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노조 파업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홍대앞 한 클럽에서 파업중인 MBC 아나운서들이 일일 주점 '우리 백일됐어요'를 열었다. 손님 입장을 앞두고 MBC아나운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노조 파업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홍대앞 한 클럽에서 파업중인 MBC 아나운서들이 일일 주점 '우리 백일됐어요'를 열었다. 손님 입장을 앞두고 MBC아나운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MBC!"
"프리덤!"

톡식의 김정우와 시민들은 MBC 파업을 지지하는 구호로 건배사를 나눴다. 무대 옆쪽에선 김정근 MBC 아나운서가 흐뭇한 표정으로 이를 바라봤다. 한 켠에선 박경추 아나운서가 병맥주를 꺼내고 있었고, 김경화·이정민 아나운서는 밀려오는 주문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반대편에선 나경은 아나운서가 시민들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었다.

TV에서만 봤던 이들이 직접 주문을 받고 음식을 만들고 서빙까지 하는 이유는 하나. MBC 파업 100일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파업 100일 기념 일일주점 '우리 파업 100일 됐어요'가 9일 오후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모인 수익은 전액 파업기금으로 사용된다.

발 디딜 틈도 없던 일일주점...아나운서들, 땀 흘려도 '싱글벙글'

일일주점은 말 그대로 '대성공'이었다. 주점 입구부터 줄이 늘어섰고, 급기야는 번호표까지 등장했다. 자리가 부족해 곳곳에서 '강제 합석'이 이루어졌지만 시민들은 개의치 않았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젊음의 상징인 홍대 인근에서 일일주점을 열었던 덕일까. 대부분의 테이블은 20대에서 30대로 보이는 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바빴던 것은 아나운서들이었다. 아나운서들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티셔츠를 단체로 입은 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바쁜 모습이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몇몇은 스마트폰을 내민 시민들과 사진을 찍었고, 주먹을 부딪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자리를 메워 준 시민들의 대한 감사의 마음이 컸던 까닭이었다. 사람들로 통로까지 꽉 찬 장소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신동진 아나운서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시민들이) 많이 와주신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노조 파업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홍대앞 한 클럽에서 파업중인 MBC 아나운서들이 일일 주점 '우리 백일됐어요'를 열었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노조 파업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홍대앞 한 클럽에서 파업중인 MBC 아나운서들이 일일 주점 '우리 백일됐어요'를 열었다. ⓒ 권우성


이어 신동진 아나운서는 "오늘 일일주점을 연 목적은 '그동안 수고했다'며 서로를 칭찬하자는 의미도 있고, '앞으로도 지치지 말고 이길 때까지 열심히 하자'는 다짐이기도 하다"며 "시민들에게도 관심을 당부하는 동시에 힘을 주십사 하는 뜻도 있다"며 일일주점의 의미를 설명했다.

시민들 외에도 일일주점을 찾은 이들은 많았다. MBC 출신이기도 한 신경민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무대에 올라 격려의 인사를 건넸고, 김기식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도 주점을 찾았다. 초대 가수인 '톡식'을 직접 섭외하기도 한 이지애 아나운서를 비롯해 정세진·이광용 아나운서 등 함께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KBS 아나운서들도 대거 현장을 찾았다.

격려 공연을 위해 달려와 준 이들도 있었다. <톱밴드> 우승팀 톡식을 비롯, SAZA 최우준·일락·조문근·바이바이배드맨 등이 무대를 꾸몄다. 아나운서들도 함께했다. 오상진·서인 아나운서 등은 주점이 끝날 무렵 빅뱅과 슈퍼주니어 등의 댄스곡을 흥겹게 소화해내 큰 박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두 아나운서의 '노조 탈퇴', 오히려 남은 이들은 단단해졌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노조 파업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홍대앞 한 클럽에서 파업중인 MBC 아나운서들이 일일 주점 '우리 백일됐어요'를 열었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노조 파업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홍대앞 한 클럽에서 파업중인 MBC 아나운서들이 일일 주점 '우리 백일됐어요'를 열었다. ⓒ 권우성


그동안 아나운서들은 흔들림 없이 파업을 이어 왔다. 다른 부문 조합원들에 비해 적은 숫자인 만큼, 단결력 하나는 최고라는 평도 얻었다. 이러한 가운데 양승은·최대현 아나운서가 노조에서 탈퇴하고 업무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만난 아나운서들은 "개인의 선택"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외려 남은 아나운서들 간의 단결력이 더 공고해졌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주연 아나운서는 "개인의 생각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파업) 100일을 맞이해 마음을 다잡고 나아가면 된다"는 생각을 전했다.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지 말고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또다시 다짐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단체 채팅방'.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이들은 수시로 이야기를 나눈다. 신동진 아나운서는 "최근 만든 채팅방"이라며 스마트폰 화면을 잠시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떠난 문지애 아나운서도 채팅방을 통해 멀리서나마 마음을 전했다. 그는 신혼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은 동료들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노조 파업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홍대앞 한 클럽에서 파업중인 MBC 아나운서들이 일일 주점 '우리 백일됐어요'를 열었다. 손님 입장을 앞두고 MBC아나운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노조 파업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홍대앞 한 클럽에서 파업중인 MBC 아나운서들이 일일 주점 '우리 백일됐어요'를 열었다. 손님 입장을 앞두고 MBC아나운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이날 아나운서들의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하나같이 지지의 마음을 보탰다. 대전에서 일일주점을 위해 휴가를 내고 상경했다는 이 아무개 씨(26)는 "TV에서 보던 사람들이 다 여기에 있다"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트위터를 보고 이곳에 왔는데, 와서 보니 생각보다 더 재미있다"며 "(아나운서들이) 힘을 내서 승리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마음에 화답하듯 김정근 아나운서도 다시 한 번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장소가 더 넓었다면 좋았을 텐데, 저희가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최대의 공간이 이 정도였다"며 "찾아와주신 분들에게 너무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 MBC 노동조합은 지속적으로 파업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오는 12일에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남극의 눈물>의 김진만 PD·송인혁 촬영감독, <최고의 사랑>의 박홍균 PD 등이 함께하는 'MBC 방송대학'을 연다. 이 외에도 아나운서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그간 받은 사랑에 보답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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