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시리즈 마지막 날을 맞아 문학구장에는 25,863명의 대관중이 운집하였다. 와이번스 선발투수 송은범이 역투하는 장면
ⓒ 양형진

관련사진보기


야구에서 공격하는 팀이 가장 빨리 점수를 뽑을 수 있는 방법은 홈런으로 점수를 내는 것이다. 호쾌함과 짜릿함을 안겨주는 홈런은 경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한 시즌에 담장 밖으로 20개의 공을 넘길 수 있는 타자는 슬러거로 인정 받는다. 그런데 한 경기에서 홈런이 무려 5개나 터졌다면 그 경기를 본 관객은 본전은 충분히 뽑은 것이나 다름 없다. 특히 경기를 끝내는 홈런은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쾌감을 주지만, 상대팬에게는 허탈함과 씁쓸함을 안겨줄 것이다.

5월 6일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SK와이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시즌 6차전의 최종 스코어는 5-3 이었는데, 이 중에 1점만 빼고 모두 홈런으로 점수가 나오는 화끈한 접전이 펼쳐졌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든 양팀의 경기, 문학구장 직관리뷰를 올린다.

양팀 선발투수들의 팽팽한 맞대결

양팀의 선발투수 SK 와이번스의 송은범과 롯데 자이언츠의 고원준은 둘 다 직구와 슬라이더 그리고 커브를 즐겨쓰고, 투구폼이 상당히 부드러운 비슷한 유형의 투수들이다.

늘 어깨에 부상의 위험을 달고사는 송은범은 재활을 거쳐 4월 말에 팀에 합류하여 두 번째 선발등판하게 되었다. 송은범은 최고 시속 149km, 평균 145km 대의 빠른 직구와 138km대의 슬라이더를 적절히 배합하며 자이언츠 타선을 압도하였다.

고원준은 최고 시속 144km, 평균 140km대의 직구, 135km대의 슬라이더, 그리고 간간히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100km 초반대의 커브로 와이번스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하였다. 전반적인 투구내용은 1회만 제외하고 매회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간신히 넘긴 고원준보다 빠른 승부를 즐겨쓰며 자이언츠 타선을 농락한 송은범의 내용이 돋보였다.

자이언츠 타선은 송은범으로부터 단 2안타만을 뽑으며 철저히 농락당하였다. 하지만 2개 안타의 영양가 순도는 100% 짜리였다. 첫 번째 안타는 2회초 2사후 강민호의 선제 솔로홈런이었다. 박종윤의 병살타로 흐름이 끊길 상황에서 강민호의 홈런은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하지만 자이언츠의 주도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회말 반격에서 선두타자로 나온 이호준은 고원준의 초구를 통타하여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으로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예상치 못한 홈런에 고원준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후속타자 박재홍을 볼넷으로 보낸 고원준은 폭투와 보크로 박재홍에게 3루를 헌납하였다. 정상호의 희생타로 와이번스는 2-1로 역전에 성공한다. 이후 안정을 되찾은 고원준은 매회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후속타를 내주지 않으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디딤돌을 쌓는다.

송은범은 2회에 강민호에게 홈런을 내준 것을 제외하곤 자이언츠 타자들을 2루에도 진루시키지 않는 완벽한 투구내용을 선보인다. 하지만 투구수 80개가 넘으면서 서서히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고, 투구수 90개가 넘은 다음에는 2사 1루의 상황에서 박종윤에게 역전 투런홈런을 허용한다. 순간 자이언츠 응원석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자이언츠는 송은범에게 단 2개의 안타만을 뽑아냈는데, 모두 득점으로 연결되는 대포 2방이었다. 승리의 여신이 자이언츠에게로 넘어오는 듯한 분위기였다.

무너진 승리 방정식

자이언츠는 7회부터 필승 계투조를 가동하기 시작한다. 이명우, 김성배, 그리고 8회초 강영식까지 투입된 투수들이 전부 제 몫을 다해줄 때만 하더라도 자이언츠의 승리방정식은 순조롭게 가동되는 듯 싶었다. 8회 1사후 양승호 감독은 필승 계투조의 핵심인 최대성을 투입한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좀 더 최대성에게 편안한 상황에서 던지도록 한 배려였다. 몸을 풀면서 묵직한 광속구를 뿌릴 때마다 자이언츠 응원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최대성은 첫 타자 최정에게 초구 직구를 통타 당하면서 동점 홈런을 내주고 만다.

잠잠하던 1루측 와이번스 응원석은 열광의 소용돌이로 빠져든다. 경기의 흐름이 와이번스 쪽으로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자이언츠는 9회초 선두타자 김주찬이 우전안타로 출루하며 기회를 잡기 시작한다. 조성환의 보내기 번트로 만든 1사 2루의 찬스에서 3번 전준우가 몸쪽 직구에 스탠딩 삼진을 당하면서 찬물을 끼얹는다. 와이번스 배터리는 홍성흔과의 승부를 거르고 5번 타자 박종윤과의 승부를 선택한다. 전타석 극적인 역전홈런에 이어 이 날 경기의 영웅으로 등극하는가 싶었지만 초구를 건드린 박종윤의 타구는 1루수 땅볼로 그치고 만다.

9회말 와이번스의 공격, 선두타자 유재웅은 풀 카운트에서 우전안타로 찬스를 만들기 시작한다. 박정권의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가 된 상황에서 자이언츠는 마무리 김사율을 투입하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다. 와이번스는 대타로 조인성을 내보낸다. 조인성은 김사율의 2구째에 방망이를 돌리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가더니 결국 승부의 종료를 알리는 홈런으로 마무리 된다.

조인성은 1998년 프로데뷔 이후 처음으로 대타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이 날 경기의 홈런은 조인성의 신인시절이던 1998년 5월 5일 OB베어스와의 어린이날 더비에서 3-0으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8회에 대타로 등장하여 극적인 동점 홈런을 날리던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그 때의 홈런이 조인성의 프로 데뷔 첫 대타 홈런이었다면, 이번에는 그의 프로 데뷔 첫 대타 끝내기 홈런이 나온 것이다.

자이언츠는 필승 불펜요원인 최대성과 김사율이 홈런을 내주면서 씁쓸한 역전패를 당하였다. 4월 한 달 동안 팀의 선두 질주를 이끌어온 원동력인 두 투수는 5월 들어 상대 공격진에 레퍼토리가 간파된 듯한 모습이다. 두 선수 모두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레퍼토리를 다르게 가져가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이언츠 타선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부터 박희수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접전 상황에서 와이번스에게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박희수 공략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

시종 일관 수세에 몰리면서도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자이언츠나 경기 끝까지 집요한 모습을 보인 와이번스 모두 두 팀이 왜 상위권에 자리하는지를 입증하였다. 두 팀의 다음 시리즈 맞대결 결과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SK와이번스 롯데자이언츠 조인성 최대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스포츠, 대중문화, 영화 등에 관해 읽는 분들이 함께 공감하고 때로는 즐거운 추억에 잠기기도 할 수 있는 그런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top