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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밤 10시가 가까워진 시각. 탄천 종합운동장 밖에는 자전거를 탄 고등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횡단보도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세 명의 학생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속 주인공은 온통 설기현(인천)과 김남일(인천)이었다. 비록 안방 팀 성남이 1-0으로 이긴 경기였지만 이처럼 성남 팬들 눈에도 방문 팀 인천의 경기력은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

김봉길 감독대행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11일 저녁 7시 30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2 K리그 12라운드 성남 천마 FC와의 방문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패했다. 이로써 최근에 뛴 8경기(4무 4패)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며 꼴찌나 다름없는 15위(1승 4무 7패, 8득점 16실점)에 머물게 됐다.

몸조심해야 하는 '성남'

성남 천마는 이 경기 승리로 5승 2무 5패(14득점 16실점)를 기록하며 리그 8위에 올랐지만 평일 저녁 탄천 종합운동장을 찾아준 3천4백여 명의 안방 팬들 앞에서 썩 좋은 경기를 펼치지는 못했다.

왼발잡이 멀티 플레이어 홍철이 징계(5월 5일 경기 퇴장)로 인해 뛰지 못했고 간판 문지기 하강진도 다쳐서 나오지 못했다. 더구나 다음 주 화요일 중국 텐진으로 날아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치러야 하기 때문에 몸을 사리지 않을 수 없는 경기였다. 그나마 에벨찡요가 부상을 털고 돌아와 나중에 30분 남짓 몸을 풀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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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방문 팀 인천이 더이상 여유를 부릴 수 없는 형편이라 성남으로서는 경기력면에서 밀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그나마 가운데 수비수 사샤와 임종은의 적절한 역할 분담 덕분에 인천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며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노련한 가운데 미드필더 김성환이 중심을 잡은 가운데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는 김성준이 좌우를 가리지 않고 휘젓고 다녀 윤빛가람의 공격 조율을 도왔다. 그 덕분에 막판 집중력에서 인천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덟 경기만에 승리를 노리는 인천이 경기 막판까지 성남을 궁지로 몰았지만 간판 미드필더 김남일이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는 사이에 중심이 흔들렸고, 윤빛가람과 한상운을 놓치는 바람에 뼈아픈 결승골을 88분에 내주고 말았다.

희망가 부른 '인천'

1승이 간절했던 방문 팀 인천은 허정무 전임 감독이 완성시키지 못한 조직력이 조금씩 다져지고 있다는 것을 경기 내내 느끼게 해줬다. 특히, 설기현을 고립시키지 않는 유기적인 스위치 플레이가 인상적이었고 공격형 미드필더 박준태가 더이상 교체 선수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시켜 준 한판이었다.

지난 어린이날(5일) 안방 팬들 앞에서 데뷔 첫 골을 신고한 새내기 문상윤이 자신감을 갖고 왼쪽 오른쪽을 가리지 않으며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는 점, 박준태와 설기현이 눈빛 교환을 통해 빠른 공간 침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 부상을 털고 돌아온 이보의 왼발이 점점 위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인천 유나이티드의 희망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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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패한 경기였지만 인천 선수들은 상대 팀의 약점이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경기에 임했고, 그런 면에서 원정 응원단에게 더 큰 목소리를 울려퍼질 수 있게 해줬다. 그곳이 바로 성남의 왼쪽 측면이었다.

홍철이 지난 경기 퇴장 징계로 나오지 못한 그 자리에 신태용 감독은 남궁웅을 내세웠지만 경기 내내 인천의 오른쪽 측면 공격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설기현이 가운데 공격수 자리만 고집하지 않고 박준태와 자리를 수시로 바꿔 가며 빈 틈을 노렸고, 그 뒤를 수비수 박태민이 적절하게 오르내리며 받쳐줬다. 공간 침투는 박준태가, 크로스는 설기현과 박태민이 번갈아 담당한 것을 보면 매우 효율적인 대비였다.

그리고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 이보의 힘 보태기도 한몫을 했다. 63분에 김재웅 대신 들어온 이보는 들어가자마자 먼 거리에서 힘찬 왼발 중거리슛으로 자신의 공격 의지를 알렸고 80분에 터뜨린 왼발 슛은 아슬아슬하게 성남 골문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인천, 잇따른 종료 직전 실점... 집중력 가다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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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설기현-박준태-이보-난도-전준형으로 이어진 인천의 공격 마무리(64분)는 그 연결 과정에서 보는 이들에게 박진감을 충분히 느끼게 해줬다. 왼쪽 측면 수비수 전준형의 마무리 슛이 골문 왼쪽으로 살짝 벗어나기는 했지만, 이보와 난도의 단짝 공격 조율은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에서 연거푸 나타난 경기 종료 직전의 실점 장면은 몹시 아쉬운 부분이다. 이 경기의 결승골 실점(88분)까지 포함하면 최근에 벌어진 네 경기 중 세 경기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 4월 22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울산과의 경기 1-0 결승골도 90+3분에 마라냥에게 내줬고, 어린이날 낮에 같은 곳에서 열린 전북 모터스와의 안방 경기 극적인 동점골(이동국 헤더)도 90+2분에 내줬다. 수비 조직력은 물론, 선수들의 집중력부터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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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5월 19일 낮에 부산을 안방으로 불러 지긋지긋한 8경기 연속 무승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이대로 주춤거리다가는 같은 승점의 꼴찌 대전 시티즌(2승 1무 9패, 6득점 20실점)에게도 밀려날 판이다.

덧붙이는 글 ※ 2012 K리그 12라운드 결과, 11일 저녁 7시 30분 탄천종합운동장
- 성남 천마 FC 1-0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한상운(88분,도움-윤빛가람)]

◎ 성남 선수들
FW : 요반치치(46분↔김덕일)
MF : 이현호(61분↔에벨찡요), 윤빛가람, 김성환, 김성준, 한상운
DF : 남궁웅(72분↔윤영선), 사샤, 임종은, 박진포
GK : 정산

◎ 인천 선수들
FW : 설기현
AMF : 문상윤(84분↔정혁), 김재웅(63분↔이보), 박준태
DMF : 난도, 김남일(90+2분↔유준수)
DF : 전준형, 이윤표, 정인환, 박태민
GK : 유현
인천 유나이티드 FC 설기현 K리그 성남 천마 FC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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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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