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김태용 감독과 신지혜 아나운서

9일 열린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김태용 감독과 신지혜 아나운서 ⓒ 성하훈


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제9회 서울환경영화제는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생각하고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테마영화제다. 환경 문제의 경각심을 알리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들이 주로 상영되는, 특별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다른 영화제들보다 색깔이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영화제의 성공에 의문이 들었으나 환경문제의 중요성과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면서 영화제는 특색 있는 환경 영화를 찾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태용 감독과 신지혜 아나운서의 사회로 열린 9일 개막식은 이 같은 주제와 어울리는 분들이 많이 참석해 영화제의 개막을 축하하면서 환경영화제가 일정한 궤도에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후쿠시마 원전 문제 영화로 만든 '이와이 슌지' 감독

축사를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참석한 박원순 시장은 "예술의 힘이, 특히 영화가 한사람의 철학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환경영화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영화제의 성공을 기원했다. 배우 못지않게 가장 큰 박수와 환호를 받을 만큼 친환경 시장의 축사는 영화제의 무게감을 더했다.

 환경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일본 이와이 슌지 감독

환경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일본 이와이 슌지 감독 ⓒ 서울환경영화제


<러브레터>의 감독 이와지 슌지도 마찬가지였다. 후쿠시마 원전을 소재로 한 <3.11: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로 영화제를 방문한 그는 영화 제작 동기를 설명하며 환경영화제의 방향에 공감을 표했다. 

"311 사고 이후 여러 매체에서 이례적인 보도가 많았다. 어떤 매체에서는 출연자가 방사능이 건강에 좋으니 좀 더 쬐라고 하고, 이번 사고로 죽은 사람이 없다고도 했다. 더 큰 충격은 방송진행자가 '아 정말 그렇습니까'라고 맞장구를 치는 장면이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대재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

감성 깊은 영화를 만들던 일본의 유명 감독 이와지 슌지가 원전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문제를 영화에 담고 환경영화제에 상영을 위해 직접 방문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커 보였다. 또한 박원순 시장은 환경 파괴 논란을 불렀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재검토하고 낭비성 토목공사를 중단시켰다는 점에서 영화제의 취지와 조화를 이뤘다.

비타협적 환경운동가를 담은 작품을 비롯해 수질오염을 다룬 다큐멘터리, 국가권력과 기업의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에 맞서 싸우는 주민들의 이야기 등 오는 15일까지 용산 CGV 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될 영화들은 생태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기에 좋은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자연 파괴하고 번 돈으로 치러지는 영화제

 파괴되고 있는 강정 구럼비 바위 <잼다큐강정>의 한 장면

파괴되고 있는 강정 구럼비 바위 <잼다큐강정>의 한 장면 ⓒ 시네마달


하지만 좋은 감독들의 참여와 의미 있는 작품들로 구성된 올해 환경영화제에서 가장 부조화를 보이는 것은 후원업체로 참여한 삼성물산이었다. 삼성물산은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업체다. 주민들의 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천혜의 구럼비를 파괴하는 데 앞장서면서 많은 비난을 듣고 있다.

강정의 카톨릭 사제들은 삼성물산의 회개를 촉구하는 미사를 드렸고, 구럼비 파괴가 강행되면서 서울 서초동 본사 앞에서는 시민들의 1인 시위와 퍼포먼스 등이 펼쳐지기도 했다. 지금도 강정마을을 이를 막아내기 위한 주민들과의 극심한 충돌로 전쟁분위기다. 이번 환경영화제에는 강정마을을 그린 다큐멘터리 <잼다큐강정>이 상영작 목록에 올라있다. 

최열 집행위원장도 이 부분이 조금 걸리는 듯했다. 그는 개막식 인사말을 통해 "영화제의 행사를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지원 없이 자립하는 게 좋지만 아직은 그럴 여건이 안 된다. 자립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립하기 어려운 입장에서 외부의 지원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서울환경영화제 최열 집행위원장

서울환경영화제 최열 집행위원장 ⓒ 서울환경영화제

정부의 보조를 받지 못하는 영화제들이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라 외부 후원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 그러나 제주 강정 구럼비 파괴업체의 후원까지 받아야 하는 환경영화제의 모습은 영화제의 취지나 목적과는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특히 최열 집행위원장은 예전에도 환경운동사업을 하면서 원자력발전소 등 감시기업들에게 물품을 팔았다는 보도가 나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또 환경 캠페인 과정에서 대기업을 스폰서로 끌어들인 것 때문에 시민운동단체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환경영화제를 돕고 있는 한 영화계 인사는 "영화제의 재정적 여건 때문에 그렇겠지만  구럼비 파괴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물산의 후원을 받는 것은 영화제의 성격과 맞지 않고 최열 위원장이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생태사회학자 홍성태 교수의 표현대로 "자연 파괴하고 번 돈으로 치러지는 환경영화제"의 모습은 개막작으로 예정됐던 <아 굴업도>가 상영권 문제로 갑자기 상영 취소된 것과 함께 이번 영화제의 오점으로 남는 모습이었다.   

서울환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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