가 지속됐다.

가장 큰 이유가 인프라의 부족이란다. 인정한다. 턱 없이 부족한 아마추어 야구 판이다. 거기에 경기장 시설 인프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부분을 이유로 들고 일어서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초중고에 수십개의 야구부를 만들고 이 선수들이 고교를 거쳐 프로에 진출하려면 최소 10년이다.

이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다. 그렇다면 수요가 없는데 이러한 초중고 야구부는 어떻게 창설되나? 기껏해야 지금처럼 에이스, 4번타자 한 두명이 프로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어떻게 지금과 같은 좁은 문을 통과 하기 위해 많은 아이들이 글러브를 끼고 배트를 들 수 있나.

양적 팽창 없이 어떻게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가? 판을 벌여 놓으면 공급처는 알아서 생기는 게 시장의 원리다. 시장의 원리 때문에 10구단 창단이 불가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9구단으로 한정짓고 심지어 8개 구단으로 회귀하려는 현 KBO와 구단주들의 행태가 시장에 반하는 것이다. 독과점이다. 더 좋은 선수를 한정된 구단에서 싸게 더 많이 독점하려는 나쁜 의도다.

기회의 균등 보장으로 질적 상승 이끌어야

한때 SK나 두산의 선수단을 보라. 타 구단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만한 선수들이 2군에 묶여있다. 그 두 팀 뿐 아니다. 일부 포지션이 부족하더라도 또 어떤 포지션은 타 팀에서 부러워할 만한 선수를 서넛씩 보유하고 2군에서 썩히고 있다. 언제고 1군리그에서 뛰기만을 고대하며 불철주야 땀흘리는 선수가 널렸다.

NC의 등장과 함께 시행된 2차 드래프트 제도야말로 이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등용문이 되었다. 자기 것만 손에 꼭 쥐고 남의 것만 탐하던... 선수들을 옥죄던 구단들의 행태가 강제적으로 풀린 것이다. 10구단이 등장한다면 이제는 전면적으로 제도화되고 발전적으로 활성화될 것이 뻔하다.

트레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이 커지면 더욱 활발해 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기회를 찾고 구단은 원하는 선수를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이번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각 팀으로 흘러 들어간 선수들의 면면만 봐도 그렇다. 롯데의 김성배가 정대현 이상의 활약을 펼칠지 SK의 박정배가 제 밥값을 할지 아무도 몰랐다. 더 크게 보자면 엘지의 '잉여' 박병호는 넥센의 심장이 되었고 이대호에 눌려 만년 백업신세를 면치 못하던 박종윤은 당당히 주전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야구는 멘탈의 스포츠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자신의 능력을 매순간 백퍼센트 발휘시키며 플레이 할 수 없다. 2군에서 펄펄 날다가도 1군만 올라오면 고꾸라지는 선수, 어느 팀에서는 죽쑤다가 트레이드 이후 물만난듯 나르는 선수, '야구 몰라요' 라는 말은 경기 중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결국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고 출전에 대한 압박이 사라진다면 보다 나은 기량을 선보일 선수는 많다. 잠재력을 터트려 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이는 결국 양적 팽창을 통한 질적 상승을 이끌수 있는 기회가 된다.

스포츠 마케팅의 활성화, 기존 구단만을 위한 것인가

스포츠는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다. 프로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그깟 공놀이'에 울고 불고 하는 것은 각본이 없이도 드라마틱한 상황이 언제고 벌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아이돌에 대한 집착에 이를만한 팬덤이 형성된다. 따라서 마케팅 도구로써 프로야구는 날이 갈수록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서 각 구단은 하나의 마케팅 채널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자금은 유입되고 구단의 생존은 가능해진다. 기본적인 광고비용의 노출당 단가를 따져볼 때 하루에 꼬박 3~4시간 TV 중계 효과는 엄청나다. 거기에 오프라인 지면과 온라인 지면을 프로야구 이야기로 도배한다. 지극히 충성도 높은 고객들과 마주할 수 있다.

그런데 기존 구단들이 드는 반대 논리 중 하나, '과연 살아 남을 수 있는가' 에 대한 부분이다. 롯데 같은 구단도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춘다고 엄살을 떠는데 과연 다른 팀이 어찌 살아남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보통 구단들이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다. 이것은 엄연한 광고에 대한 스폰서 비용이다. 그런데 구단은 이것을 광고수익으로 계상하지 않고 구단 지원금으로 치부한다. 야구단이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큰 수익원을 빼고 이야기 한다. 이런 논리로는 야구단이 홀로 설 수 있는 구조를 가지기 힘들다.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구단인 히어로즈, 히어로즈의 수익 중 가장 큰 부분이 스폰서 비용이다. 넥센 타이어가 구단에 메인스폰서 비용으로 지출하는 연간 50억원의 비용 외에도 약 30여개의 기업과 서브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아마도 국내 최고의 인기구단인 롯데라면 정상적 가치를 계산할때 넥센의 2배를 더 받아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이런 비용을 구단 지원금 명목으로 상쇄하고 적자 운운하는 발상은 유치할 따름이다.

구단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전체 광고 시장에 파고든 종편 채널이 몇개 늘어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스폰서 비용을 댈 기업은 여전히 무궁무진하고 기업의 이미지 개선 효과 역시 넥센의 경우처럼 획기적일 수도 있다. 전체 시장을 나눠먹는 것이 아니고 전체의 파이를 키워가는 과정이다.

넥센 히어로즈의 성공적인 버티기 결국 금방 문 닫을거라고 예상했던 히어로즈는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 분명 새로운 구단운영의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다.

▲ 넥센 히어로즈의 성공적인 버티기 결국 금방 문 닫을거라고 예상했던 히어로즈는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 분명 새로운 구단운영의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다. ⓒ 넥센히어로즈


앞서 몇가지 이유를 들어서 10구단의 창단이 가능한 이유를 나름 주장했다. 물론 구단의 수익 측면이나 시장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구단의 성적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10구단 체제에서 전체적인 하향 평준화가 일어난다면 앞서 말한 내용들은 모두 공염불이 된다.

따라서 이 모든 가능성은 내년 NC 다이노스가 1군에 진입해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달렸다. NC가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다면 구단의 증가와 함께 전반적인 질적 하락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은 틀린 이야기가 된다. 아울러 10구단의 창단과 함께 전반적인 프로야구 시장의 확대는 분명히 재논의 되어야 할 이야기다.

기존 구단들이 이기적 행태로 10구단 반대 논리를 전개한다면 줄어들 경기수와 리그의 파행을 감안할 때 극에 달한 프로야구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밖에 없다. 결국 10구단 창단에 대한 유보는 기존 구단의 자가당착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구단에서는 팬과 선수가 돈으로 보이겠지만 팬들과 선수에게 프로야구단은 자부심이자 전부다. 부디 독점적인 지위를 내려 놓고 프로야구를 팬과 선수들의 품으로 돌려 놓기를 바란다. 조속히 10구단에 대한 재논의와 함께 선수와 팬, 구단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발전적 방향에 대해 연구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프로야구 10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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